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방글아기자] 휴직자의 빈 자리를 기존 직원들이 메꿔야 하는 사내 분위기 탓에 육아휴직을 못 내는 워킹맘들을 위해 고용보동부가 대안으로 내놓은 '대체인력뱅크'제도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수요조사 등도 없이 10억 가까이 되는 예산을 책정·진행하고 있어 혈세낭비 논란과 함께 그간 육아휴직자에 눈치를 주는 분위기가 사라지지 않는 기업을 달래기 위해 '나쁜 일자리'만 더 양산하는 것은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고용부는 3일 직원이 육아휴직에 들어가 대체인력을 충원해야 하는 기업의 걱정을 덜어줄 '대체인력 종합지원센터'를 온·오프라인에 마련했다고 밝혔다. 올해 9.9억이 책정된 이 사업은 시범운영 성과에 따라 확대 또는 축소될 수 있다.
센터는 대체인력이 필요한 기업으로부터 미리 신청을 받아 그에 맞는 인력 풀을 모집·훈련 한 뒤, 빈 자리에 즉각 충원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대체인력뱅크 운영프로세스.(사진=고용부 제공)
그러나 이미 잘 운영되고 있는 '워크넷'을 조금만 보완하면 될 것을 '대체인력뱅크'라는 이름으로 새로 만들어 기존 풀만 분산하고 예산만 낭비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부는 지난달 27일 최저임금 이상, 4대보험 적용 등 좋은 조건의 시간제 일자리 정보를 모아 워크넷에 전용 페이지를 만들어 개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950여만 회원이 가입돼 있는 워크넷의 풀을 활용해 '좋은 시간제 일자리 정보 센터'로 확대한 것이어서 높이 평가 받았다.
자체 수요조사도 생략한 채 여성가족부의 조사결과만 믿고 10억원을 투입한다는 이번 대체인력뱅크 설립과는 방향부터가 다르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대체인력이 없어서 육아휴직이 어렵다는 응답이 43%, 이에 제도적 지원을 해달라는 의견이 15.8%였다"고 해명했다. 여전히 투입되는 비용대비 미미한 수치다.
이 관계자는 또 "500명을 지원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지만 이 역시 불투명하다. 민간보다 훨씬 통합·체계적으로 움직이는 '공무원 대체인력뱅크'도 첫 해 70여명 지원에 그쳤고, 4년간 실적을 모아도 900여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충원된 인력 대다수가 전화로 직업 또는 세무 상담을 하는 직종이어서 일자리의 질 자체에도 의구심이 제기된다.
특히 민간에서는 충원된 인력이 본래 직원이 돌아오는 대로 나가야 하기 때문에 늘 고용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근로자가 받게 될 처우도 해당 업체에 전적으로 달려 있어, 기업이 정규직 전환 등을 빌미로 대체인력의 고용탄력성을 악용할 여지도 많다.
그러나 이같은 지적에 대해 고용부는 "대체인력보다 육아휴직을 활성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업무의 초점이 육아휴직 활성화에 맞춰져 있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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