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훈 신한은행장이 17일 신한지주 사장에 선임되면서 그룹 내 2인자의 자리에 오르게 됐다.
이에 따라 `신한호'는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신상훈 사장-이백순 은행장의 3각 체제로 진용을 갖추고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를 헤쳐나가게 된다.
◇ 포스트 라응찬 시대 포석
신 전 행장의 지주사 사장 취임은 금융권 안팎에서 이미 예견됐었다. 라 회장을 이을 차기 후계자로 일찌감치 물망에 올랐기 때문이다.
신 사장은 행장 재직 때 대과없이 은행을 이끌었다. 지난 2007년 2월 최영휘 전 신한지주 사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비상근이사(등기임원)로 올라 그룹 경영에 참여하면서 사실상 후계자 구도를 굳혔다.
라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라 회장은 은행장 3기 연임과 부회장 2년, 지주회사 회장 3기 연임을 통해 19년 동안 신한의 CEO(최고 경영자) 자리를 지켜온 만큼 내년 임기를 마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이번 인사가 `포스트 라응찬' 체제를 대비하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 사장은 앞으로 라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면서 경영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라 회장은 이인호 전 사장 시절에도 일선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고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며 그룹의 큰 결정에만 참여해왔다. 따라서 라 회장의 임기가 남아있지만, 그룹의 무게 중심은 신 사장 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신 사장은 계열사간 경영을 조율하는 한편 이 행장과 함께 신한의 설립 뿌리인 재일 교포 관리에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 위기극복이 경영 능력 시험대
새 경영진은 경기침체와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그룹을 이끌어가야 할 부담을 안았다. 당장 눈앞에 놓인 금융위기는 이들의 경영 능력을 시험하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 사장과 이 행장은 창립 멤버로서 오랜 시간 은행에서 함께 손발을 맞춰왔기 때문에 경영 호흡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지주 고위 관계자는 "세계 유수의 금융기관들이 `살아남는 것'을 목표로 삼는 상황에서 (경영진이 바뀌었다고 해서) 급격한 변화를 추구하거나 새로운 방향으로 전략을 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지주는 국내 금융지주사 가운데 비교적 튼튼한 재무구조를 갖고 있다. 주력 자회사인 신한은행의 경우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작년 말 13.42%로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높고, 기본자기자본 비율(Tier 1) 비율 역시 9.30%로 상위 그룹에 속한다.
다른 지주회사에 비해 균형잡힌 포트폴리오를 갖춘 것도 강점이다. 비은행 부분의 당기 순이익 기여도는 2006년 24%, 2007년 34%에서 2008년 48%에 이른다.
하지만 경기침체 여파로 은행 부문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데다 은행을 보완해주던 카드, 증권 등 비은행 부분까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은행은 건설, 구조조정, 해운업 등의 구조조정 여파로 수익성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신 사장은 취임 이후 당분간 위기극복과 계열사 간 균형잡힌 성장에 치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은행을 제외하고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그룹의 인지도를 높이는데도 공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 중장기 비전 제시해야
신한지주는 옛 조흥은행과 LG카드 인수 이후 타 지주사와의 경쟁에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내부 역량 강화'를 위해서라지만 시장에서는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으로 비쳐졌다.
2012년까지 세계 50위, 아시아 10위의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거듭난다는 중장기 목표가 있지만, 실행 방안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금융권은 그러나 이번 위기가 어느 정도 가라앉으면 신한지주가 다시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달 1조6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것이 그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이번 유상증자는 경기침체에 대비해 지주사의 자본을 확충해 놓자는 취지였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기본 자본을 확충해놓으면 앞으로 경제가 회복됐을 때 제일 먼저 인수합병(M&A) 등에서 치고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신 사장이 그룹의 중장기 비전 달성에 노력하면서 세부적인 전략에서는 특유의 창의적인 발상을 내놓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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