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야간집회' 집시법 위반사건 무죄취지 파기환송(종합)
헌재 "헌재 '야간집회 결정'은 일부위헌 성격에 불과"
"한정위헌결정 효력 인정한 것 아니야"..종전 견해 유지
2014-07-10 14:59:08 2014-07-10 15:05:40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대법원이 오후 7시15분부터 오후 9시까지 실시된 시위를 야간시위로 보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의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을 무죄취지로 파기했다.
 
이번 사건은 헌법재판소가 지난 3월 "해가 진 후부터 같은 날 24시까지의 모든 시위를 금지하는 것으로 집시법을 해석하는 한 해당 규정은 위헌"이라며 한정위헌으로 결정한 이후의 첫 대법원 판결이어 주목된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10일 집시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서창호 전 인권운동연대 사무국장(42)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7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헌법재판소 결정은 그 주문의 표현 형식에도 불구하고 집시법의 위 각 조항의 '시위'에 관한 부분 중 '해가 진 후부터 같은 날 24시까지'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일부 위헌의 취지라고 보아야 하므로, 헌법재판소법 47조에서 정한 위헌결정으로서의 효력을 가진다"고 밝혔다.
 
또 "이같은 결정은 비록 집시법 23조 중 3호에 규정된 참가자에 대한 것이기는 하지만, 집시법 23조가 공통의 처벌근거로 삼고 있는 집시법 10조 본문의 야간 시위 중 위 시간대의 부분에 대해 위헌결정을 한 것이므로, 야간시위 금지 위반으로 기소된 주최자에 대해서도 위헌결정의 효력이 미친다"고 해석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집시법 조항의 '시위'에 관한 부분 중 '해가 진 후부터 같은 날 24시까지' 부분은 헌법재판소법 47조 2항 단서에 따라 소급해 그 효력을 상실하므로, 이 부분 법조를 적용해 기소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가 아니다"고 판시했다.
 
서 전 국장은 2009년 9월23일 오후 7시15분부터 오후 9시까지 대구 동성로에 있는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용산 참사 해결을 위한 전국 순회 촛불 문화제’를 개최해 야간 옥외 집휘 및 시위를 금지한 집시법 위반혐의로 기소됐다. 
 
1심 판결은 서 전 국장에게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으나 2심은 행위에 비해 형이 과하다며 벌금 70만원으로 감형했다.
 
대법원은 그동안 법률조항에 대해 특정한 해석이나 적용만을 위헌으로 선언하는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에 대해서는 위헌결정의 효력을 일관되게 부정해왔다. 법의 해석과 적용은 사법부의 영역이지 헌재가 결정할 것은 아니라는 취지에서다.
 
한편, 이번 판결이 형식상으로는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의 효력을 대법원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부인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헌법재판소 결정은 심판대상인 집시법조항의 '해가 뜨기 전 또는 해가 진 후'의 시위에 관한 부분 중 일부인 '해가 진 후부터 같은 날 24시까지'의 시위에 관한 부분에 대한 '일부 위헌결정'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결정의 주문이 마치 한정위헌결정과 같은 형식을 띠고 있더라도, 법원의 법률해석·적용을 심판대상으로 삼은 것이 아니다"며 "대법원은 이 결정을 단순 일부위헌결정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한정위헌결정에 관한 기존의 대법원 판결의 입장과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헌재 전원재판부는 지난 3월27일 '촛불시위'에 참가했다가 집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강 모씨 등의 신청으로 서울중앙지법이 해당조항에 대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6대 3의 의견으로 "시위 금지를 해가 진 후부터 같은 날 24시까지의 시위에 해당 조항을 적용하는 한 위헌"이라며 한정위헌으로 결정했다.
 
이후 비슷한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이 주목되어 왔으며, 이번 판결로 남아있는 사건의 판결에도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에 따르면 현재 이번 사건과 같이 간 시위 및 옥외집회 금지?처벌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결정의 효력을 쟁점으로 계속중인 사건이 15건 정도이며, 하급심에는 수백건이 대기 중이다.
 
◇대법원(사진=뉴스토마토DB)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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