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검찰이 자본금 없이 회사를 인수한 뒤 수백억원의 회삿돈을 빼돌린 '디지텍시스템스 횡령사건'의 주범을 구속 기소하면서 이 사건과 관련해 4명이 재판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 김범기)는 부족한 인수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거액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특경가법상 횡령)로 세종디앤아이 회장 최모씨(52)를 구속기소하고, 디지텍시스템스 전직 임원 남모씨(40)를 추가 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앞서 검찰은 이에 가담한 디지텍시스템스 전직 대표 정모씨(47)와 공범 유모씨 등을 구속기소했다.
최씨는 2012년 2월 디지텍시스템스의 최대주주 지분을 사채업자들에게 담보로 제공하고 자금을 조달해 디지텍시스템스를 인수한 인물로 이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돼왔다.
최씨는 지난해 4월 엔피텍홀딩스를 설립한 뒤 같은해 6월 이 회사 명의로 엔피텍을 인수해 이 사건과 관련된 3개 회사의 경영권을 갖고 있다.
검찰은 최씨 등이 삼성전자 스마트폰 1차 벤더인 디지텍시스템스 인수 및 운영과정에서 디지텍시스템스 자금 약 391억원을 횡령하고, 다시 디지텍시스템스의 자금 110억원을 횡령해 또 다른 삼성전자 스마트폰 1차 벤더인 엔피텍을 인수한 뒤 엔피텍의 운영자금 170억원을 횡령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무자본 M&A를 통해 횡령한 두 회사의 자금은 67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와 남씨는 지난해 1~10월 엔피텍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디지텍시스템스 자금 196억원과 엔피텍 자금 85억원 등 281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최씨는 2013년 7~11월 엔피텍이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저축은행으로부터 차입한 돈 등 85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직접 횡령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구매대행 업체 A사를 설립하고, 디지텍시스템스의 비품 구입대금을 A사에 지급한 뒤 대여금 명목으로 인출하는 등의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미 구입한 설비를 다시 구입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미고 지급한 설비대금을 다시 돌려받는 방법도 사용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체포된 뒤 구속된 최씨는 특경가법상 횡령과 증권거래법 위반으로 이미 수 차례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
한편 검찰은 디지텍시스템스가 횡령 과정에서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해 재무제표를 작성한 혐의로 금융위원회로부터 접수한 고발 건도 수사하고 있다.
또 이들이 삼성전자의 매출채권을 위조해 한국씨티은행으로부터 1720만달러(약180억원)를 사기대출 받은 혐의에 대해서도 별도로 수사 중이다.
검찰은 디지텍시스템스가 삼성전자 중국 현지법인 2곳에 모바일용 터치패널을 납품하면서 한국씨티은행에 가짜 매출채권을 건네고 거액을 대출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인 디지텍시스템스는 '저항막 터치스크린패널(TSP)' 생산력 국내 1위 업체로 2012년 매출액이 2300억원에 이를 정도로 우량한 기업이었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불과 2년만에 상장폐지의 기로에 서게됐다.
◇최모씨의 디지텍시스템스 및 엔피텍 인수 및 횡령 구조(제공=서울중앙지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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