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성기자] 청와대가 직접 '보신(保身)주의'를 지적하며 은행권의 적극적인 대출을 주문함에 따라 새로운 자본확충 수단으로 조건부자본증권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는 담보나 보증 위주의 대출에서 벗어날 경우 나타날 급격히 부실증가에 대비한 대안으로 꼽히지만 우선 객관적인 신용평가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0일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13년 들어 꾸준히 상승하던 국내은행의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BIS)이 2014년 3월말 14.07%로 지난해 말(14.53%) 대비 0.46%포인트(p) 하락하는 등 바젤Ⅲ시행 이후 하락 전환됐다.
조건부자본증권(Contingent Convertible Capital Instruments)은 은행이 독자적으로 생존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에 처할 경우 자동으로 해당 증권의 청구권이 소멸(상각)되거나 주식으로 전환되는 자본증권을 의미한다. 일명 '코코본드(Co-Co Bond)'라고 불린다.
◇하반기 국내은행 자본 확충계획(자료=우리금융경영연구소)
조건부자본증권은 위기시 자동으로 보통주 자본이 확충되어 은행의 자본 복원력이 높아지며 높은 발행금리로 투자자는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지난 5일 은행권 간담회에서 "부실증가에 대비해 자본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도 살펴보겠다"며 "조건부자본증권 등의 활성화를 통해 은행이 자본을 늘릴 수 있는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조건부자본증권이 은행의 재무건전성과 안정성 확보라는 본래 취지에 맞게 활용되려면 객관적인 신용평가체계의 마련 등 제도적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권우영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조건부자본증권의 전환방식에 따라 객관적인 신용평가체계를 마련하는 등 수요기반 구축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S&P, Fitch 등 해외 신용평가회사는 기존 후순위채보다 1~2단계 낮은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조건부자본증권은 원금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기관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려 개인고객 중심의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도 높다. 시장형성 자체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전환 구조가 복잡하고 원금손실 가능성 있기 때문에 향후 불완전 판매 문제도 불거질 전망이다.
유럽시장에서도 조건부자본증권의 투자자 중 개인고객이 5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자산운용사는 27%, 헤지펀드 9%, 은행과 보험사가 각각 3% 수준에 그치고 있다.
권 수석연구원은 "조건부자본증권 발행시 개인투자자들이 증권의 구조와 속성 등을 명확하고 충분히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투자자보호를 위한 금융당국과 은행권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은행은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경영성과와 자본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조건부 자본증권 발행에 따른 비용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자산·부채 관리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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