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하반기기상도)①조선 '터널의 끝'
상반기, 해양플랜트↓ 탱커·LPG선↑
하반기에도 수주 약세 지속..연간 수주량 1250만CGT 전망
2014-07-21 16:04:11 2014-07-21 16:08:48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조선, 해운, 철강이 여전히 부진하다. 전·후방으로 나뉘면서 직접적인 연관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 산업이 모두 침체에 허덕이면서 굴뚝산업이 위기를 맞았다. 거대 내수를 기반으로 한 중국의 추격은 턱 밑까지 쫓아왔다.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의 부활도 만만치 않다. 내수 경쟁 또한 치열해졌다. 도통 활로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관련 산업 종사자들의 공통된 토로다. <뉴스토마토>는 앞으로 총 3회에 걸쳐 조선, 해운, 철강산업의 상반기 동향과 하반기 전망을 점검한다. (편집자)
 
올 상반기 국내 조선업계는 전년 반기 대비 29.5% 감소한 555만CGT를 수주했다. 수주액은 35.6% 감소한 139억9000만달러로 추정된다. 3월 이후 수주량이 급격히 감소하며 4월과 6월에는 일본에도 밀려 3위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신조선가 하락으로 선주들의 발주가 몰렸던 탓에 올 들어 수주 물량이 줄어든 이유도 있지만 고난이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대규모의 해양플랜트의 수주난도 국내 조선업계의 실적 하락을 부추겼다.
 
여기에 기존에 수주한 해양플랜트 분야에서도 손실을 기록하면서 지난 1분기 일부 대형 조선소들은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내놓기도 했다. 하반기에도 해양플랜트 수주는 요원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조선업계는 주력인 상선에 집중해 올해 목표를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상반기 신규발주 씨가 말랐다..해양플랜트 급감
 
국내 조선업계와 국제 해운·조선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 세계 상선 수주량은 944척, 2048만CGT로 전년 동기(1236척, 2473만CGT)보다 CGT 기준으로 17.2% 감소했다.
 
국내 조선업계는 이 기간 총 555만CGT(164척)를 수주, 전년 동기 787만CGT(230척)보다 물량이 29.5%나 급감했다. 세계시장 점유율도 31.8%에서 27.1% 4.7%포인트 감소했다. 추락이다.
 
반면 중국은 3월부터 수주물량을 쓸어담으며 상반기 909만CGT(481척)의 수주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986만CGT) 대비 수주물량은 7.8% 감소했지만 세계시장 점유율은 39.9%에서 44.4%로 상승하며 부동의 1위를 지켰다.
 
 
상반기 수주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해양플랜트 수주 급감으로 분석된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는 상반기 총 39억달러의 해양플랜트를 수주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172억8000만달러)에 비해 77.4% 큰 폭으로 감소했다.
 
신규 발주는 찾아볼 수 없고, 심지어 발주가 예상됐던 프로젝트까지 줄줄이 지연되면서 아예 씨가 말랐다는 말까지 흘러나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제 유가 흐름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오일 메이저들이 해양설비 발주 계획을 미루고 있는 데다 북미산 셰일가스 개발 붐으로 기존 수요도 감소했다"고 말했다. 시추 비용이 많이 드는 심해시추보다는 육상에서 셰일가스를 채취하는 것이 비용이나 시간 측면에서 효율적이라는 설명이다.
 
또 지난해 발주가 몰리면서 상선을 비롯해 해양플랜트 가격이 기존에 비해 많이 올라 가격이 안정되기를 기다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고가의 해양플랜트를 수주하더라도 여기에 들어가는 기자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이에 따른 부가가치가 높지 않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국내 조선업계는 지난 2011년 6월부터 올 5월까지 전 세계에서 발주된 해양플랜트 수주액의 63.4%를 점유했다. 이는 2위인 싱가포르(13.3%), 3위인 일본(12.3%)에 비해 압도적인 수준이다.
 
하지만 해양플랜트용 기자재의 국산화율이 평균 20% 수준이어서 실제로 조선소가 가져가는 마진율은 예상보다 크게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20억달러 규모의 FPSO 1척을 수주했을 경우, 설계용역비로 1억달러를 유럽 기술진 등에 지급하고, 건조에 필요한 2000여종의 기자재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와 올해 주요 수주 선종이 달라지면서 강점을 보이던 상선 분야에서도 감소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종별로는 지난해에 활발한 수주를 보였던 컨테이너선, LNG선, 제품운반선 등의 선종들이 극히 부진한 반면 탱커(유조선)와 LPG선의 수주가 크게 증가했다.
 
