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환율 직격탄에 '휘청'..엔저도 복병
2014-07-03 15:42:39 2014-07-03 15:46:56
[뉴스토마토 이충희기자] 원·달러 환율이 요동치면서 국내 대표 수출산업 중 하나인 자동차산업에 적신호가 켜졌다.
 
자동차산업의 경우 환율 변동에 민감한 데다, 국내공장 생산 비율이 높아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게다가 일본 브랜드들이 엔저정책 효과를 등에 업고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수출 전선은 한층 어려움을 겪게 됐다.
 
지난해 기준 국내 완성차 5사가 수출한 자동차는 연간 320만대, 자동차 부품사들이 기록한 수출액은 260억달러(한화 26조원)에 달한다. 미국 및 유럽연합(EU)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 덕에 일부 관세 혜택을 기대했으나 환율 급락에 그 효과마저 반감되게 됐다.
 
되레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산 수입차의 국내시장 잠식 속도만 높아지면서 안방마저 내줄 위기에 처했다는 평가다. FTA의 함정이다.
 
환율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주요 제조사들은 1분기부터 일찌감치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현대차는 연초 올해 평균 환율이 1050원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하고 사업계획을 수립했지만, 이제 900원대를 대비해 더욱 세분화된 시나리오 대응에 착수한다.
 
유로화, 엔화, 위안화 등 주요 기축통화 대비 원화값도 근 5년내 대부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어, '결제 다변화' 대응책만으로는 환위험을 막기 역부족인 것도 세분화된 비상경영체제를 앞당긴 이유다. 
 
◇원달러 환율이 세자릿수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자료=네이버)
 
◇현대·기아차, 연간 수출 250만대 육박..환율 변동에 직격탄
 
현대차그룹 산하 한국자동차산업 연구소는 최근 '원/달러 환율 전망 및 시사점' 자료에서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할 때 국내 자동차산업의 매출액은 4200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분석했다.
 
국내 완성차 5사 중 환율 변동에 가장 취약한 곳으로는 기아차(000270)가 꼽힌다. 기아차는 올 상반기까지 수출 65만9000여대를 기록, 국내 판매량(21만9000여대)에 비해 세 배 가량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해외생산(67만여대) 대비로는 약 50%에 근접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005380) 역시 환율 변동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다만 환헤지와 현지시장 공략을 위해 십수년간 해외공장 설비를 빠르게 늘린 탓에 해외 생산량(152만3000여대)이 비교적 많은 것이 위안이다. 올 상반기까지 수출은 62만7000여대를 기록하며 국내 판매량(34만6000여대) 대비로는 두 배 가량 차이를 보였다.
 
수출 물량이 연간 200만대를 훌쩍 넘기는 현대·기아차로서는 환위험을 피하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환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기점이었던 올 4월부터 이미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가운데, 해외 공장은 더 이상 초과 생산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생산 비중을 늘리고 있다.
 
기아차의 멕시코 신공장 설립이 속도전을 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대차 대비 국내 생산 비중이 훨씬 높은 탓에 전문가들은 환율 변동 시즌만 오면 기아차를 지목, 환위험을 피해야 한다고 귀가 따갑도록 조언했다.
 
현대차도 중국 4공장 착공을 통한 해외 생산 비중 확대를 위해 3일부터 방한하는 시진핑 주석, 중국 경제 관련 인사들과의 물밑 접촉을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재계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중국이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하면서 대륙에서의 성패가 향후 자동차산업의 지형 변화를 결정지을 것이 확실시되면서 현대차의 움직임은 빨라졌다. 
 
다른 완성차의 경우 전체 판매량 대비 수출량이 현대·기아차보다 다소 높아 원달러 환율 하락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한국지엠은 올 상반기 국내외에서 총 32만7000여대를 판매했다. 이중 수출이 78% 수준인 25만5000여대에 달했다. 여기에 CKD(조립식 자동차) 수출량만 60만대에 육박하고 있어 사실상 수출 비중이 80%를 훌쩍 넘긴다.
 
쌍용차(003620)는 올 상반기까지 수출량이 4만1000대로 전체 판매량 대비 55%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전체 수출 물량의 30%에 달하던 러시아시장 판매량이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빠르게 하락하고 있어, 원달러 환율 하락이라는 대형 악재가 겹치면서 설상가상에 처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올 상반기 2만5700여대를 수출했다. 이는 전체 판매량(6만2700여대) 대비 41% 수준이다. 타 완성차 제조사에 비해서는 낮지만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게다가 재정 안전성 등 재무구조도 고려해야 하는 까닭에 낮은 비중으로도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News1
 
◇부품사, 수익성 타격 불가피..중소 부품사 취약구조 심화
 
연간 매출액 기준 34조원으로 세계 자동차 부품업계 8위에 올라 있는 현대모비스는 환위험으로 인한 수익 감소가 완성차 업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편으로 분석된다.
 
현대모비스(012330)는 2013 사업보고서를 통해 "각 외화에 대한 기능통화의 환율 10% 변동시 화폐성 외화자산 및 외화부채가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에 미치는 금액은 1489억9300만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원화가 외화 대비 평균 10% 비싸지면 법인세 차감 전 순손실만 1500억원에 달한다는 것을 뜻한다.
 
모비스는 "환위험 노출을 주기적으로 평가,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900원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현재 원달러 환율 흐름 상 올해 실적에서 뼈아픈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형제기업인 현대·기아차와 함께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소 자동차 부품사들의 환율 민감도는 더 클 수밖에 없다. 올 초 무역보험공사는 수출기업의 환율 손익분기점을 대기업 1050원, 중소기업 1057원으로 분석했다. 높은 신용도를 바탕으로 결제 시점을 유동적으로 조절하거나, 다양한 외화로 결제 다변화를 꾀하는 대기업보다 타격이 큰 이유다.
 
각 증권사들은 원화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자동차 업계에 각별한 대비책을 요구하고 있다.
 
박형중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원화강세를 견인하는 요인이 산재해 있어 원달러 환율 하락의 여지가 남아있다"며 "글로벌 제조업 지표의 개선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 경상흑자 등을 통해 유입되는 풍부한 달러화,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높은 원화강세 기대감 등이 환율의 추가하락을 예상하는 근거"라고 분석했다.
 
김연우 한양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에 원엔 환율까지 자동차 업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비우호적 환율 흐름이 개선되기 전까지는 해외 신차효과가 상당부분 희석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원화 강세에 따른 외형 축소와 구형모델 판매 인센티브 증가로 원가부담이 불가피하며, 기아차는 환율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멕시코 공장 착공에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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