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과 장인태 전 행정자치부 2차관이 25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됐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이인규 검사장)는 이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박 전 수석을 구속했다.
서울중앙지법 김도형 영장전담 판사는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있고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수석은 2004년 12월 중순 참여정부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재직할 때 박 회장으로부터 백화점 상품권 1억원어치를 건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박 회장은 당시 국세청장 자리를 놓고 이주성씨와 경합을 벌이던 자신의 사돈인 김정복 서울 중부국세청장과 함께 서울 S호텔에서 박 전 수석을 만나 식사를 했다.
검찰은 박 회장이 사돈의 인사검증(민정수석실 임무)을 잘해달라는 청탁 의도 등을 갖고 식사가 끝난 뒤 박 전 수석에게 상품권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식사 자리에 동석했던 다른 인사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박 전 수석은 이날 구속수감되면서 "죄송하다"고 짧게 말했다.
검찰은 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장인태 전 차관을 구속했다.
장 전 차관은 2004년 6월 경남도지사 재보궐선거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하면서 그해 5월 중순 5억원, 5월 말 3억원을 박 회장으로부터 건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박 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가 "마음 크게 먹고 도와주라"는 말을 듣고 돈을 건넸으며 장 전 차관의 선거 본부장이었던 김태웅 전 김해군수가 서김해IC 인근 찻집 앞 주차장과 창원의 한 호텔 주차장에서 각각 돈을 받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박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가 있는 현역의원 2∼3명을 주중에 소환하기 위해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현재 민주당 서갑원(순천) 의원, 한나라당 권경석(창원갑) 의원 등이 우선 소환 대상자로 거론되고 있다.
검찰은 특히 박 회장이 의원들을 태광실업의 해외공장이 있는 베트남과 중국으로 초청해 현지법인인 태광비나와 청도태광에서 조성한 비자금을 건넨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한편 박 회장이 정관계 인사들에게 전방위로 금품을 살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전·현직 경남·부산지역 지방자치단체장들과 이 지역에서 근무했던 전.현직 경찰 간부들도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박 회장이 부산과 경남지방경찰청 최고위 간부들에게 전별금으로 최소 10만 달러에서 수십만 달러를 건넸다'는 의혹과 관련해 "그러한 진술이나 정황을 지금까지 전혀 확보한 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다만, 앞으로 수사가 어떻게 튈지는 모르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경찰이 끝까지 안나올거란 말은 할 수 없다"고 밝혀 경찰 간부들의 연루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이 지역에서 지방경찰청장을 지내고 경찰총수 자리에 오른 한 인사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박 회장과 악수한 적도 없다"고 일각에서 제기된 금품수수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경찰 간부들과 지자체장들이 박 회장에게서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계속 증폭되고 있어 검찰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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