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블루밍으로 유명한 벽산건설이 결국 무너졌습니다. 법원이 벽산건설의 회생절차를 폐지키로 한 것입니다.
한 때 배우 이나영씨를 모델로 내세우고, 세입자가 원하는 공간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가변형 벽체로 관심을 끌었던 브랜드였지만 앞으로는 새 집을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최근 부산 율리역 벽산블루밍이 입주를 시작했지만 대한주택보증의 하자보수보증에 가입한 상태로, 큰 피해는 없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입주 단계가 아니라고 해도 대한주택보증이 분양자들의 피해를 막아줬을 겁니다. 20가구 이상을 분양하는 아파트 사업장은 의무적으로 대한주택보증으로부터 주택분양보증서를 발급 받아야 합니다. 공급자가 부도·파산 등의 사유로 분양계약을 지킬 수 없을 때 대한주택보증이 나서 분양대금을 환급하거나 다른 시공사를 지정해 공사를 마무리합니다.
그런데 진짜로 입주자들은 피해가 없을까요? 없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가 않을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 피해는 없겠지만 시간이 지나가면 갈수록 피해를 체감할 수 있을 겁니다.
아시겠지만 부동산은 실사용 가치만으로 가격이 형성되지 않습니다. 미래의 가치 등 내제적 가치가 가격에 반영됩니다.
대표적인 것이 재건축입니다. 지금 당장 무너져도 이상할 것 없는 낡은 아파트가 새 아파트보다 더 비쌉니다. 재건축 후 화려한 미래가 현재 가격에 투영됐기 때문이죠.
KB국민은행에 따르면 현재 ㎡당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3단지입니다. ㎡당 아파트값은 1702만원입니다. 이어 개포주공1단지(㎡당 1661만원), 개포주공2단지(㎡당 1638만원), 서울 서초구 반포 주공1단지(㎡당 1588만원), 반포 AID차관아파트(㎡당 1535만원) 순입니다.
모두 지은지 30년이 넘은 재건축 예정 아파트입니다. 국내 ㎡당 최고가 주택 10곳 중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를 제외하면 모두 재건축 예정 아파트일 정도입니다.
때문에 벽산건설의 파산과 관련해 당장의 피해는 없겠지만 파산 브랜드라는 꼬리표는 집값에 악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건설사의 파산과 도산은 해당 아파트에 주홍글씨처럼 새겨지곤 합니다. 꾸준한 브랜드 관리가 안될 것이고 머지않아 사람들의 뇌리 속에서 잊혀지게 됩니다.
벽산건설 파산 후에도 다른 브랜드들은 톱스타들을 고용하거나 화려한 CG를 이용해 TV에서 이미지 광고를 내보낼 것입니다. 신규 분양 사업지는 자연스럽게 자사 브랜드를 홍보하는 수단입니다.
그 사이 블루밍은 아파트 브랜드 전쟁 속에서 도태될 것입니다. 특히 새 아파트가 지어지지 않으며 하루 하루 노후화되는 단지만 남을 것이고, 그 결과 낡은 아파트라는 이미지만 남을 것입니다.
한 동네 안에서도 대형 브랜드 아파트의 매매가가 한 푼이라도 더 높고, 재건축·재개발 현장에서 주민들이 대형 브랜드를 선호하는 이유는 브랜드 파워입니다.
브랜드 홍수 속에서 도태된 브랜드는 내제적 가치 하락으로 가격 상승 추진력이 떨어집니다.
대주건설의 피오레, 청구건설의 지벤, 풍성주택 신미주 등 건설사 파산·부도와 함께 잊혀진 브랜드는 숱합니다. 지금도 많은 건설사들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신규 주택사업을 하지 못하며 서서히 잊혀지고 있습니다.
건설사의 부도는 단순히 종사자와 주주만의 피해가 아닙니다. 힘겹게 '내집마련'의 꿈을 이룬 사람들까지 힘들게 합니다.
아직 침체기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건설업계. 더 이상 선의의 피해가 발생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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