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고은기자] 네거티브 선거방식이 '네가 되면 안 되는 이유'를 들고 나서는 것이라면 포지티브 선거방식은 '내가 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한 성실한 주장이다. 바람직하고도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선거방식은 물론 후자다.
지방선거 본투표일을 이틀 앞둔 2일, 서울시장 선거판은 '농약급식' 공방으로 치열한 상태며 '후보자 부인 행방', '현대중공업 산재 책임' 등 각종 네거티브 이슈들이 여전하다.
네거티브 선거전이 과열되며 유권자들이 고개를 돌리는 양상이지만 정몽준 새누리당,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가 네거티브 메시지 던지기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두 후보는 2일 각각 '시장'과 '어린이집'을 찾고 '내가 돼야 하는 이유'를 호소했다.
정몽준 후보는 이날 서울 양천구 신영시장을 방문하고 장소에 걸맞은 '경제 활성화' 이슈를 집중 부각시켰다.
정 후보는 "박 후보가 지난 3년간 뭘 했나. 서울의 골목 경제를 확실히 죽였다"라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서울에 재개발·재건축 지구 숫자가 393개인데 박 후보는 3년간 7개만 최종 허가해줬다"며 선거운동 초기부터 제기해온 '박원순=일 안 하는 시장' 프레임을 이어갔다. 정 후보는 '용산개발' 재추진 의사를 거듭 밝혀온 상황이다.
정 후보는 다음 유세지역이었던 서울 동작구 성대시장에서도 같은 메시지를 반복하며 자신이 경제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정몽준=일 하는 시장'이라며 자기가 되어야 하는 이유를 주장하며 표심에 호소했다.
한편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구립 어린이집을 찾은 박원순 후보는 '유아 보육' 정책에 초점을 맞췄다.
박 후보는 어린이집 학부모들과 면담한 후 "서울에는 대기 순서가 길다. 2년 이상 기다려야 하고 10만 명 이상의 대기 아동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 공약으로 1000개 국공립 어린이집을 추가 공급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물리적 숫자 공급만이 아니라 운영 개선을 할 점도 많다. 앞으로 어린이 들을 맘 편히 낳을 수 있게 해 부모뿐만 아니라 정부가 키워준다는 구조로 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어린이집 방문 일정 중간 자신에게 제기된 '농약급식' 논란의 의식한 듯 직접 앞치마를 두르고 어린이집 아동들에게 점심 식사를 나눠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렇듯 두 후보가 선거 이틀 전 던진 포지티브 메시지는 '경제' 대 '보육'으로 다른 양상이다. 선거 직전인 시점에서 두 후보가 마지막으로 꺼낸 화두인 만큼 유권자의 관심도 가장 높은 의제로 분석된다. 서로 다른 어젠다(Agenda)로 차별화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경실련이 2일 발표한 '서울시장 후보 53개 주요 정책 현안에 대한 입장 비교 분석' 자료에 따르면 두 후보는 서울시 현안 12개 중 7개에 대해 다른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연한 말이지만 어떤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되느냐에 따라 서울시의 모습이 전혀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두 후보는 우선 '주거복지 증진', '금연구역 확대', '자전거 도로 확충', 'SH공사 후분양·공사비 내역 공개', '대중교통 요금 인상 반대'에 대해서는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단, '경전철 사업', '미 대사관 부지 호텔 건립', '서울시 발주 공사 최저가낙찰제 유지 및 턴키 등 대안입찰 방식 중단', '강북 공항터미널 건립', '한강 서해뱃길', '청계천 복원' 등의 현안에 대해서는 반대되는 입장을 보이거나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그러나 이같이 두 후보가 서울시 현안에 대해 접점보다는 이견을 보이는 부분이 많지만 서울시민들의 정책선거에 대한 관심은 낮은 수준이다. 나름대로의 포지티브 전략 부분이 표심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은 주목할만 하다.
이번 분석을 진행한 경실련 정치입법팀 관계자는 통화에서 "아직 선거가 끝난 상황이 아니라 잠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경실련에서 운영하는 '후보선택도우미' 사이트 이용률이 저조한 분위기가 있다"고 밝혔다.
2일 오후 6시 현재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정책을 비교할 수 있는 경실련의 후보선택도우미 사이트 이용자 수는 5000명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사이트 이용자 수가 가장 많은 선거 전날과 선거 당일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관계자가 밝힌 직전 지방선거 이용자 수인 약 5만명에 비해 한참 모자라는 숫자여서 정책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낮은 수준임을 유추할 수 있다.
정 후보는 지난달 12일 서울시장 후보 수락연설에서 "이혜훈 후보님의 정책을 합하여 반드시 서울시를 탈환하겠다"며 정책 선거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박 후보도 같은 날 국회 정론관을 찾아 '새로운 선거'를 하겠다며 '네거티브 없는 선거'를 제안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지방선거 본투표일까지 이틀밖에 남지 않은 2일, 두 후보는 선거 전 마지막 TV 토론을 앞두고 있다. 공식적인 TV토론은 모두 끝났지만 유권해석과 더불어 양 후보가 승인함으로써 성사된 자리다. 네거티브 선거전략의 홍수에서 포지티브 쟁점 및 주장을 내세운 이번 토론회가 '누가, 어떤 서울을 만들지' 따질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좌)와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우)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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