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세월호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관피아 비리가 대두되면서 국토교통부가 건설공제조합 낙하산 인사를 보류했다. 지방항공청장 출신을 공제조합 2인자 자리인 전무이사에 앉히려 했지만 관피아 논란이 거세지자 끝내 공식적인 선임을 무기한 연기했다.
건설공제조합은 지난달 29일 전무이사 내정을 위한 조합 운영위원회를 열 예정이었지만 이를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공제조합 노조에 따르면 당초 국토부는 운영위원회를 통해 건설공제조합 전무이사에 임의택 전 부산지방항공청장을 내정할 방침이었다.
건설공제조합은 정부 출연 지원금이 받지 않는 순수 민간기업이지만, 국토부는 이사장과 전무이사 선임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정완대 현 건설공제조합 이사장은 국토해양부 당시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상임위원이었으며, 전임 송용찬 이사장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차장과 건설교통부 육상교통부 국장을 역임했다.
임경국 현 건설공제조합 전무는 국토해양부 감사담당관과 부산지방국토관리청 청장을 지냈다.
특히 건설공제조합 전무는 이사장이 정관상 운영위원회 인준을 거쳐 선임하도록 돼 있지만, 국토부 출신이 이사장을 역임하고 있는 탓에 사실상 국토부가 인사권을 행사해 왔다.
건설공제조합 운영위원회는 중요 결정 사안에 대해 건설공제조합 이사장의 독단을 견제할 수 있는 외형적 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사실상 무의미하다.
건설공제이사장을 견제할 운영위원회 위원장을 대한건설협회장이 맡고 있지만 국토부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운영위원회는 23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최삼규 대한건설협회장(이화공영)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부위원장인 건설공제조합 이사장과는 결정권을 양분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 건설사 대표이기도 한 대한건설협회장이 국토 개발권을 가진 국토부의 결정에 반대 의사를 전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건설공제조합 노조 관계자는 "위원회는 건설관계자가 절반으로 건협회장이 캐스팅 보드를 쥐고 있다"면서 "그런데 민간 건설회사 대표(최삼규 이화공영 대표)이기도 한 위원장이 국토 개발을 결정하는 국토부의 뜻을 거스르기 쉽지 않아 운신의 폭이 좁다"고 설명했다.
현 전무이사의 임기가 4월 말로 만료됐지만 국토부가 결정한 신임 전무이사는 선임되지 못했다. 현재 건설공제조합은 일반임원 4명이 전무이사 업무를 분장·수행하고 있다.
◇건설공제조합 노조, 국토부 전무 인사 반대 벽보(사진=한승수)
지난달 16일 발생한 국가적 참사 세월호 침몰 원인 중 하나로 정부 관료 출신 낙하산 인사가 지적되며, 선임을 보류한 것으로 풀이된다.
해수부로부터 해상운송안전을 위임받은 한국해운조합과 한국선급을 해수부 출신이 장악, 이들을 관리·감독해야할 해수부가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며, 결국 세월호 침몰의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선급의 경우 역대 12명의 회장 가운데 8명이 해수부 등 정부기관 관료출신이었다.
세월호 침몰을 계기로 해피아(해수부 출신), 모피아(재무관료 출신), 산피아(산업통상자원부 출신) 등 관료 출신자들의 유착 비리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건설공제조합 노조 관계자는 "세월호 사고로 관피아가 문제시되자 전무이사 내정을 무기한 연기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올해 말 이사장 임기도 만료됨에 따라 그 때까지는 인사 문제에 대해 언급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1963년 설립된 건설공제조합은 자본 5조1500억원 규모의 대형 조직으로, 지난해 87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조합원은 1만517개사며, 2013년 말 기준 국내 건설 수주액 91조3069억원 중 32조5111억원을 보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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