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영택·이충희기자] 글로벌 누적 생산대수만 3000만대가 넘어서면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 중 하나로 이름 올린 '해치백의 대명사'. 높은 대중성을 바탕으로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해치백이라는 새로운 세그먼트를 탄생시킨 주인공.
폭스바겐 골프다.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이 '해치백의 무덤'이라는 기존 관념에서 나온 우려도 폭스바겐 골프에게는 그저 기우에 불과했다. 지난 2009년 9월 국내에 출시된 6세대 골프는 3년 8개월만에 총 1만8000여대가 팔려 나갔을 정도로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뒤늦게 현대차와 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해치백 모델을 앞다퉈 선보이면서 골프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역부족이었다.
골프는 40년 폭스바겐의 전통을 계승하는 동시에 끊임없는 진화와 혁신을 더해왔다.
화려한 디자인과 최첨단 편의사양보다 '잘 달리고', '잘 서고', '안전한' , 그러면서도 질리지 않는 자동차 본질에 충실한 폭스바겐의 7세대 골프를 <카통>팀이 꼼꼼히 분석해 봤다.
◇7세대 골프.(사진=폭스바겐코리아)
◇역시 아우토반 DNA, 2.0 TDI의 막강 출력
주행성능 : ★★★★☆
폭스바겐이 공개한 7세대 골프 2.0 TDI 모델의 최대출력은 150ps, 최대토크는 32.6kg.m에 이른다. 디젤 해치백 라인의 경쟁차종인 BMW 1시리즈 어반라인(Urban Line)과(143ps/32.7kg.m) 벤츠A 클래스(136ps/30.6kg.m)의 엔진 출력을 앞서는 주행성능이다.
◇골프와 경쟁모델들의 스펙 비교.(자료=네이버자동차)
최대출력을 직접 점검해 보기 위해 자유로를 타고 통일전망대를 넘어 파주 LCD 단지까지 내달렸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아서일까. 가속 페달을 힘껏 밟자 차는 순식간에 시속 100km를 넘어섰다. 폭스바겐이 공개한 이 차의 제로백(0km/h→100km/h)은 8.6초다.
2리터급 디젤 엔진에 이 정도 출력이면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더구나 이 차를 선택하는 소비자 중 상당수가 여성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정도의 엔진 힘은 더할 나위 없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골프 2.0 TDI 엔진부.(사진=뉴스토마토)
또 한 가지 주행성능을 증명받기 위해 중요한 것이 바로 변속기의 자연스런 움직임이다. 1단에서 6단까지 치고 올라갈 때 변속기의 전환 속도가 빨랐고 덜컥거리며 걸리는 느낌도 없었다.
시속 100km 이상의 주행을 이어가면서 커브길을 돌 때나 차선 변경을 할 때도 서스펜션이 안정적으로 차체의 흔들림을 감소시켰다. 전륜구동이라는 특성 역시 바닥면과의 우수한 접지력을 완성시켰다는 평가다.
이러한 주행 우수성은 지난해 4월 전세계 23개국 자동차 전문기자들이 선정한 '2013 월드 카 오브 더 이어(WCOTY)'를 비롯해 '2013 유럽 올해의 차', '2012 오토 트로피' 등 출시 8개월 만에 객관적 권위가 빛나는 상을 17개나 석권하는 계기가 됐다.
◇편의사양 없애고 가격 낮춘 유럽산 대중차
편의사양: ★★☆☆☆
국내에서 독일산 자동차의 대중화를 주도하고 있는 폭스바겐이지만, 7세대 골프를 출시하며 '프리미엄의 대중화'를 선언한 당찬 포부에는 한참 못 미치는 편의사양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가격은 국내 중형세단 이상, 편의사양은 이하다. 다양한 첨단 기능들(크루즈 컨트롤, 차선이탈 자동경보 등)이 빠졌고, 센터페시아 한가운데 놓인 5.8인치 디스플레이에는 네비게이션 기능조차 없다.
◇골프에 탑재된 5.8인치 디스플레이.(사진=뉴스토마토)
운전석과 조수석의 위치, 높낮이를 조절하는 장치는 수동으로 다뤄야 하며 좌석 전반적으로 적용된 직물시트는 고급스러움과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 차를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평가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독일차'의 명성 때문인데, 사실 이러한 허세와 거리를 두는 운전자라면 3000만원이 넘는 해치백 모델을 선택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주행성능을 논외로 치자면 같은 값에 편의사양을 다양하게 장착한 국산차들은 넘치고 넘친다.
'스톱&스타트' 기능은 대다수 유럽산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적용됐다. 주행 중 신호대기에 걸려 브레이크를 밟으면 엔진이 자동으로 꺼졌다가 브레이크를 떼면 다시 시동이 걸리는 시스템이다.
