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의 부동산퍼즐)금융정책으로 동력 넘어간 주택 활성화
국토부 아닌 기재부·금융위 주도, 주요 정책은 국회 계류
2014-08-01 11:42:25 2014-08-04 08:24:39
[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우리나라 국토와 부동산시장을 관장하는 주무부처는 국토교통부입니다. 그런데 이 국토부가 부동산시장의 상승과 하락을 좀처럼 조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장을 좌지우지할 대형 정책적 이벤트를 내 놓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시원한 카운터펀치 없이 시종일관 가벼운 잽으로만 응수하고 있는 아웃복서 같다고나 할까요.
 
사실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은 부동산시장이 구조적 격동기를 겪으며 개발 호재보다는 현금 유동성, 절세 등이 더 중요해졌기 때문인데요.
 
최근 몇년간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화두는 총부채상환비율(DTI)와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 폐지 여부였습니다.
 
이들은 금융건정성을 높이기 위한 금융규제지만 부동산시장으로 흘러가는 돈줄을 막기 위한 부동산규제와 활용되는 정책입니다.
 
호황기를 보내는 지방은 DTI규제가 없지만 장기 침체에 시달리는 수도권은 DTI가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의 불만은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었는데요.
 
수도권 부동산시장을 살리기 위한 핵심 카드 중 하나로, 줄기차게 폐지를 요구했지만 폐지 여부를 결정하는 곳은 금융위원회입니다. 부동산시장의 흐름을 결정하는 결정적 한방이지만 부동산시장을 관장하는 국토부에게는 직접적인 행사력이 없습니다.
 
DTI규제 폐지는 매번 부동산대책이 나올때마다 거론됐지만 가계부채 증가를 우려한 금융위원장의 반대로 무산돼 왔었죠.
 
집값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최근의 부동산시장에서 급부상한 것은 거래세 절세를 통한 비용 절감입니다. 과거 취득세 인하시 거래가 늘고, 인하기간이 끝나면 거래절벽이 반복되던 이유죠.
 
양도소득세와 취득세는 대표적인 부동산 거래세입니다. 양도세는 차익의 6~38%를 세금으로 냅니다. 올해 폐지됐지만 다주택자는 차익의 60%를 세금으로 내기도 했죠. 세율이 높은 만큼 부동산 거래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세인 양도세는 기재부에서 결정할 문제고, 지방세인 취득세는 안행부에서 조정하는 분야입니다. 국토부는 낄 자리가 없는 것이지요.
 
(사진=뉴스토마토DB)
 
아! 국토부는 시장 파급력이 강한 재건축 시장 규제 완화를 추진할 수 있습니다. 국토부는 이미 재건축 투자 수익률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폐지하기로 했죠.
 
신규 아파트 분양가를 억제, 집값 상승을 막는 역할을 하는 분양가상한제도 국토부가 폐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이 모든 것은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분양가상한제 폐지 또는 탄력적용은 전 정부에서부터 추진돼 왔지만 국회에 계신 분들의 재가를 받지 못해 몇년째 계류 중이죠.
 
재건축 초과이익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가 집중 수혜을 받기 때문에 여야 합의가 쉽지는 않죠.
 
앞서 언급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폐지는 기재부 동의 후에도 국회 통과에 한참을 애를 먹기도 했었죠.
 
최근 국토부 관계자로부터 소위 '웃픈(웃기지만 슬픈)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국토부는 8월 중 재정비사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인데요. 이번 방안에는 재건축 소형주택 의무비율과 안전진단기준 완화 등이 골자로 실릴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국회를 거쳐야 하는 법안이 얼마나 되냐는 질문에 국토부 관계자는 씁씁하게 웃으며 "이번 재정비 활성화 방안은 시행령이나 규칙 등 정비가 대부분으로 국회 입법 절차를 거쳐야하는 사안은 최소화하기로 했습니다. 그게 국회까지 가게되면.."이라고 말끝을 흐리더군요.
 
국내 부동산시장의 흐름을 결정하는 주무관청인 국토부가 국회의 눈치를 보며, 국회를 피하는 정책을 내놓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었습니다.
 
부동산시장에서는 부동산시장의 절대갑은 정부정책이라고 말합니다. 시장원리고 뭐고 시장흐름을 결정하는 것은 정책이라는 것인데요. 그 절대갑은 과거 건교부에 이은 국토부를 말했었죠. 하지만 지금 부동산시장은 국토부 장관이 아닌 기재부 장관의 입에 관심이 더 많고, 국회의사당이 있는 여의도 동향에 더 민감한 듯 합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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