국내 조선업계가 선도하고 있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경우 선박 규모와 금액 면에서 다른 선종에 비해 부가가치가 커 이들 물량의 감소가 전체 수주량 감소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선주사들의 에코십 투자로 많은 수주를 기록했던 컨테이너선은 전년 동기 대비 50.8% 감소해 절반 수준의 수주에 그쳤다. 또 지난해 주요 선종으로 꼽혔던 LNG선도 올 들어 물동량 정체와 선박 공급 증가에 따른 운임 하락의 영향으로 상반기 수주량이 전년 동기 대비 39.6% 감소했다.
 
 
반면 유조선은 올 들어 수주가 234% 급증했고, 셰일가스 붐으로 물동량이 증가한 LPG선은 수주가 342%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한편 상반기 수주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1년에 수주한 LNG선, 드릴십 등 고부가 물량들이 본격적으로 인도되면서 수출액은 증가 추세로 반전됐다. 상반기 선박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한 201억달러를 기록했다.
 
◇하반기에도 수주 약세 지속..연간 수주량 1250만CGT 전망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선박 수주량은 전년 대비 약 31% 감소한 1250만CGT, 수주액은 약 26.5% 감소한 320억달러로 전망된다.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해양플랜트 부문의 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컨테이너선과 제품운반선 시장이 다소나마 회복되면서 상반기보다는 전체적인 시황이 개선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업계 전문가는 "올 하반기는 유럽의 선박금융 회복과 맞물려 상반기에 부진했던 선박 발주가 회복돼 평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초저금리와 호황기 대비 여전히 저렴한 선가에 선주사들의 발주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신조선가는 발주 회복과 함께 상승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조선업계 구조조정으로 조선사 수가 줄었고, 국내 조선 3사 등 선두그룹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선가 인상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경제계에서는 좀 더 보수적인 전망을 내놨다. 대한상의가 지난 9일 발표한 하반기 산업기상도에 따르면 조선업종은 '흐림'으로 전망됐다.
 
상반기에는 고연비 친환경 선박 등의 고부가가치 선박 발주 강세에 힘입어 다소 위안이 됐지만 하반기에는 전방산업인 해운업 시황 회복 지연, 해양플랜트 부문 부진 등으로 부진할 것으로 예보됐다. 특히 국제유가의 안정으로 해양플랜트 부문은 추가적인 발주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최근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이 제기되면서 유가가 10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셰일가스 등 비전통 석유의 영향 등으로 해양개발 시장의 분위기를 반전시키기는 어려워 드릴십 등 리그선(시추선) 수주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지난 수년간 리그선들의 활동으로 FPSO(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는 소량이나마 꾸준히 수주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해양플랜트 발주 시장은 내년부터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오일메이저들이 비용 감축을 위해 탐사보다는 생산설비 비중을 늘리면서 리그선 등 시추 설비보다는 육상플랜트 대비 개발 비용이 30% 가량 저렴한 FLNG 등의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다.
 
상선부문에서는 LNG선의 수주가 해운운임 약세 등의 이유로 내년까지 수주 위축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세계 천연가스 수요가 연평균 6~8%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경우 셰일가스 장기 수출 계획에 따라 연간 4~5척의 LNG선 수요가 발생하고, 일본 대형 종합상사들도 2020년까지 약 20여척의 LNG선을 발주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대규모 발주가 이뤄졌던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상반기 선주사들의 선박금융 부족으로 소강상태를 보였지만 하반기부터는 점차 수주가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유럽중앙은행에서 금융완화 정책을 발표했고, 이에 따라 유럽 대형은행들의 선박 금융 지원도 원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야말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이달 초 수주한 쇄빙LNG선 9척에 이어 연내에 6척의 추가 수주도 기대되고 있다. 쇄빙LNG선의 척당 가격은 약 3억1600만달러(약 3200억원)로, 9척의 선가는 28억달러(약 3조원)에 달한다.
 
상반기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인 LPG선은 향후 수년간 대구모 수주가 예상된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발주가 급증, 선박 수급이 안정되면서 하반기에는 상반기에 비해 다소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량 증가로 VLCC(초대형 탱크선)의 수주 증가세는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연간 탱크선 수주량은 전년 대비 약 20% 이상 증가한 약 2500만DWT로 예상된다.
 
◇하반기에도 해양플랜트 수주는 요원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조선업계는 주력인 상선에 집중해 올해 목표를 달성한다는 방침이다.(사진=뉴스토마토DB)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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