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여자 프로농구 지도자로 변신한 신기성(39) 부천 하나외환 코치가 '절실함'을 화두로 던졌다.
◇여자 프로농구 부천 하나외환의 신기성 코치. (사진=임정혁 기자)
15일 서울 종로구 청운동 하나외환 숙소에서 만난 신기성 코치는 "나부터 신인의 마음으로 돌아가려 한다. 내가 절실함을 갖고 임해야 선수들에게 그런 것들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신기성 코치의 책상 위에는 지난 시즌 하나외환의 경기를 녹화한 CD가 수북했다. 그 옆으로는 농구 코칭 관련 책도 있었다.
그는 "밤새 경기 장면을 돌려보면서 이렇게도 저렇게도 생각해본다. 어떨 때는 밤잠을 못 잘 때도 있다"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쳐주고 싶은 것이 많지만 우선 하나하나 해나가야 한다"고 웃어 보였다.
신기성 코치는 지난달 1일 하나외환 코치로 부임했다. 남자 프로농구 해설위원과 모교 고려대학교 코치를 지내던 도중 갑작스러운 소식이었다.
그는 "처음 여자팀 제의를 받고 많은 고민을 했다. 아무래도 남자 선수와 여자 선수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농구라는 자체로 보면 남자 농구와 여자 농구 모두 같은 농구다. 도전한다는 생각과 함께 농구를 가르친다는 일념으로 시작했다"고 각오를 밝혔다.
하나외환은 지난 시즌 최하위인 6위에 그쳤다. 그전 시즌에는 6개 팀 중 5위에 머물렀다. 이기는 것보다는 지는 게 익숙한 팀으로 몰릴 위기다. 하지만 안에서 지켜본 신기성 코치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그는 "들어와서 지켜보니 우리 선수들도 충분히 능력이 있다. 경험과 자신감이 조금 부족할 뿐"이라며 "자신감이나 어떤 한계점을 넘어서느냐 그렇지 않으냐 차이가 실력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턱대고 긍정적인 평가를 하진 않았다. 나름대로 변화의 움직임을 관측했다.
신기성 코치는 "처음 선수들 앞에서 이런저런 것들을 시범 보이니 신기해하면서도 '내가 그런 걸 어떻게 해'하는 표정들을 지었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다. 선수들이 가르치는 것을 정말 열심히 한다"면서 "제가 많은 것을 얘기해줘야겠다고 항상 생각하고 있다. 팀 전체 동기부여가 잘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김정은 같은 경우 에이스로서 팀을 일으켜 세워야겠다는 생각까지 가진 것 같다. 그런 게 에이스로서 자존심이다. 그래서 우리 팀이 희망이 있는 팀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신기성 부천 하나외환 코치가 선수 시절인 2004~2005시즌 TG삼보(현 동부)에서 뛸 당시 모습. TG삼보는 그해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정규리그 MVP는 신기성 코치 몫으로 돌아갔다. (사진제공=KBL)
신기성 코치의 구체적인 역할은 가드들을 육성하는 것이다. 선수 시절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불렸기에 하나외환은 신기성 코치에게 이 부분을 특히 기대하고 있다.
그는 "감독님도 그런 부분을 강조하신다. 저는 가드라인 때문에 하나외환에 왔다"면서 "김이슬, 신지현, 강이슬 등 어린 우리 가드 선수들의 경쟁력을 키우려 한다. 이 선수들이 팀의 새 물결로서 성장해야 하는 선수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 코치는 "지난 시즌 하나외환의 실책 수가 많았다. 그런데 그게 비디오 분석을 하니 가드만의 문제점은 아니었다"며 "선수 전원의 움직임이 잘 안됐기 때문이다. 어느 특정 선수만 지적하면 안 된다"고 개선점을 짚었다.
하나외환은 오는 28일부터 다음 달 12일까지 제주도 전지훈련을 계획하고 있다. 주로 기초 체력 훈련과 몸 상태 끌어올리기에 집중할 계획이다.
신기성 코치의 역할 중 박종천 감독을 도와 전지훈련 프로그램을 짜는 것도 빠질 수 없다.
그는 "제주도 훈련이 선수들에겐 조금 힘들 수도 있다. 제가 선수 시절 했던 것들을 감독님을 도와 시도하려 한다"면서 "선수들이 하도 힘들 것이란 얘기를 들어 조금 걱정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고 웃음 지었다.
하지만 신 코치는 "그래도 이런 것들을 거쳐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을 때 발전할 수 있다"고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신기성 코치는 이날 인터뷰 도중 남자 프로농구 김승현(삼성)의 은퇴 소식을 접했다. 김승현과 신 코치 모두 '가드 명문학교'로 불리는 송도중-송도고를 졸업했다. 신기성 코치가 3살 많아 함께 학교에 다닌 적은 없지만 프로 무대에서는 곧잘 맞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승현이 은퇴는 참 안타깝다. 많은 사랑을 받았던 선수인데 마무리가 조금 아쉬운 것 같다"며 "인터뷰 끝나면 바로 전화 통화할 계획"이라고 후배 사랑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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