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대책위측 "박 대통령 담화는 50점..구체성 없어"
"미행한 경찰, 유가족들에게 시비도 걸어"
2014-05-20 09:45:49 2014-05-20 09:50:14
[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19일 대국민담화에 대해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은 "50점 정도"라고 혹평했다.
 
유경근 세월호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20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저희가 말씀드린 게 어느 정도 반영된 부분도 있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들이 상대적으로 미흡하거나 아예 언급이 안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유 대변인은 가장 중요한 것은 실종자 구조 문제라며 어제 담화에서 이에 대한 언급이 한마디도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해경 해체' 선언에 대해선 "(해경이) 직접 구조를 열심히 진행해야 될 상황"이라며 "과연 지금 최선을 다해야 될 해경이 과연 그 임무를 다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유 대변인은 유가족들이 요구해온 특검·특별법 등을 박 대통령이 수용한 것에 대해선 일반적인 언급에 그쳤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저희가 요구한 내용을 보면 어떻게 운영 할 것인가 하는 그런 방법적인 측면이 굉장히 의미가 크다"며 "이번에 어떻게 제대로 특검을 진행할 것인가에 대한 어떤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유경근 대변인(왼쪽 첫번째)를 비롯한 유족 대표단들이 16일 오후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 내용에 대해서 발표하고 있다. ⓒNews1
 
한편, 유 대변인은 정보 경찰들이 유가족들을 미행하다 발각된 사건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다.
 
유 대변인에 따르면, 유가족들은 19일 저녁 진도로 내려가던 중 전남 고창에 위치한 고인돌 휴게소에서 낯익은 사람들이 미행하는 것을 발견하고, 쫓아가서 신분확인을 요구했다.
 
그러나 한 정보 형사는 "저는 당신들은 다 처음 보는 사람이다. 왜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그러냐"고 신분확인을 거부했다. 유가족들의 요구가 이어지자 해당 경찰은 15분만에 경찰임을 실토했다.
 
그 와중에 그 형사와 동행한 또 다른 정보 형사는 유가족들에게 다가와 경찰 신분임을 숨기고 "왜 나한테 아까 지나가면서 쳤냐"며 시비를 걸기도 했다.
 
유가족들이 이에 "죄송하다. 경찰인 줄 알고 그랬다. 저희가 잘못 알았다"고 거듭 사과했다. 시비를 건 정보형사 역시 이후 경찰관 신분임이 들통났다.
 
정보형사들은 이후 유가족들이 거세게 항의하자 "가시다가 혹시 도움이 필요하거나 보호할 일이 있을 것 같아서 그랬다"고 구차한 답변을 내놓았다.
 
유 대변인은 이날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과 관련해 "저희가 신분확인을 요구했을 때 정확히 목적과 신분을 밝히면 됐는데, 굉장히 당황하면서 계속 (경찰임을) 부인했기 때문에 (그들이 주장하는) 의도와 목적을 믿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최동해 경기경찰청장과 구장회 경기 안산단원경찰서장은 20일 새벽 경기 안산 정부 합동 분향소를 찾아 유가족들에게 사과했다. 그러나 그들 역시 미행 목적에 대해선 '보호하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행 중단을 약속했다.
 
유 대변인은 "(대통령은 면담에서 '더 이야기 나눠보자'고 했는데) 유가족들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가 근본적으로 이런 것이구나,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을 한 것이라고 저희가 분명히 느꼈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뒤에서 우리를 대하는 것이 완전히 다르다"고 성토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는 20일 오후 1시 기자회견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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