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특수강 인수 놓고 눈치작전 치열..물고 물리는 먹이사슬
2014-06-11 17:22:18 2014-06-11 17:26:37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동부제철 인천공장에 이어 동부특수강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면서 누가 주인이 될 지에 대해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매물을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품목별 업계 순위가 충분히 뒤바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장기간 업황 침체 속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고 있는 도전자과 기존 시장을 지키려는 수성자 간 전략이 M&A 시장에 그대로 투영되면서 동부제철 매물이 업계의 판도를 뒤흔들 핵심 열쇠로 부상했다.
 
현재 포스코가 동부 인천공장과 동부 발전당진의 인수를 놓고 장고에 돌입한 가운데 이번에는 동부특수강을 두고 특수강업계 눈치작전이 시작됐다.
 
동부특수강은 포항공장에서 연간 45만톤 선재를 가공해 주로 현대·기아차에 제품을 납품한다. 자동차 수요가 늘면서 업황 침체 속에서도 2013년 전년 대비 9.2% 증가한 406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특수강은 후판이나 H형강 등 전방산업 부진으로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다른 강종에 비해 수익성은 물론 향후 성장 가능성도 높은 품목으로, 동부그룹이 내놓은 매물 중 알짜로 평가된다.
 
동부특수강은 지난 4월 모그룹인 동부그룹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매각에 합의함에 따라 이르면 이달 말 산업은행 사모펀드부가 동부특수강 지분 100%를 1100억원에 인수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동부그룹에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고, 산은은 이를 재매각해 자금을 회수한다는 방침이다.
 
◇포항 동부특수강 공장 전경(사진=동부특수강 홈페이지)
 
업계에서는 동부특수강 인수 후보군으로 세아그룹, 현대제철, 포스코를 꼽는다.
 
현재로서는 세아그룹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이태성 세아베스틸 상무는 지난 9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철의 날 행사에서 "동부특수강 인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세아그룹이 동부특수강을 인수할 경우 특수강 사업을 시작하는 현대제철을 견제하는 동시에 그룹 전체에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아그룹의 주요 계열사 중 하나인 세아특수강은 지난해 기준 냉간압조용 선재(CHQ WIRE) 분야에서 42.5%의 시장 점유율로 1위를 지켰다. 특수강 1차 공정을 담당하는 세아베스틸 역시 47%가 넘는 시장 점유율로 업계 1위다.
 
이 상황에서 동부특수강까지 인수할 경우 국내 특수강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1위 자리에 오르게 된다.
 
현대제철의 특수강 사업 진출로 현대·기아차 물량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해외사업 확대와 연계해 덜 수 있다. 세아특수강은 올 하반기 중국 제2공장인 톈진공장이 완공되면 이를 토대로 해외매출 비중을 더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특수강 사업을 새로 시작하는 만큼 기술 및 운영 노하우를 단기간 내에 습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현대차그룹의 수직계열화 작업을 앞당길 수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 4월 당진제철소 내 특수강공장 건설부지에서 기공식을 갖고 내년 8월 완공을 목표로 연산 100톤 규모의 특수강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투자금액은 총 8442억원이다.
 
이와 관련해 박승하 현대제철 부회장은 지난 9일 철의 날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구체적으로 인수에 대해 검토된 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현대제철을 동부특수강 인수의 유력한 후보로 꼽는다. 굳이 현대제철이 아니더라도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동부특수강 인수에 참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차그룹이 자동차 생산을 중단하지 않는 이상 특수강 공급은 필수적인 데다, 현대·기아차라는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특수강 사업의 성장과 안정성도 보장되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국내 유일의 선재 생산회사로서 동부특수강 인수를 통해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동부특수강은 현재 포스코로부터 전체 사용량의 80% 이상을 공급받고 있다.
 
다만 포스코가 현재 동양파워와 동부 패키지 인수전에 참여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인수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포스코가 재무구조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는 데다 지난해에 비해 올해 투자금을 축소한 만큼 동시에 다발성 인수작업을 추진하기에는 재정적 여력이 어려울 것이란 설명이다.
 
때문에 포스코가 직접 참여하는 대신 다른 후보자인 세아제강을 간접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포스코 입장에서는 최근 급격하게 몸집을 불리며 자사를 위협하고 있는 현대제철보다는 세아제강이 동부특수강을 인수하는 편이 여러 모로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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