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민호기자]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를 비롯해 당지도부가 세월호 유가족을 두번이나 면담했지만 바뀐 것은 없었다.
이 원내대표는 김영오씨에 대한 국정원 사찰 의혹에 "그런일이 있었습니까?"라고 답했을뿐 대통령에 대한 면담 요청도, SNS 악성루머 차단 요구에도 애매한 답변만 내놨다.
애초 '협상을 전제로 하지 않는 만남'을 내걸었던 새누리당은 유가족 대표와의 2차 만남에서 의미있는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원내대표실에 내걸린 '위공무사(爲公無私, 사적인 것은 버리고 공적인 것을 위한다)'가 무색할 정도였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에 걸린 '위공무사(爲公無私)'. 사적인 것은 버리고 공적인 것을 위하라는 뜻이다. 27일 세월호 유가족들은 새누리당과 2차 면담을 갖었지만 만족할 만한 답변을 얻지 못했다.(사진=박민호 기자)
김병권 세월호가족대책위원장은 27일 오후 4시30분쯤 이 원내대표실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배보상(배상과 보상)이 절대 아니다"라며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는 진상규명"이라고 밝혔다.
유가족들이 특혜나 이익을 얻기 위해 합의안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악성루머에 대한 심경을 그대로 새누리당에 전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보상이라는 말은 합법적인 공권력으로 인해 재산에 피해를 입은 희생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며 유가족들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주 의장은 세월호 참사가 정부 잘못으로 생긴 사고가 아니며 일종의 해상교통사고로 봐야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가족들에게 재확인시켰다.
이는 해석하기에 따라 '해주지 않아도 될 보상을 해준다'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어 유가족들을 마음 아프게 했다.
유가족들은 두번째로 김영오씨 국정원 사찰에 대해 진상규명을 요구했지만 실체는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내가 직접 국정원에 연락해서 당사자를 찾으라고 말했는데 정보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설사 통상적인 정보수집행위가 있더라도 유가족들이 오해할 수 있으니 하지 말라고 전했다"고 말했다.
이어 "또 이러면 나도 경찰이든 국정원이든 책임자를 찾아서 문책 하겠다"고 말해 유가족들의 의구심을 샀다.
심지어 이완구 원내대표는 옆자리 김 원내수석부대표에게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라고 묻는 등 유가족 2차 면담에 앞서 사전조사도 하지 않았음을 드러냈다.
'대통령 면담 요구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데 묵묵부답이다'라는 유가족의 물음에는 꿀먹은 벙어리였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다음에 제가 전달하겠다. 깜빡했다"라며 이후 비공개 회의때 구체적으로 논의하자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유가족 대표는 SNS에 퍼지고 있는 악성루머에 대해서 "집권여당이 대변인을 통해서 확실하게 차단하겠다는 말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윤영석 대변인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악성루머에 상처입지 않도록 최대한 조치를 취하겠다"라고만 밝혔다.
유가족들은 "질문의 요지를 모르고 있다"며 유포자를 '차단'하고 '제재' 해달라고 두번에 걸쳐 요청했지만 새누리당은 '차단하겠다'와 '제재하겠다'라는 단어는 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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