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인터뷰)고승범 사무처장 "숨어있는 금융규제까지 개선"
2014-07-22 15:25:16 2014-07-22 15:29:47
[뉴스토마토 김민성기자] 앵커: 토마토인터뷰 시간입니다. 지난 10일 금융위원회가 ‘금융규제 개혁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업권별로 방대한 대책이 담겼는데요. 금융위원회가 준비한 금융규제 개혁방안의 핵심을 살펴보고 눈길을 끄는 대책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사무처장님. 안녕하세요?
 
먼저 이번 금융규제 개혁 추진 배경과 핵심을 한번 짚어주시죠.
 
고승범 사무처장 : 우리 경제가 활성화되고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규제개혁이 필요합니다. 대통령께서도 말씀하셨지만 “규제개혁은 돈 들이지 않고 투자를 늘리는 효율적 방법” 입니다. 금융위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경제를 활성화하고 금융의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내기 위해 이번에 금융규제 개혁을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정부가 규제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현장에서의 체감도는 높지 않았습니다. 법령 중심으로 규제를 개선하면서 행정지도와 정책금융기관의 숨은 규제가 지속됐고, 규제개혁이 상시화 되지 못한 채 일회성에 그치고 사후관리가 미흡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금융규제 개혁이 현장중심, 숨은규제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규제개혁 방안을 준비하면서 금융공기업의 편의로 만들어진 숨은규제를 전수조사하고 직접 현장에 12번 방문해 담당자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를 통해 법령규제를 포함해 3100개의 규제를 목록화하고 이중 검토과제 1700건을 찾아내 700건을 개선했습니다.
 
금융규제를 무조건 없애는 것이 좋다고만은 할 수 없기 때문에 금융위원회에서는 ‘좋은 규제(Better Regulation)' 시스템을 구축해 건전성이나 소비자 보호 부문은 규제수준을 유지하고 판매채널이나 영업행위 규제는 개선하는 방향으로 방안을 내놨습니다.
 
앵커 : 그렇군요. 이번 규제개혁을 통해서 업권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이 느낄 수 있는 불편이 해소된 점도 있나요?
 
고 처장 : 먼저 금융공기업을 이용할 때 과도하게 증빙서류를 제출하는 관행을 개선했습니다.
 
개인이나 기업이 갖춰 제출해야 했던 각종 증빙서류 중에서 정책금융기관이 행정정보공동망 등을 통한 직접 서류수집이 가능한 경우에는 직접 수집하고, 중복 서류는 제외했습니다. 제출서류 감축으로 연간 최대 120억원의 사회적 비용(시간, 교통비, 수수료, 출력비 등)이 절감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그동안 본인 소득이 없다는 이유로 신용카드 발급이 되지 않던 전업주부도 카드를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현재는 패밀리 카드 형태로만 발급받을 수 있는데, 향후 배우자 소득의 일정비율을 가처분 소득으로 인정해 주는 방식으로 신용카드 발급요건을 합리화하기로 한 겁니다.
 
마지막으로, 기업을 하고자 하시는 분들에게 자금지원을 확대하겠습니다. 보증과 담보요구 관행을 줄이고, 기술과 아이디어, 지식 등을 제대로 평가하여 자금지원을 하겠습니다. 마이스터교 등 20세 미만의 젊은 층의 창업을 지원하고, 아이디어와 사업계획이 좋으면 예비창업자도 정책금융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앵커 : 제가 금융규제 개혁 방안을 살펴보니 금융지주 계열사 간의 복합점포 운영을 활성화해 금융소비자의 ‘원스톱’ 자산관리가 가능해지도록 한 것이 눈에 띄는데 이것도 한번 설명해주시죠.
 
고 처장 : 우리나라는 ‘전업주의’가 경직적으로 적용되다 보니 계열사간에 공동영업을 통한 시너지 창출이 어려웠습니다. 더욱이 고객 입장에서는 은행, 증권, 보험 상품을 One Stop으로 한 곳에서 가입할 수 없어 불편이 컸습니다. 이제 기존에 은행, 증권, 보험 업무를 공간적으로 엄격하게 구별하던 칸막이가 사라지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복합점포에서는 소비자가 백화점에서 쇼핑하듯 은행과 증권, 보험 관련 금융 거래를 한곳에서 손쉽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은행과 증권·보험·카드사 등이 같은 건물에 있어도 서로 방화벽을 설치하고 출입문까지 따로 만들어 사용해 왔습니다. 이유는 고객의 미공개 정보가 새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이른바 ‘방화벽 원칙’ 때문이었습니다.
 
고객이 은행 업무를 처리한 뒤 증권 업무를 보기 위해 다시 밖으로 나온 뒤 다른 출입문을 거쳐야 하는 웃지 못할 일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앵커 : 복합점포 때문에 소비자들이 참 편리하게 금융업무를 볼 수 있게 될 것 같네요. 하지만 의문점이 하나 있습니다. 규제개혁은 어느 정권 때나 있어왔는데 강조돼 왔는데 이번 방안은 지속적으로 실천될 가능성은 있는건가요?
 
고 처장 : 네 가능합니다. 불합리한 규제가 신설되지 못하도록 하고 정기적으로 규제를 점검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상시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입니다.
 
먼저 금융공기업 내규 등 규제신설시 심의와 점검절차를 거치도록 하겠습니다. 국민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내부규정에 불합리한 규제가 신설되지 않게 외부전문가와 금융이용자가 과반수 이상 참여하는 기구에서 사전에 심의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금융규제 개혁 추진과정에서 22개 금융유관기관별로 규제심의TF를 외부전문가 중심으로 구성해 운영중인데 이를 상설화하여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도록 할 것입니다.
 
규제포털을 만들어 규제의 내용을 알 수 있고 개선을 요청할 수 있는 창구로 마련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규제개혁이 연속성을 가질 수 있게 매년 9월을 금융규제 정비의 달로 정하고 집중적으로 점검토록 하겠습니다. 
 
앵커 : 매년 9월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하겠네요. 규제를 풀게 되면 또 다른 금융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일각의 우려도 있는데 이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고 처장 : 앞에서 말씀 드렸다시피 규제를 무조건 없앤다기 보다 ‘좋은 규제’ 시스템을 기반으로 관리해 나가겠습니다.
 
시스템 안정, 금융소비자 피해방지, 그리고 개인정보 보호 규제는 유지·강화하되, 규제준수 비용은 줄이고, 반면에, 진입·업무·자산운용 및 영업 규제는 대폭 폐지·완화 또는 Negative化 할 생각입니다.
 
규제완화가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금융회사 스스로가 리스크나 소비자 보호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통제를 강화해야 합니다. 만약 영업행위를 하다가 중대한 불법행위가 적발되는 경우엔 엄정하게 제재하고 일부 업무정지나 과징금을 부과해 제재 효과를 높일 것입니다.
 
또 공시와 소비자교육도 강화하고 소비자 스스로가 좋은 금융회사와 금융상품을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할 것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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