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기자] 안충영 신임 동반성장위원장의 취임과 함께 3기 체제가 출범했다. 그의 첫 일성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의 법제화에 대한 반대였다.
동반성장 문화를 통해 민간 자율을 유도하겠다는 뜻으로, 동반성장 의지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법의 규제 없이 여론만으로 실효성을 갖춰나가는 것에 대한 한계는 이미 수차례 노정돼 왔다.
안 위원장은 1일 오전 서울 구로구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취임식을 갖고 3기 체제의 공식 출범을 알렸다. 약 4개월간 공석이었던 위원장 자리가 채워지면서 동반위의 행보에도 탄력을 받게 됐다.
이날 안 위원장은 "사회적 합의로 대·중소기업이 공존하는 시장 질서를 구현하는데 노력하고, 동반성장이 대기업뿐만 아니라 2차, 3차 협력사, 유통·금융·의료 분야까지 확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안충영 제3대 동반성장위원장. (사진=동반성장위원회)
그의 앞에 놓인 첫 과제는 하반기 예정된 82개 품목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재지정이다. 이에 대해 안 위원장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무리하게 법제화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적합업종 제도를 법으로 못박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법으로 울타리를 치는 것보다는 대기업, 중소기업, 공익 대표들이 모여 민간 자율로 합의점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또 "적합업종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포지티브섬으로 봐야 한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협업과 분업을 통해 긍정적인 효과를 창출할 영역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동반위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첫 출범한 이후 '동반성장'은 경제민주화와 맞물리면서 시대적 과제로 떠올랐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초대 위원장에 승선한 후 초과이익 공유제 등을 꺼내들자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재계는 발칵 뒤집혔다.
동반위에 재계는 물론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시선과 기대가 쏠렸지만 정 위원장은 대통령의 동반성장 의지를 확인할 수 없다며 돌연 위원회를 떠났다. 이후 2기 유장희호가 닻을 올렸지만 이미 힘빠진 동반위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를 통해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대기업의 무분별한 진입을 막겠다고 나섰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서 길을 잃고 표류하며 조정 기능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등 한계가 노출됐다. 설상가상으로 대기업의 목소리가 점차 동반위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여론의 따가운 시선만이 중소기업의 방패로 남으면서 야당과 시민사회, 중소기업계에서는 적합업종 제도의 법제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늘기 시작했다. 강제성을 통해 대기업의 중소기업 영역 진출을 막고, 골목상권 보호를 통해 상생을 모색하자는 주장이었다.
그런데 이를 신임 안충영 위원장이 스스로 걷어차면서 향후 동반위의 활동 반경 약화는 불가피해졌다는 평가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대통령이 규제를 철폐해야 할 악으로 규정한 마당에 이와 정반대되는 행보를 할 수 있겠느냐"며 "갖은 오해와 압력 등으로부터도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문제를 일으키지 않겠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장을 역임하며 규제 개혁에 앞장섰던 사람이 대기업을 규제할 동반성장위원회를 맡는다는 것 자체가 동반성장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의지가 없음을 명확히 보여준다"며 "중소기업 스스로 자생력을 키우라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힐난했다.
한편 안 위원장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의 법제화에 대한 반대를 표명함으로써 직면할 여론의 질책을 의식한 듯 중소기업의 역량을 키워 양극화 해소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코트라 외국인투자 옴부즈만으로 8년 이상 활동한 경험을 살려 중소기업의 해외진출 지원에도 앞장설 뜻을 피력했다.
이밖에도 안 위원장은 동반위의 운영 방향으로 ▲사회적 합의로 공정한 시장질서 구현 ▲글로벌 시대에 맞는 동반성장전략 수립 ▲사회적 이슈에 선제적 대행 ▲협력경영 등을 제시했다.
안 위원장은 취임식 이후 관악구 소재 신사전통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시장 살리기 노력, 골목상권의 적합업종 현안 문제, 전통시장 시설 현대화 개선 효과와 성공사례 등에 대해 토론하는 것으로 첫 업무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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