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우크라이나 위기 4자회담 협의점은?..'동상이몽'
17일 스위스 제네바서 4자회담 열려
우크라이나-러시아 입장차이 좁히기 어려워
2014-04-17 15:19:45 2014-04-17 17:54:28
[뉴스토마토 김희주기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갈등이 절정으로 치닫자 이 같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양국을 비롯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국무 대표부가 한 자리에 모였다.
 
17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릴 예정인 4자회담에는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캐서린 애슈턴 EU 외교안보 고위대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안드레이 데쉬차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참석한다.
 
이들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친러 분리주의자들의 시위를 해결하기 위해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 친러 무장세력들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최소 9개 도시를 장악하고 있으며, 전날 현지 보도에 따르면 약 500여명의 무장 시위대가 총기와 화염병으로 마리우폴 도시의 우크라이나 군사기지를 공격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나의 사건을 대하는 두 가지 태도..우크라-러시아 '동상이몽'
 
지난 2월 친러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축출된 이후 러시아의 태도는 돌변했다.
 
러시아는 그간 우크라이나와 돈독한 우정을 쌓아오며 천연가스 공급가 할인부터 대규모 자금수혈까지 파격적인 지원을 이어왔지만,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완전히 등을 돌렸다.
 
러시아측은 새로 집권한 친서방 성향의 과도정부가 러시아계 주민들의 정치·경제적 권리나 안전을 보장하지 않아 크림반도의 분리를 초래했고, 이어 동남부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키웠다고 비판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크라마토르스크 지역의 친러 시위자들을 진입하고 있다(사진=로이터통신)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입장은 다르다.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손에 넣은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우크라이나의 동남부 지역까지 빼앗으려는 속셈으로 친러 세력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러시아가 요구하는 우크라이나 연방화는 친러 성향이 강한 동남부 지역을 자치지역으로 만들어 크림반도처럼 합병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겠다는 의지로 풀이됐다.
 
그렇다면 러시아가 정말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EU로부터 떨어져 러시아의 품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야누코비치 대통령 이전까지만 해도 EU와 NATO에 가입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이어왔지만, 우크라이나를 통해 유럽지역으로 세력을 넓히겠다는 포부를 가진 러시아를 비롯한 친러 세력의 반대에 부딪혀 꿈을 이루지 못했다.
 
표도르 루키아노프 글로벌어페어저널 에디터는 "서방국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계속해서 우크라이나를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추가 제재 조치에도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측은 다음달 25일 대선을 앞두고 사태가 진정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대선이 무사히 진행돼 우크라이나에 새로운 합법적 정부가 들어선다면 러시아의 압박 또한 효력을 잃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르세니 야체뉵 우크라이나 총리는 "러시아는 동부지역을 점령한 무장세력과 테러리스트들을 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美-EU, 회의 성과없으면 추가 제재 시행 엄포
 
미 정부의 입장은 우크라이나쪽으로 상당히 기울어졌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을 점령한 친러 세력의 시위를 조장하고 있으며, 그들에게 자금을 공급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미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과거 소비에트 연방에 포함됐던 몰도바나 조지아, 발트3국 등의 국가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미국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크림을 포기하고 우크라이나와의 경계에 주둔시킨 군대를 철수시킬 것을 촉구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가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경우 금융서비스나 에너지 등 경제 부문을 겨냥해 추가 제재를 시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1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 도착했다(사진=로이터통신)
 
EU측은 합법적이진 않지만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 유실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입장이다. 다만 우크라이나의 추가 분할을 용인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함께 상황이 악화될 경우 경제 제재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직접적으로 대화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다.
 
EU는 우크라이나의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우크라이나가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21일(현지시간) EU와 우크라이나는 이미 정치부문의 협력협정을 체결했으며, 오는 11월까지 FTA 협상을 진행키로 결정했다.
 
◇좁혀지지 않는 입장 차이..사실상 미션임파서블?
 
이번 회담은 4개월 넘게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이해 당사국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입장 차이가 너무 커 사실상 타협점을 찾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됐다.
 
양국은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의 혼란 원인이 상대방에 있다고 서로 비난하고 있으며 사태 해결의 순서도 제각각이다.
 
우크라이나측은 러시아가 국경지역에 주둔시킨 병력을 철수하고 우크라이나의 정국 안정을 위해 다음달 대선 등 현지 정부의 노력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안정을 되찾기 위해서는 성향이 다른 동남부 지역과 중서부 지역의 자치권을 인정하는 연방제를 채택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양측 모두 무력 충돌사태를 원하지 않는 만큼 긴장 완화를 위한 최소한의 합의는 이뤄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바딤 카라시오프 애널리스트는 "(서로 의견은 다르지만)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타협점을 찾으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왜냐하면 양측 모두 전쟁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서 양측의 대화가 평화적으로 진행될 경우 러시아의 군 병력은 위기 이전 수준으로 축소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이후 우크라이나의 정국 안정을 위한 국제적 지원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는 달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최소한의 합의도 보지 못할 경우에는 동부지역 친러 세력들의 시위와 정부군의 진압이 모두 악화돼 전면전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스티븐 파이퍼 전 주우크라이나 미국 대사는 "이번 사태 해결은 러시아가 위기를 완화할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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