킬로미터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효과적으로 감소시켜 주는 동시에 연비 효율성도 높인다. 익숙치 않은 운전자들에게는 다소 거슬릴 수 있겠으나, 환경과 연비,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3일 내내 무더운 날씨 속에 에어컨을 틀어놓고 시내와 고속도로를 오가며 약 380km를 주행한 뒤 얻은 연비는 리터당 14.9km였다. 표시연비(16.7km/l)보다 적게 나온 것은 에어컨의 영향과 출력 점검을 위한 거친 주행 때문으로 보인다.
◇시내와 고속도로 380km를 주행한뒤 얻은 평균 연비는 리터당 14.9km였다. 에어컨 가동을 하며 다소 거칠게 몰았던 점이 영향을 미쳤다.(사진=뉴스토마토)
◇에어백 7개 장착..다양한 안전장치 탑재
안정성: ★★★★☆
안정성 측면에서는 비교적 후한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폭스바겐이 자랑하는 '다중 충돌 방지 브레이크'가 탑재됐는데, 이는 1차 사고 이후 발생하는 충격에너지를 차가 스스로 제어해 더 큰 후속사고를 방지해 준다. 가령 고속도로에서 가드레일을 받은 차가 이 때 받은 충격으로 튕겨나가지 않도록 자동으로 제동을 걸어준다.
독일의 최대 자동차 클럽인 ADAC로부터 '옐로우 엔젤(Yellow Angel) 안전 혁신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공신력이 높다.
고강도 강판도 7세대에 이르면서 확대 적용돼 '2012 유로앤캡(EURO NCAP)'에서 별 5개를 획득하는 쾌거를 거뒀다.
에어백은 7개나 장착이 됐다. 운전석과 조수석, 측면, 무릎 보호 에어백 등 어느 곳에서 발생할 지 모를 위험을 최대한 방지하고 있다.
운전을 하다 보면 언덕길을 오르는 도중 차를 멈춰야 할 경우가 꽤 있다. 문제는 이후 브레이크에 발을 떼는 순간 차가 뒤로 밀리며 뒷차와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데, 골프는 기본적으로 언덕 밀림 방지 시스템이 탑재돼 있어 이러한 걱정도 덜었다.
◇신형 골프의 안정성을 향상시킨 MQBB(Modular Transverse Matrix: 가로배치 엔진 전용 모듈 매트릭스) 플랫폼. 고강도 강판이 확대 적용됐다.(사진=폭스바겐코리아)
◇유럽인들이 사랑한 해치백, 국내에선 호불호 엇갈려
디자인 : ★★★☆☆
골프의 디자인 철학은 '지속성'에 있다.
40여년간 여섯 번의 진화를 거듭하면서도 여전히 본래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골프를 두고 자동차 마니아들은 '뚝심있는 자동차'로 평가한다. 국산 자동차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디자인의 '전통'에 폭스바겐의 자부심이 그대로 묻어나 있다.
◇6번을 진화하면서도 전통을 잃지 않은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7세대 골프.(사진=폭스바겐코리아)
해치백이라는 세그먼트를 국내에 처음 도입해 성공을 거둔 모델이라는 점에서 후한 평가를 줄 수 있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유럽인들이 해치백을 사랑하는 것만큼의 열정을 갖고 있지는 않다. 그만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수 있는 모델이다.
전면부에는 1세대 골프처럼 수평라인 상의 균형이 잘 잡혀 있어 차량 폭이 보다 넓어 보인다. 양 측면에는 칼로 자른 듯한 날렵한 모습이 형성돼 있고, V자 모양의 후드가 공격적으로 변신한 헤드라이트와 라디에이터 그릴과의 적절한 조화를 이뤘다.
◇전작보다 공격적인 느낌으로 변한 전면부.(사진=뉴스토마토)
후면부는 해치백의 교과서라는 애칭이 붙을 만한 디자인 요소가 가미돼 있다.
양쪽 끝까지 넓게 펼쳐진 유리창, 폭스바겐 마크를 넓게 둘러싸고 있는 둥그스름한 굴곡형 디자인은 차량 뒷모습만 봐도 이것이 골프임을 알아볼 수 있게 한다.
◇해치백의 교과서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골프의 후면부.(사진=뉴스토마토)
내부 디자인은 크게 특별할 것 없이 '대중차'라는 느낌이 물씬 풍긴다.
디스플레이는 십수년전의 16컬러, 64컬러 휴대폰 화면을 연상케 할 만큼 단순해 보인다. 화면 자체도 상당히 작은 편인데, 그래도 평균·순간 연비, 남은 연료의 양, 온도 등 주행 중 꼭 필요한 정보들은 계기판에서 직접 확인하고 조작할 수 있다.
공간은 7세대로 진화하면서 더욱 넓어졌다. 7세대 골프의 전장은 4255mm로, 전 세대에 비해 56mm 길어졌다. 휠베이스도 2637mm로 59mm 늘어났으며, 앞 바퀴가 43mm 앞쪽으로 배치되면서 보다 넓은 실내 공간을 구현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