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한은, 기준금리 15개월만에 인하..정부 눈치보기?
2014-08-14 20:36:22 2014-08-14 20:40:41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앵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연 2.50%에서 2.25%로 인하됐습니다. 지난 2010년 11월 이후 최저 금리입니다. 정부가 경제 활성화 정책을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만큼 한은이 공조에 나선 것으로 보이는데요. 취재기자와 함께 그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경제부 이종용 기자 나왔습니다.
 
이 기자, 지난해 5월 기준금리 깜짝 인하 이후에 1년3개월만에 금리를 조정한건데 이번에도 깜짝 동결이었나요. 시장에선 이미 예상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기자: 네. 한국은행은 오늘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기로 결정했습니다. 지난해 5월 2.75%에서 2.50%로 기준금리를 내린 뒤 1년3개월만에 조정입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2010년 11월 이후 3년 10개월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시장의 예상에서 벗어나는 깜짝 인하는 아니었습니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경기 하방 리스크가 커졌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습니다.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금통위원 7명 가운데 과반수가 통화완화를 선호하는 성향을 드러내면서 시장은 이미 이번달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한 상태였습니다.
 
앵커: 금리인하를 결정한 한국은행에선 국내 경제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습니까.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린 것은 내수 부진이 세월호 참사 이후 좀처럼 회복되지 않으면서 경기의 하방 리스크가 커진 점을 고려한 것입니다.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 증가율은 전분기 보다 0.6%에 그치면서 7분기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민간소비가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등 경제주체들의 전반적인 위축이 경제를 누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앞서 이달 초 기획재정부도 8월 그린북을 통해 소비·투자 등 내수 개선세가 미약하고 수출 개선세도 견고하지 못해 경기 회복세가 여전히 부진한 모습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우크라이나와 이라크 등을 둘러싼 세계 지정학적 위험이 확대되고 있는 것도 기준금리 인하에 힘을 싣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앵커: 이번 결정에 대해 시장 참여자들은 어떻게 보는지 궁금한데요, 추가적인 금리인하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기자: 우선 정부는 한은의 금리 인하 결정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현재 추진 중인 확장적 재정정책과 경기 활성화를 위한 조세정책에 이어 통화정책까지 경기 친화적으로 바뀌게 되면서 경기 부양에 필요한 모든 정책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주식시장 참여자들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려가면서 코스피가 60~70포인트 더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며 기대감을 보였습니다.
 
현재 시장에서는 추가 금리 인하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과 추가 인하 여유분이 있다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실물경기 회복조짐을 보이는 미국이 내년 하반기쯤 정책금리를 올릴 전망이어서 쉽게 결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추가 금리 인하가능성에 대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지켜보고 소비자심리가 어떻게 바뀔지 앞으로 입수하는 모든 지표를 감안해 적절히 대응해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이자가 3%대인 상품을 찾기 힘들 정도로 예금금리가 바닥인데, 금융소비자들에게는 어떤 득실이 있겠습니까.
 
기자: 기준금리가 내리면서 은행권의 대출과 예금금리도 내려갈 것으로 보입니다. 2% 중반대의 은행 예금상품도 찾아보기 힘들 전망입니다. 또 은행의 적극적인 권유로 주택담보대출을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갈아탄 대출자들은 손해를 보게 됐습니다. 지난해 말 이미 1000조원을 훌쩍 넘어선 가계부채 문제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전세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게 되면 세입자의 소비 여력은 더욱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이주열 총재도 지난달 한 포럼에서 기준금리를 낮춘다는 것은 부채증가를 어느 정도 감수한다는 뜻이라며 중기적으로 소비여력을 제약하는 효과도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앵커: 박근혜 정부의 새 경제팀이 꾸려지면서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에도 금리인하 요구가 꾸준히 있었는데요. 한국은행의 독립성 논란도 나오고 있군요?
 
기자: 한국은행의 이번 금리인하 결정에는 경기부양책을 내놓은 정부의 새 경제팀과 공조해야한다는 필요성도 크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부터 재정과 통화정책간 적절한 조합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공조가 필요하다면서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제기해왔습니다.
 
취임 후에도 41조원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한국은행의 정책공조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고, 여당인 새누리당 대표도 금리 인하 주장을 지원 사격했습니다.
 
때문에 정책공조 필요성에 밀려서 한국은행의 독립성이 훼손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주열 총재는 오늘 금통위 직후 간담회에서 금리 인하 결정은 금통위 스스로의 독자적인 판단이라며 금통위가 경기인식에 대한 변화를 바탕으로 인하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앵커: 네. 시장의 예상대로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를 결정하면서 ‘경기부양이 시급하다’는 인식을 정부와 같이 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달 금통위까지 금리 인하효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도 주목해야겠습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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