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정부가 사용후핵연료 처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까지 관리정책을 세우기로 하고 각종 의견수렴 절차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국민 10명 중 7명은 핵폐기물을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국내 성인남녀 25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보면, 핵폐기물 관리현황을 잘못 아는 비율이 73%나 됐다. 이들은 사용후핵연료 관리방법에 대해 대부분 '지하나 특정지역에 보관'하거나 '재사용한다'고 알고있지만, 현재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자력발전소 내 냉각 수조나 특수 컨테이너에 핵폐기물을 보관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관리 프로세스(사진=산업통상자원부)
민주당 유승희 의원실 자료를 보면 지난해 6월 기준 국내 23기 원전에서 보유한 폐연료봉은 무려 1722만477개로 국민 3명당 1개꼴. 우라늄과 플루토늄 등으로 구성된 핵폐기물은 임시 저장소의 냉각시스템이 마비되거나 대규모 지진이 일어나 방사선이 외부로 유출되면 인명과 환경파괴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10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켜 관리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위원회 출범 반년이 지나도록 핵폐기물에 대한 국민의 인식은 여전히 낮은 상황. 위원회의 역할 미흡과 정부의 관심 부족에 대한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공론위가 제구실을 못 한다는 점에 대한 우려가 크다. 조성경 공론위 대변인에 따르면, 위원회는 출범 후 30여회 이상의 회의와 현장시찰, 전문가 강좌, 워크숍 등을 열었지만 이에 대한 내용은 거의 공개되지 않았고 언론에 제대로 보도된 일도 드물다.
공론위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문의한 결과, 위원회 회의를 기록한 속기록 공개는 위원회 내부 규정상 불가능하다는 입장. 대신 공론위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자료들은 단순 행사 소개나 영문 자료밖에 없어 일반인은 공론화 과정의 내막을 알 도리가 없는 실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의 역할분담(사진=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 홈페이지)
사용후핵연료 처리문제는 고리 원전1호기와 월성 원전1호기의 수명이 종료됐고 앞으로 줄줄이 노후 원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국민의 안전과 환경오염과 직결된 문제. 또 원전운영 계획 등 에너지와 경제전반에 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이에 정부는 사용후핵연료 처리 공론화를 국정과제로 내걸었지만 사실상 정부는 국민을 깜깜이 상태로 만들어 놓고 국책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공론화위원회가 내세운 '국민을 대상으로 폭넓고 심층적인 의견수렴 진행'은 간데없고 밀실회의만 된 것.
에너지정의행동 관계자는 "정부는 1990년과 2003년에 충남 태안군 안면도와 전북 부안군을 방폐물 관리시설 용지로 확보하려고 했다가 주민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아 모두 무산됐다"며 "그런데도 정부는 공론화위원회까지 만들어 놓고도 회의 공개 등 기본적인 사항조차 지키지 않은 채 일방적이고 졸속 공론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용후핵연료 외형(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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