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하락에 中企 '울상'..답이 없다
2014-07-03 16:14:43 2014-07-03 17:36:42
[뉴스토마토 이지영·이보라기자] 환율 급락으로 수출 중소기업계가 신음하고 있다. 지난 2일 1010원대 원달러 환율이 깨지면서 긴장감은 한층 높아졌다.
 
원화 강세가 이어질수록 수출 경쟁력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대기업처럼 풍부한 유동성과 결제수단의 다양화, 현지 생산거점을 통한 수출 등 대안도 마땅치 않아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만 간다.
 
◇수출중소기업계가 환율하락에 신음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DB)
 
경기도 안산의 전자업체 A사는 비상경영을 준비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 마지노선을 1000원으로 잡았지만 급락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추가 대응을 준비해야 할 처지로까지 내몰렸다. 버텨낼 여력도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A사는 수출이 매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관계로 거래선과 미리 협상을 진행하는 등 환율 급락에 대비해 왔다. 하지만 내년까지도 이어질 수 있는 원화 강세 추세에 대비하기 위해 비상경영의 고삐를 늦출 수 없다.
 
회사 관계자는 "다음주에 비상경영 회의를 열 예정"이라면서 "연초부터 준비는 해왔지만 마지노선으로 잡은 1000원 밑으로 내려가면 손실을 계산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상황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출 비중이 70%에 달하는 반도체 회사 B사도 환율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체 분석 결과, 환율 급락으로 이번 2분기 영업이익이 11.67%나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위기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B사 관계자는 "가파른 원달러 환율 하락과 LED 공급가 하락으로 마진 감소 현상이 심화돼 수익이 전년에 비해 크게 줄어든 상황"이라며 "현재와 같은 환율 추이를 반영한다면 환손실이 2분기 실적의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수출 중소기업이 예상하는 올해 손익분기점 환율은 '1달러=1038.1원, 100엔=1059.4원'으로, 적정환율은 '1달러=1086.3원, 100엔=1100.6원'으로 집계됐다. 원달러 환율의 경우 달러당 최소 1038원은 돼야 손해는 보지 않는다는 얘기다.
 
환율 하락으로 인한 수익성 영향에 대해 수출 중소기업계는 '매우 악화'(59.6%), 다소 악화'(31.9%) 등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답했다. 열 중 아홉 이상이 환율 하락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는 셈이다. 업종별로는 금속·철강(75.0%), 고무·화학(71.4%), 기계(68.8%), 음식료(66.7%) 등의 순으로 채산성(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환율하락세가 채산성(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자료=중소기업중앙회)
 
3일 오후 3시 현재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009.9원을 기록 중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원달러 환율이 900원대 진입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속도다. 이처럼 환율이 가파르게 급락할 경우 대기업에 비해 대응체제가 미비하고 대응속도도 느린 중소기업계로서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특히 수출 중소기업의 경우 현재 손익분기점 환율보다 낮은 상태로 채산성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뾰족한 대응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전체의 43.6%가 '원가절감', 38.3%는 '수출단가 조정' 등의 방법으로 환리스크에 대응하고 있다. 환율하락세에도 환리스크를 관리하지 않은 기업도 16%나 달했다. 사실상 원가절감 등 자구책 외에는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수도권의 C 전자업체는 환율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수출 다변화, 거래선과의 단가조정, 원가절감 등의 자구책을 시행하고 있다. 기존 거래선의 경우 이미 계약된 수출단가를 올리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 새로운 거래처를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C사 관계자는 "중소기업으로서 환위험에 대한 대처 자체가 어려운 상황인 데다, 솔직히 근본적인 환율 방어책이 없는 것이 더 걱정"이라면서 "수출 업체들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나서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천안 소재의 D사는 환율하락이 신사업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매출감소로 인해 신사업을 추진할 만한 실탄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 어렵사리 유동성을 확보하며 지속성장을 꾀하고 있지만 갑작스런 환율 변동에 실탄을 다른 곳으로 메워야 할 형편이다.
 
D사 관계자는 "지난해 평균 환율이 1095원 정도인데 1010원대가 깨진 것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환율이 1010원으로 떨어지면 매출의 10~15%, 순익은 8%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부품업체와 장기간 거래해온 신뢰를 바탕으로 코스트 다운이 가능했기 때문에 그나마 이 정도의 손익을 방어한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제지업계도 사정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포화 상태로 치달은 국내 시장을 피해 해외로 눈을 돌려 수익성을 유지해 왔지만 올해는 종이 가격을 결정짓는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서 수출시장에서 수익성도 악화되고 있다. 환율 하락세가 장기간 이어지면 수익성은 보장할 수 없다.
 
한 제지업체 관계자는 "원화가치가 10% 상승할 경우 영업이익률이 1.1%포인트 하락한다고 보면 된다"면서 "지난해 6월 달러당 1163원에 거래됐지만 1000원 벽이 깨지면 수익성은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부원장은 "환율이 지금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은 이미 모든 사람들이 체감하고 있는 현실인데, 다만 그 속도에 따라 기업들이 얼마나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며 "아직 기업들이 헤지상품 등 환율 리스크를 대비하지 못한 상황에서 내일 당장 원달러 환율이 세자릿수까지 떨어지면 수출비중이 큰 기업의 경우 휘청거리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환율 900원 시대를 겨냥한 전략을 수립해야 할 시점"이라며 "기업은 헤지 상품 등으로 환율 위험을 철저하게 대비하고 정책당국은 중소기업이 생산성 제로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속도 조절에 필요한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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