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VS 러시아 경제 제재 주고받기..누가 더 손해?
러시아 금수조치는 제발등 찍기.."상품 판매처 다양"
EU 농식품업계 '근심'..수출 물량 감소 전망
러시아 내부 여론 엇갈려.."정당한 대처" VS "물가상승 위험"
2014-08-08 13:28:50 2014-08-08 13:33:04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서방의 경제 제재에 따른 러시아의 대대적인 반격이 시작되면서 어느 쪽이 더 손해를 볼지에 대한 논의에 불이 붙었다.
 
이번 금수조치로 고통받는 유럽기업들이 속출할 것이란 의견과 치솟은 물가 탓에 고통받는 러시아 국민들이 늘어날 것이란 주장이 팽팽하게 대립했다.
 
◇러시아, 1년간 서방식품 수입하지 않기로 결정.."러시아가 손해 볼 것"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서방의 제재에 맞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식품을 수입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이날 "EU와 호주, 캐나다, 노르웨이 등을 상대로 한 식료품 수입을 중단한다"며 "대상 품목은 과일과 채소, 우유, 어류 등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번 금수조치를 이날부터 1년간 이어가기로 했다. 다만, 관계국의 태도가 바뀌지 않을 경우 기간을 늘릴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모스크바 식료품점 (사진=로이터통신)
 
러시아의 제재를 받게 된 서방국들은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금수조치는 러시아 국민들의 생활고만 가중시킬 뿐, 유럽 경제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를 뒷받침 하듯 유럽의 경제학자들은 EU의 총수출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비한 편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지난해 EU는 러시아에 1200억유로어치의 농식품을 수출했는데, 이는 EU의 총 식품 수출 규모인 1조7000억유로에 비하면 적은 수준이다. 이들은 18조유로에 달하는 경제규모를 지닌 EU가 이번 금수조치로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시안 치올로스 EU 농업총국 농무장관은 "하나의 시장을 잃었을 뿐"이라며 "EU는 고품질의 상품을 세계 여러 나라에다 팔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도 비슷한 입장을 나타냈다. 데이비드 코언 미 재무부 차관은 이날 "러시아 제재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미국은 러시아로 12억달러의 농산물을 수출했다. 이는 미국의 총 농산품 수출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런 점에 근거해 미국 농식품 업자들은 러시아가 제 발등을 찍는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밥 스톨맨 미국농업협회 대표는 "가장 큰 피해자는 식품에 더 많은 값을 치러야 하는 러시아 국민들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U 농식품업 '비상'.."수출길 막혀 손해 막심할 것"
 
그러나 유럽의 농식품 업자들과 일부 유럽국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역 경기가 어려운 마당에 금수조치마저 발동되면 매출이 더 저하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벨기에 배 농가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벨기에 배 업자들은 매년 생산품의 절반인 1억유로어치의 배를 러시아로 수출해왔다.
 
이제는 그 수출길이 막히게 돼 다른 판로를 모색하거나 주스 회사와 같은 가공업체에 헐값으로 넘겨야 하는 처지가 됐다.
 
벨기에의 한 농부는 "유럽인들이 배를 더 많이 먹어주길 바랄 뿐"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중국이나 캐나다 같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폴란드 농가의 속도 타들어 가고 있다. 금수 조치로 10억유로에 달하는 농산품을 수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폴란드 정부는 러시아와의 무역전쟁 탓에 올해 경제 성장률이 0.5%포인트 정도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노르웨이 수산물 업자들도 폴란드와 비슷한 상황에 부닥쳤다. 러시아 연어 수출길이 막혀 큰 손해를 볼 전망이다. 러시아는 노르웨이의 최대 해산물 시장이다. 작년 한 해 동안 노르웨이는 10억4000만달러 규모의 생선을 러시아에 판매했다.
 
노르디아 마켓 애널리스트들은 "노르웨이는 연어 등의 생선을 EU 회원국들과 북미에 팔 수도 있지만, 많이 내려간 가격에 거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분석이 나간 이후 세계 최대 연어 가공업체인 마린하베스트는 이날 노르웨이 증시에서 9%나 곤두박질쳤다.
 
러시아에 유제품을 납품하던 핀란드와 네덜란드의 낙농업계 또한 이번 제재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내부 의견 분분.."보복 조치 환영" VS "고물가 심화될 것"  
 
러시아 내에도 이번 제재에 대한 시선은 엇갈렸다.
 
러시아 정부 관료들은 금수조치로 유럽의 수출업자들이 엄청난 피해를 보겠지만, 러시아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 자신했다.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우리의 시장은 신선하고 질 좋은 러시아 상품으로 채워질 것"이라며 "많은 러시아인이 이번 금수조치를 환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메드베데프의 말처럼 한 러시아인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러시아를 대하는 서방의 태도는 좋지 않았다"며 이번 금수조치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또 "국내 식품업체를 키우는 과정에서 식품값이 올라간다 해도 감당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만약의 때를 대비해 러시아 농업부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이란, 터키에서 부족한 식품을 수입해 올 방침이다. 서방이 아니라도 식품을 수입할 경로는 다양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 의견 또한 만만치 않았다. 서방에서 사오던 저가의 농산품이 사라지면 러시아 주민들은 식품에 더 많은 돈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실제로 러시아 소셜미디어들이 "치즈와 '크림'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이란 질문을 던진 결과 응답자의 64%가 치즈를 택했다.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손해를 봐서는 않된다는 뜻이다. 크림은 크림반도를 표현한 단어다.
 
러시아의 고급 유통업체인 아즈부까 브꾸사를 관리하는 한 담당자는 "이번 금수조치로 큰 충격을 받았다"며 "러시아에는 좋은 식료품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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