[뉴스토마토 조윤경기자] 중국 경제에 드리운 먹구름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주로 소기업과 민영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제조업 지표 결과가 예상 밖에 악화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1분기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발표를 앞두고, 곳곳에서 성장 둔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들을 쏟아내고 있다.
◇중소기업 중심 제조업 PMI 부진..대기업과는 '온도차'
1일 HSBC는 중국의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확정치가 48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공개된 잠정치이자 예상치 48.1을 하회하는 것으로, 작년 7월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저조한 수준이기도 하다.
이로써 HSBC 제조업 PMI는 3개월 연속 경기 위축·확장을 가르는 기준선인 50선에 못 미치게 됐다.
◇HSBC 중국 제조업 PMI 추이(자료=Investing.com)
하위 항목들도 대체로 부진했다. 특히 생산지수는 잠정치인 47.3에서 47.2로 낮아졌다. 이 역시 지난 2011년 11월 이후 최저치다.
게다가 신규주문지수도 지난 2012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다만 중국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느끼는 체감 온도차는 큰 것으로 보인다. 국유 대기업을 표본·조사하는 중국 국가통계국 3월 PMI가 50.3으로 전달의 50.2에서 소폭 높아졌기 때문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생산지수는 2월의 52.6에서 52.7로 올라갔고, 신규주문지수 역시 50.6으로 직전월에 비해 0.1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조업 활동 둔화"..대내외 수요 부진
이날 민·관영 제조업 지표의 향방이 엇갈렸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여전히 중국 제조업 활동이 둔화되고 있다는 데에 입을 모으고 있다.
그간 춘제(중국 설) 여파에서 벗어나는 중국 3월 경제지표들이 대체로 양호한 결과를 보였던 만큼, 이날 정부 제조업 PMI 호조에 지나치게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된다는 분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춘제 연휴 이후 공장들이 재가동되는 점을 감안할 때 이날 공식 제조업 PMI 결과는 저조한 편에 속한다"며 "악화된 중국 제조업 경기의 현실을 확실히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줄리안 에반스 프리처드오브캐피탈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도 "집계를 시작했던 지난 2005년부터 중국 공식 PMI는 매년 3월마다 개선세를 보여왔다"며 "따라서 지표가 개선됐다는 사실보다는 지난달 역사적으로 가장 적은 상승폭을 기록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중국 제조업 경기가 여전히 취약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앞으로도 제조업 활동에 뚜렷한 개선세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중국 중소 기업들은 경기 변화에 크게 반응하기 때문에 수요 부진에 더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분석됐다.
취홍빈 HSBC 이코노미스트는 "내수가 둔화되면서 HSBC PMI 확정치가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앞서 중국은행이 발표한 '경제금융 전망 보고서'에서도 중국은 최근 투자뿐만 아니라 소비와 수출까지 일제히 둔화된 것으로 평가됐다.
프레드릭 노먼 HSBC 아시아경제리서치 공동 대표는 "중국은 과거와는 다르게 미국과 유럽 경기 회복에 따른 혜택 조차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며 "해외 수요 감소도 중국 경제를 끌어내리는데 역할을 했다"고 진단했다.
◇中 GDP 하향세 불가피 전망.."2분기부터 완화 기조"
다수의 시장 전문가들은 제조업 경기 부진으로 올 한해 중국 경제 성장률 역시 하향 곡선을 그려나갈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오는 16일 발표되는 중국의 1분기 GDP 성장률은 7.3% 수준으로, 정부의 올해 공식 목표치인 7.5%를 하회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앞서 DBS은행도 중국 경제가 1분기에 7.3% 성장하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는 같은 기간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8%에서 7.3%로 대폭 낮췄다.
GDP 하락세는 2분기에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노무라증권은 중국 GDP가 1분기에 7.3%를 기록한 이후 2분기에 7.1%로 또 다시 곤두박질 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클레이즈도 1분기와 2분기 중국 GDP 전망을 각각 7.3%와 7.2%로 점쳤다.
중국의 2분기 성장률 전망을 더 보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소시에테제네럴은 2분기 중국 성장률이 6.9%로, 지난 2009년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을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비관적인 성장률 전망은 중국 정부가 부양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앞서 리커창 중국 총리도 "합리적인 범위 경제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며 "중국은 올해 경기 변동성 확대에 대처할 만한 정책을 이미 갖추고 있다"고 언급했다. 중국 정부가 향후 부양책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입장을 시사한 것이다.
장쯔웨이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통화 완화 정책이 시행되지 않는다면 중국 경제 성장률은 7% 밑으로 하락하게 될 것"이라며 "중국의 통화·재정 정책은 2분기부터 모두 완화 기조에 치우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팅루 BoA메릴린치 이코노미스트 역시 "리 총리는 안정적인 성장을 위한 정책들에 나설 준비가 돼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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