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동남아시아 최대 경제국인 인도네시아의 대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외신들은 "인도네시아가 새로운 희망과 기존 질서로의 복귀의 갈림길에 서 있다"며 선거 결과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9일 치러지는 인도네시아 대선에 참여하는 유권자 수는 1억8600만명. 인도(약 8억명)와 유럽연합(EU, 약 3억8000만명)에 이어 전세계 3위 규모다.
친서민·친기업 정책을 표방하는 조코 위도도(조코위) 투쟁민주당(PIDP) 후보와 군부 기득권을 대변하는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인도네시아운동당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5일 진행된 TV토론회에서 조코위(오른쪽 두번째) 후보의 발언을 프라보워(왼쪽 두번째) 후보가 경청하고 있다.(사진=로이터통신)
올해 초만해도 조코위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 됐다. 3월의 여론조사에서는 54.3%의 지지율로 상대 후보를 압도적 차이로 따돌렸다.
조코위는 지난 2005년 고향인 자바섬 중부 도시 수리카르타 시장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시민들의 의견 수렴을 즐겼던 그는 소통의 리더십을 앞세워 2012년에는 수도 자카르타의 주지사에도 당선됐다.
자카르타 주지사 시절에는 조세감면 등 친시장·친기업적 행보를 보이며 경제 성장을 꾀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군부 지도자에 대한 반감과 정치권의 부패 스캔들 등으로 조코위 같은 새로운 인물에 환호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조코위의 등장은 수하르토 세대와의 단절을 상징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 같은 판세에 균열이 생긴 것은 최근 한 달 새다. 프라보워 진영에서 "조코위가 중국계 기독교인이다"라는 루머를 퍼뜨렸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의 대선이 이슬람권 최대 민주주의 축제라고 불리는 것을 감안할 때 종교 논란은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달 16~22일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두 후보의 격차는 4%포인트 이내로 좁혀졌다.
이를 계기로 31년간 인도네시아를 철권 통치했던 무하마드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사위이자 군 특전 사령관 출신인 프라보워를 중심으로 기득권 보수 진영이 결집할 것으로 전망됐다. 정치 중립을 약속했던 집권 민주당이 최근 프라보워 지지를 선언한 점도 막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마크 매튜 율리우스바에르은행 아시아 지역 조사담당자는 "조코위가 승리하지 못할 가능성이 점차 높아졌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공약은 비슷하다. 두 후보는 모두 경제 발전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인도네시아의 경제성장률이 4년래 최저 수준까지 밀려난 상황에서 필연적인 선택이다. 현재 인도네시아에는 하루를 1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사람이 2830만명에 이른다. 전체 인구(약 2억2000만명)의 10%를 초과하는 규모다.
다만 경제 회복을 이끄는 방법론에서는 약간의 차이가 나타난다. 조코위는 부정부패 척결과 과감한 개혁 정책으로 성장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반면 프라보워는 외국 기업과의 투자 계약 협상을 다시해 국익을 극대화 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과 글로벌 투자자들은 내심 조코위의 당선을 바라고 있다. 친기업적 성향으로 투자 환경을 개선시켜 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경상적자 축소 의지 등 경제에 대한 긍정적 효과도 더 클 것으로 전망됐다.
웰리안 위란토 OCBC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조코위가 당선될 경우 그의 임기 중 전력·항만·공항 등 인프라 시설 확충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들이 나타나게 될 것"이라며 "중산층의 삶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팀 린지 호주 맬버른대학교 아시아 정치학 교수는 "프라보워가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된다면 미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그가 약속한 내용과 실제로 할 일에 격차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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