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오이팡 화처미디어 CEO. (사진=바이두백과)
[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최근 중국에서는 '도교수' 열풍이 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의 남자 주인공 도민준(김수현 분)을 가르키는 말입니다.
드라마 한 편으로 김수현은 최고의 한류 스타로 급부상했는데요, 지난 4월 열렸던 베이징 모터쇼에는 그가 등장할 것이란 소식에 수 천명의 인파가 몰리고 김수현이 실제 살고 있는 옆집으로 이사오겠다는 중국 여성들이 끊이지 않았다는 것만 봐도 그 인기를 실감 할 수 있습니다.
중국 정치권에서는 왜 중국에는 <별그대>와 같은 드라마가 없냐는 자조섞인 목소리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경제 대국을 넘어 문화 대국으로 발돋움하려는 의지와도 맞닿아있습니다.
그리고 여기 문화 산업을 육성하려는 중국 정부의 지원 아래 중국판 타임워너를 꿈꾸는 여장부가 있는데요, 중국 최대 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꼽히는 화처미디어(華策影視)의 자오이팡(趙依芳) 최고경영자(CEO) 입니다.
다수의 성공한 중국 부호들이 그랬듯 자오이팡 역시 철밥통을 걷어차고 창업의 길에 뛰어들었습니다.
자오이팡은 문화대혁명으로 중단됐던 대학입학시험(가오카오·高考) 부활 1세대로 신문방송학 전공을 살려 저장성 둥양시 광전국(우리의 방송통신위원회에 해당)의 부국장까지 올랐지만 돌연 사표를 던집니다.
시작은 매우 초라했습니다. 영상제작회사라곤 했지만 직원은 5명이 전부였고 사무실도 허름한 호텔방 두 개가 다 였습니다. 초기에는 비교적 간단한 텔레비전(TV) 광고를 중심으로해 드라마 각색, 해외작품 수입배급 등으로 사업 영역을 점차 확대해갔습니다.
자오이팡이 본격적으로 성공 궤도에 오른 것은 창업을 한 지 10여년이 지난 2000년 이후였는데요, 이 때는 중국 정부가 문화 산업 발전을 장려하기 시작한 시기와도 일치합니다.
그 전까지만해도 중국에서 영화나 드라마는 국가 정책의 선전 도구로 주로 사용됐고 문화를 산업으로 인식하지도 않았습니다. 더구나 많은 투자가 필요한데 반해 수익 회수 기간은 길다는 드라마의 특성상 정부 산하의 부서에서 제작을 전담하는 경우가 많아 민간 기업의 기회는 제한적이었죠.
2005년 자오이팡은 화처미디어를 정식으로 설립했습니다. 그간 축적해온 노하우를 이용해 드라마 제작에 주력하다 최근에는 영화 제작과 매니지먼트 사업으로도 활동 영역을 넓혔습니다.
화처미디어는 2007~2012년 연평균 67%에 달하는 매출 증가율과 57%의 순익 증가율을 기록하며 급속도로 성장을 했습니다. 물론 이 같은 성장에는 대중성과 작품성을 겸한 콘텐츠가 뒷받침이 됐는데요, 2009년 제4회 서울 드라마 어워즈에서는 <중국왕사(中國往事, memories in china)>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자오이팡은 드라마 제작 관련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주식 시장에 입성했습니다. 2010년 선전주식시장에 상장할 당시만해도 미디어 관련 기업은 영화 제작사인 화이브라더스가 유일했습니다. 화처미디어는 공모가 68위안으로 증시의 문을 두드렸는데요, 거래 첫 날 107.8위안까지 가격이 치솟는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그 후로도 화처미디어는 업계 2위였던 커둔미디어를 인수하는 등 명실상부한 중국 최대 드라마 제작사로 거듭납니다. 작년 기준 연간 드라마 제작 편수가 1000편에 이르는 등 중국 내에서 제작·배급되는 드라마 10편 중 1편이 화처미디어 소유인 셈입니다.
작년 말에는 뉴욕타임즈가 뽑은 가장 성공한 작가 궈징밍(郭敬明)과도 손을 잡았는데요, 1억8000만위안에 궈징밍의 쭈이스원화(最世文化) 지분 26%를 인수했습니다.
젊은 세대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궈징밍과의 제휴는 그야말로 신의 한수였는데요, 궈징밍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소시대3>는 현재 개봉을 앞두고 헐리우드 대작 <트랜스포머4>의 아성에 도전하는 압도적인 예매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한 송혜교와 오우삼 감독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태평륜> 제작에도 참여해 앞으로의 기대감 또한 높은 상황입니다.
자오이팡은 화처미디어를 지금의 드라마·영화·매니지먼트에서 음악·게임 등의 분야로도 확장시키려 합니다. 중국을 대표하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되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는 당초 "전세계 어디든 중국인이 있는 곳이라면 중국의 드라마를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요, 지금은 이를 넘어서 <프렌즈>, <빅뱅이론>이 전세계를 휩쓸듯 중국의 콘텐츠도 세계를 휩쓸도록 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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