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말에 불편한 공직사회..안타까움·분노·회한
2014-05-20 14:14:56 2014-05-20 16:25:45
[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공직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전날 박근혜 대통령의 강도 높은 담화 내용에 주요 정부부처 공무원들은 극도로 말을 아끼면서도 불안감을 감출 수 없는 모습이다. 대대적인 공직 개혁 작업이 예고되면서 관가는 그야말로 '좌불안석(坐不安席)'이다.
 
일부는 공무원이 유착과 비리 온상으로만 비춰지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나타내면서도 현상의 원인에 대한 고민 없이 무조건적으로 척결 대상으로 간주되는 것에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19일 박근혜 대통령은 해양경찰 해체를 비롯해 안전행정부와 해양수산부의 권한 대폭 이양, 행정고시 축소와 민간채용 50% 확대, 관피아 척결 및 퇴직공직자 취업제한 등의 내용을 담은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9일 청와대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News1
 
대통령의 담화에 주요 정부부처 공무원들은 예상치 못한 초강수라며 당황한 반응을 보였다.
 
중앙부처 A과장은 "예상보다 더 강력한 내용"이라면서 "그저 당황스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같은 부처 B과장도 "강도 높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이라며 말을 아끼면서도 불안감을 드러냈다.
 
특히 대통령의 해경 해체, 안행부와 해수부의 권한 대폭 축소 등의 강도 높은 발언에는 '잘못하면 조직 자체가 없어진다'라는 위기감에 긴장한 모습이다.
 
여기에 퇴직 공직자의 취업제한 대상 기관 수를 현재보다 3배 이상으로 늘리고 업무 관련성의 판단 기준도 소속 부서에서 소속 기관의 업무로 확대하는 '관(官)피아(관료+마피아)' 척결 방안에는 씁쓸함도 감돌았다.
 
중앙부처 C사무관은 "사기저하된 것은 사실"이라며 "힘들게 공부해 들어왔는데 퇴직 후 갈 곳이 없다는 사실에 씁쓸하다"고 털어놓았다.
 
일부는 관피아 척결에는 공감하면서도 근본 원인에 진단 없이 무조건적으로 공무원들을 옥죄기만 하는 대책에는 불편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중앙부처 한 고위 관료는 "관피아 척결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퇴직 공무원 한 두사람의 잘못으로 공무원 전체가 유착과 비리의 온상으로 비춰지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공직 사회에 오랫동안 존재했던 용퇴 문화 등 근본적인 진단 없이 무조건적으로 공무원들을 옥죄기만 하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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