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기자] 환율 변동을 대하는 중소기업의 온도차가 극명하다. 지속적인 원화 강세로 수출 기업은 울상이지만, 재료를 수입해 제조하는 곳들은 환차익의 수혜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
최근 원·달러 환율은 3년여간 박스권 하단으로 여겨졌던 1050원 선을 허물고 5년9개월 만에 최저 수준인 1022원까지 하락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8일부터 13일까지 수출 중소기업 100곳을 대상으로 '최근 환율변동에 따른 중소기업 영향조사'를 실시한 결과, 수출 중소기업이 예상하는 올해 손익분기점 환율은 1038.1원으로 나타났다.
또 환율 하락으로 수출 중소기업의 91.5%가 채산성(수익성) 악화를 예상했다. 업종별로는 금속·철강(75.0%), 고무·화학(71.4%), 기계(68.8%), 음식료(66.7%) 등의 순으로 채산성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 중국, 유럽 등 27개국으로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리홈쿠첸(014470)은 환율 하락에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내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어 수출해 원가는 그대로지만, 판매로 인한 환차손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리홈쿠첸 관계자는 "환율 1원에도 민감한 상황"이라며 "환율이 10원 떨어질 때마다 매출이 10% 떨어진다"고 토로했다.
이어 "문제는 해외 바이어들이 환율 사이클을 알고 있어 환율이 하락하면 물건값을 깎고, 주문량을 늘리는 경향이 있다"며 "같은 물량을 팔아도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일부 업체들은 환율 하락으로 환차익을 누리면서 실적에 반영되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삼천리자전거(024950)는 2000년대 들어 자전거 국내 생산을 중단하고 중국으로 대부분 설비시설을 이전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국내에 역수입하고 있다. 이에 환율이 하락하면 원가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국내 판매량이 99%에 달하기 때문에 수익성도 높아지는 이점이 있다.
삼천리자전거 관계자는 "환율 100원당 5% 정도의 환차익을 누린다"며 "2분기 실적이 긍정적으로 전망되는 요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오로라(039830)는 전체 매출의 95%가량이 미주와 유럽 등으로의 수출로 발생하지만, 환율 변동성에 크게 동요하지 않고 있다. 생산기반 자체가 해외에 있어 제품 생산부터 판매까지 발생하는 비용이 달러로 계산되고, 매출도 달러로 벌어들이기 때문이다.
오로라 관계자는 "환율에 따라 원화로 계산되는 매출액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수익적인 측면에서는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외부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어 1년 사업계획 수립 시 회사의 비전을 체계적으로 세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위험자산 선호 확대와 경상수지 흑자 등으로 상반기 원·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1000원 선을 위협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하반기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출구 전략으로 환율 상승도 예상된다.
손은정 우리선물 연구원은 "미 연준의 출구전략 본격화와 미국 국채 금리 상승에 대한 기대감에 하반기로 갈수록 달러 강세가 예상된다"며 "출구전략에 대한 발언 강도에 따라 연말이나 내년 초 원·달러 환율은 1050선 부근까지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춤추는 환율에 기업들의 희비가 명확히 엇갈리면서 불확실성 제거를 위한 정책적 지원의 필요성도 높아졌다. 다만 키코의 악몽이 발목을 잡는다.
중소기업연구원 관계자는 "무역보험공사의 환 변동보험 등 정책적 수단을 이용해 수출입 대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만 수출 비중이 내수 대비 낮은 기업은 환율 변동에 따른 차익보다 보험비가 더 소요될 수 있어 중장기적으로 따져 가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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