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충희기자] 전국금속노동조합에 소속된 현대차그룹 20여개 지부·지회가 16일 현대·기아차 양재사옥 앞에서 상경투쟁을 벌였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1500여명의 노조원들은 '통상임금 쟁취하자'라는 기치를 내걸고 약 3시간 동안 경찰과 무력 대치했다.
전규석 금속노조위원장은 투쟁 시작에 앞서 "박근혜 대통령이 통상임금과 관련해 정치적 판단을 했다"며 "통상임금을 완전 쟁취할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판결한 뒤, 현대차 중심의 금속노조 산하 노조들과 이에 맞대응 하는 회사들의 갈등은 깊어지고 있다.
◇전규석 금속노조위원장이 16일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앞에 마련된 무대 위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이충희기자)
투쟁에 참여한 노조측 한 간부는 무대 위에 나서 "정몽구가 법을 지키지 않고 있다. 법을 지키도록 투쟁해서 승리하자"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또 다른 한 간부는 현대·기아차 사옥을 가리키며 "저 높은 빌딩은 정몽구가 만든것이 아니라 10만 노조원들이 피땀흘려 만든 것"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김종석 금속노조 기아차 지부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정부를 향한 강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경제부총리 한명 바꾼다고 경제가 살아나는 것이 아니다"며 "통상임금을 확대 적용하면 골목상권이 살아나고 돈이 돌아야 대한민국 내수경제가 살아난다"고 말했다.
김 지부장에 이어 무대에 오른 이경훈 현대차 지부장은 사측을 향한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그는 "회사는 협상에서 통상임금의 통자만 나와도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노조원 모두가 함께 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며 강경 투쟁을 주문했다.
◇전국금속노조가 16일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앞에서 투쟁을 벌이고 있다.(사진=이충희기자)
노조측이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편도 2차선 도로를 점거하고 경찰과 심한 몸싸움을 시작하자 현장은 금새 아수라장이 됐다. 양재동 일대 교통은 혼란에 빠졌고 현장을 지나던 한 운전자는 노조원들을 향해 심한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노조와 경찰이 밀고 당기는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경찰 몇 명은 노조 쪽 진영으로 끌려가 옷이 뜯기고 바닥에 깔리는 수모를 당했다. 흥분한 노조측 인원 일부는 바닥에 눕혀진 경찰에게 물리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투쟁은 현대·기아차 지부장이 사측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면서 마무리 됐다.
◇노조원들이 현대차그룹 본사를 향해 폭죽을 터뜨리자 현장은 뿌연 연기로 뒤덮였다.(사진=이충희기자)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오는 22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1차 총파업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다만 금속노조내 가장 큰 조직인 현대자동차지부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다. 현대차 노조는 통상임금을 쟁취를 골자로 하는 협상내용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이달 말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이르면 8월 중순 총파업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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