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공사, 한전의 밀어붙이기와 밀양의 버티기
2014-06-23 10:00:00 2014-06-23 10:00:00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밀양 송전탑 공사를 놓고 한국전력(015760)과 밀양 주민간 대립이 여전히 팽팽하다.
 
한전으로서는 올해 상반기까지 송전탑 공사를 못 마치면 신고리 원전 3·4호기 연내 가동이 어려운 상황. 이에 주민을 회유하는 방법까지 동원했지만 송전탑 반대 주민과 시민단체는 노후원전 폐쇄와 탈핵 여론을 바탕으로 농성을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23일 한전은 밀양시 상동면 여수마을과 송전탑 공사를 돕는 자매결연을 맺었다.
 
여수마을은 마을 중간으로 송전탑이 지나는 탓에 올해초 만해도 송전탑 설치를 반대했지만 송전탑 필요성을 꾸준히 전달하고 주민을 설득한 한전에 손을 든 것. 한전은 이곳 마을회관에 TV와 냉장고 등을 설치하고 싱크대와 보일러를 교체해줬다.
 
한전 관계자는 "한전은 밀양 송전탑이 들어설 4개면 30개 마을 중 28곳과 공사에 합의했다"며 "28개 마을에는 마을 한가운데로 철탑이 들어서는 바람에 반대가 특히 심했던 산외면 보라마을, 상동면 여수·고정마을, 평밭마을 등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애초 경찰력을 동원해 송전탑 공사를 강행해 무리한 공권력 행사라는 비판을 샀던 한전이 전략을 바꿔 마을을 회유하기로 한 작전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한국전력)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송전탑 반대 주민들의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지난 11일 한전이 송전탑 반대 농성장을 철거하는 행정대집행을 실시한 후 시위가 잠시 주춤했지만 곧 '밀양 송전탑 시즌2'라는 구호를 걸고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우선 대책위는 11일 행정대집행의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오는 25일 오후 2시 국회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진선미·장하나 의원실 주관으로 농성장 강제철거 증언대회를 열고 정부의 공권력 행사를 고발하기로 했다.
 
11일 한전이 전격적으로 강행한 송전탑 반대 농성장 철거에는 한전과 밀양시청, 밀양경찰서 등에서 약 2550명이 동원됐으며, 다수의 주민이 경찰에 연행되고 부상당했다.
 
대책위는 또 7개 마을 농성장을 새로 마련했으며 더 많은 지지자를 모으기 위해 지금까지 150여차례 진행된 밀양 촛불집회를 장터 형식으로 바꿔 주민이 키운 농산물들을 판매하고 주민과 지지자들이 함께하는 협동조합 형태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밀양 송전탑 공사 과정에서 인권이 침해되고 마을 공동체가 파괴된 기록들을 모아 백서를 내는 한편 한전의 공권력 남용에 제재를 가할 관련법 개정과 재산권 소송, 송전탑 공사의 근거가 되는 '송·변전설비 주변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과 '전기사업법', '전원개발촉진법' 개정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모두가 알아서 기고 힘없고 약한 이들의 운명이 가랑잎처럼 굴러다니는 야만의 시대에 밀양의 어르신들은 10년간 싸웠다"며 "앞으로도 싸울 것이고 굴하지 않는 인간의 정신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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