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윤경기자] 미국 경제가 2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의 충격에서 벗어나 4%의 깜짝 성장세를 나타냈다. 한파 영향으로 위축됐던 소비·투자가 크게 개선된데다 고용 시장까지 청신호를 띄며 미국 경제의 견실한 성장 흐름을 뒷받침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경제 회복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상황을 더 지켜보자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린 리저 포인트 로마 나자렌 대학 교수는 "올 하반기에 미국 경제의 실제 회복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美 2분기 GDP 성장률 4%..작년 3분기 이후 최대
30일(현지시간) 미 상무부는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연율 기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직전 분기의 마이너스(-) 성장세에서 급반전한 것으로 전문가들의 예상치 3.0%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특히, 이는 작년 3분기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가계 지출 증가율은 2.5%로 직전 분기의 1.2%를 2배 이상 웃돌았다. 자동차, 가구와 같은 내구재 주문이 지난 2009년 3분기 이후 최대폭인 14%나 늘며 가계 지출 성장세를 견인했다.
이 기간 민간 투자는 17%나 급증했다. 직전분기의 -6.9%에서 서프라이즈한 반전을 보인 것이다.
기업 투자도 5.9% 증가하며 GDP 성장률을 0.9%포인트 끌어올렸다. 기업 재고 역시 직전 분기의 352억달러에서 934억달러로 3배 가까이 급증하며 GDP 성장률에 1.7%포인트를 기여했다.
정부 지출도 2분기 GDP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연방 정부 지출은 0.8% 감소했지만, 지방정부 지출은 3.1% 늘었다. 총 정부 지출은 1.6% 증가해 직전 분기의 0.8% 감소를 크게 상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발표된 1분기 성장률은 종전의 -2.9%에서 -2.1%로 상향 조정됐다. 이로써 올 상반기 경제 성장률은 0.9%로 잠정 집계됐다.
더글 핸들러 IHS글로벌인사이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GDP 결과는 환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미국 GDP 성장률 변동 추이 및 부문 별 기여도(자료=로이터통신)
◇날씨 풀리자 美소비자 지갑 활짝..고용시장 '파란불'
아무래도 2분기 경제 성장률 호조를 이끈 주요 요인은 소비인 것으로 보인다.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인 소비자들의 지출이 미국 경제 활동의 7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잭 클라인헨츠 전미소매협회(NR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성장 흐름은 여전히 손상되지 않았다"며 "민간 소비는 계속 미국 경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인플레이션 지표로 활용하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역시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2.3%나 상승했다. 2011년 2분기 이후 최고치이자 연준 목표치 2%를 넘어서는 것으로 소비가 개선되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줬다.
월가 전문가들은 올 초 혹한으로 집 문 밖으로 나가지 않던 소비자들이 날씨가 풀리면서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크리스 윌리엄스 마르키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날씨가 호전된 영향이 크다"며 "2분기 GDP 호조는 미국 경제 기반이 개선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고용 성장세까지 뒷받침되면서 소비 개선, 기업 투자 확대, 인력 충원 등의 선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경기가 나아지는 첫 번째 신호로 고용 증가를 꼽고 있다.
살 과티에리 BMO캐피털마켓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혹한이 지난 뒤 미국 경제는 기대 이상의 속도로 반등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신규 설비투자를 확대하면서 인력까지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의 6월 비농업 부문 취업자수는 28만8000명이나 늘어났다. 1990년대 말 IT붐 이후 처음으로 5개월 연속 20만명 증가를 웃돈 것이다. 같은달 실업률 역시 6.1%로 지난 2008년 9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게다가 미국 소비자신뢰지수는 6월달에 지난 2008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이달 들어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섰다.
짐 베어드 플랜트모란 파이낸셜어드바이저스 이코노미스트는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던 것처럼 2분기 경제는 뚜렷한 모멘텀을 되찾았다"며 "강한 고용 창출, 소비자 신뢰 회복 등은 미국 경제에 긍정적인 신호"라고 설명했다.
◇"경제 회복 빨라진다" vs. "시기상조..하반기 지켜봐야"
미국 경제의 향후 전망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시장에서는 올 하반기 미국 경제가 최소 3% 가량의 성장세를 보여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살 과티에리는 "앞선 분기들의 GDP 수치들도 우리의 예상보다 높았다"며 "2분기의 견고한 모멘텀은 올 하반기 성장률이 3%대에 가까워질 것이라는 우리의 전망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JP모건체이스와 매크로이코노믹 어드바이저스의 이코노미스트들도 올 하반기 미국 경제가 3%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1.7%에서 2%로 상향조정하기도 했다.
미셸 마이어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분기 GDP 호조는 미국 경제가 당분간 더 큰 성장 모멘텀을 이어갈 것이라는 점을 입증했다"며 "경기 하방 리스크가 줄어든 덕분에 GDP는 하반기에 증가세를 이어가 결국 내년에는 3%를 크게 웃돌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1분기와 2분기 간의 성장률 격차가 큰 만큼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을 갖기는 아직 이르다고 조언했다. 향후 흐름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올 하반기에 3% 넘는 성장세가 지속되지 않는다면 올 한해 전체 성장률 호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프리 로젠버그 블랙록 스트래지스트는 "정확한 경기 판단을 위해서는 3분기까지는 기다려야 한다"고 진단했다.
크리스 로우 FTN파이낸셜 애널리스트도 "성장률이 급격한 변화를 보였다"며 "강한 경기 흐름을 확신하기 위해서는 3분기 성장률도 호조를 보여야 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재고 비율이 높아 하반기 성장에 대한 의구심이 생긴다"며 "궂은 날씨 영향에서 벗어나 미국 경기가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는 과한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2분기 성장률 반등에 크게 기여한 재고의 급증세는 생산량 증가에 따른 것인지, 혹은 판매 부진의 영향인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존 라이딩 RDQ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속보치는 미국 경제를 명확히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4% 성장률에 크게 흥분해서는 안된다"며 "0.9%의 상반기 성장률은 2011년 상반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라고 강조했다.
미국 경기 전망과 함께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의 향방에도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향후 경기 여건이 어떻게 변할 지에 따라 연준의 정책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리차드 피셔 미국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지속적인 경제 성장세를 감안할 때 내년 초 혹은 그보다 더 빨리 금리 인상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다수의 시장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이 내년 6월까지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팀 호퍼 TIAA-CRE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길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특히 1분기의 혹한은 오히려 기차 도착 시간을 지연시켰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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