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1965년 5월27일, 미국을 방문 중이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한일 수교문서 서명 한달 전인 이날 딘 러스크 미 국무장관에게 이런 말을 전한다.
"수교 협상에서 비록 작은 것이지만 화나게 하는 문제 가운데 하나가 독도 문제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도를 폭파시켜 없애버리고 싶다."
일본의 영토권 주장을 불식시키고 한일관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생각하고 그것도 중요한 외교상대에게 내 뱉은 해법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충격적이다.
문제를 풀기보다는 제거한다는 발상인데, 이는 2012년 대선과정에서 발언의 진위를 둘러싸고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의 역사관을 검증하기 위해 우회적으로 거론하자 박 후보측이 허위사실 유포라며 발끈, 논란이 가중됐다.
그러나 이후 확인된 것이지만 이 발언은 미국 국립문서보관소에 기록·보관돼 있다가 2004년 기밀해제되면서 세상에 알려진 명확한 사실이다.
독도가 한일 수교에 걸림돌이 되자 답답한 마음에 생각한 말이라고 하기에는 말의 주체와 말의 끝이 향하는 대상이 너무나도 무겁다.
무엇보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서 일국 최고지도자의 생각과 발언으로 믿고싶지 않을 정도다.
'해결'보다 '제거', '파괴'를 생각하는 놀라운 문제인식은 2014년 5월 현재도 논란이 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안전과 구조행정의 부실의 책임을 묻기 위해 해양경찰청을 해체하기로 결정한 것은 안타깝지만 49년전 그의 부친이 생각한 독도폭파론과 너무도 닮아 있다.
해양경찰의 무능과 뿌리깊은 병폐를 해결해야하는 것이 복잡하니 차라리 없애버리자는 지극히 단순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없앤다고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동안 수 없는 정부조직개편이 있었고, 박근혜 정부 첫해에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주도하에 조직개편이 단행됐지만 폐지되거나 통폐합된 부처의 공무원들이 연기처럼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합집산을 할 뿐 그 공무원이 그 공무원이다.
문제의 원인과 해법을 제시하려하지 않고 일단 폐지, 파괴, 제거하고보자는 식의 해결방식은 제2, 제3의 조직개편을 부를 수밖에 없다. 지금껏 정부조직개편의 역사가 그랬다.
더군다나 지금 진도 앞바다에는 여전히 찾지못한 시신이 있고 수색작업도 계속되고 있는 상황.
현재 수색의 주체인 해경을 해체하고, 안전행정부와 해양수산부의 조직도 전면적으로 개편하겠다는 발표부터 던지는 것은 당장의 수색작업을 철저하게 외면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실종자 가족들이 박 대통령 담화 직후 구조와 수색업무에 대한 동요를 가장 먼저 걱정하고 나선 것은 당연한 일이다.
돌이켜 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이같은 문제해결방식은 처음이 아니다.
총리가 문제라면 총리를 자르고, 해경이 잘 못하니 해경을 없앤다.
세월호 사고를 보니 대한민국은 총체적인 난국인데, 다음엔 또 어떤 것을 없애자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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