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계모 사건' 재판부 "사회 전반의 문제점이 극한 결과 초래"
"훈육이라는 이름의 가정폭력·허술한 아동보호체계 문제"
2014-04-11 16:45:11 2014-04-11 16:49:14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울산 계모 의붓딸 살인사건'의 1심 재판부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교육기관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을 비롯한 사회적 시스템의 개선을 촉구해 눈길을 끌고 있다.
 
울산지법 형사3부(재판장 정계선)는 11일 여덟살 난 의붓딸을 구타해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 등으로 구속 기소된 박모씨(43)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며 "가정폭력에 대한 관대한 정서와 주변의 무관심이 극한 결과를 초래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유치원에서 색연필 등을 훔치고도 거짓말했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폭행해 상해를 입힌 당시 유치원 교사가 학대를 의심해 포항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한 사실도 있었다"며 "이런 경우 제대로 된 대처가 이뤄졌다면 피고인의 지속적 학대와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극한 결과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크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결국 이 사건은 훈육이라는 이름의 체벌과 가정 내 폭력에 관대한 기존 정서와 주변의 무관심과 외면, 허술한 아동보호체계 및 예산과 인력의 부족 등 우리사회 전반의 아동보호에 대한 인식과 제도의 문제도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런 사회적 문제를 도외시한 채 피고인을 극형에 처하는 것만으로 이러한 비극의 재발을 막을 수 없음은 자명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박씨에게 사형을 구형했으나 재판부는 "폭행 당시 출혈이나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없어 심각한 상황임을 인식했다고 볼 수 없고 피해자 이 모 양이 의식을 잃은 뒤 곧바로 119 구급대에 신고하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에게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시, 상해치사죄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비록 살인의 고의는 인정되지 않지만 피고인의 행위에 비춰보면 피해자의 사망은 어느 정도 예견된 참사였다"며 "범행의 죄질이 극히 불량하고 반성의 기미가 없는 점 등에 비춰 엄벌이 불가피하고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되었다"며 박씨에게 양형기준상 권고형량의 상한인 13년보다 높은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울산 계모 의붓딸 살해사건' 의 피해자 이 모양의 친모(모자쓴 이)가 11일 대구지법에서 열린 1심 판결공판이 끝난 뒤 오열하며 법정을 나서고 있다.ⓒNews1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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