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의 ‘프리미엄 청소기시장 정복' 선언으로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영국의 다이슨 등 해외 가전사들이 주도해온 시장 변화도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다. 각 사는 승부수로 차별화된 모터를 뽑아 들었다.
그간 해외 제조사들과 삼성전자 등에 밀려 미미한 존재감에 그쳤던 LG전자는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무선 프리미엄 청소기 ‘코드제로’를 공개하며 본격적인 시장 진출을 알렸다. 선언 또한 '시장 정복'으로 당찼다.
이로써 프리미엄 청소기 시장은 유럽지역 전통의 강자 다이슨과 밀레를 비롯해 국내 시장의 판도를 바꾼 삼성전자, 세계 최초 무선 진공청소기를 앞세운 LG전자 등이 자웅을 겨루는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했다.
◇다이슨 진공청소기 'DC63'(왼쪽)과 삼성전자 '모션싱크'(오른쪽)(사진=각 사)
◇국내 지존 삼성, 유럽서 다이슨에 도전장..LG도 ‘잰걸음’
연간 130만달러(약 13조원) 규모의 프리미엄 청소기 시장은 그동안 다이슨과 일렉트로룩스, 밀레 등 해외 프리미엄 가전 제조사들이 이끌어 왔다. 해당사들은 프리미엄 가전의 산실인 유럽은 물론 국내에서도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며 명가다운 위용을 뽐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전체 청소기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지만, 프리미엄 청소기로 제품군을 한정하면 그 영향력은 미미한 수준. 이는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5~10%의 꾸준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글로벌 소형 백색가전 시장에서 한국기업의 위치를 나타내는 지표였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삼성전자가 ‘모션싱크’를 출시하면서 국내 프리미엄 청소기 시장의 흐름이 돌변했다. 삼성 모션싱크는 출시 이후 매월 50%에 육박하는 판매량 성장을 보이며 돌풍을 일으켰다. 출시 약 5개월 만에 2만여대가 판매되며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장악해갔다.
모션싱크의 파급력은 1년만에 국내 프리미엄 청소기가 전체 청소기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을 2%에서 18%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3분기 80%에 육박해 10.4%와 10.1%의 점유율을 보인 일렉트로룩스, 다이슨 등과의 격차를 크게 벌렸다.
삼성전자는 이 기세를 다이슨이 여전히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인 유럽시장까지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최근 삼성은 모션싱크로 유럽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영국 등 주요국가에서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구축하고 현지 유명백화점에 매장을 구성하는 등 현지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다음달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되는 유럽지역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4’에서 모션싱크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동안 프리미엄 청소기 시장에서 좀처럼 기를 피지 못했던 LG전자도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27일 세계 최초로 무선 프리미엄 청소기 라인업 ‘코드제로’를 출범시키며 당찬 도전장을 내밀었다. 중심에는 세탁기의 1등 DNA를 냉장고 등으로 이식시키는데 성공한 현장 전문가 조성진 사장이 있다.
이날 LG는 국내 프리미엄 청소기 시장에서의 삼성의 독주를 막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까지 장악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내놨다.세탁기를 세계 정상에 올린 조성진 홈어플라이언스(HA) 사업본부장이 심혈을 기울인 만큼 자신감이 대단했다.
경쟁사들에 비해 다소 늦은 출발이지만 완성도 높은 제품을 내놓은 만큼 오는 10월 국내에 이어 유럽 등에 제품 출시를 확대해 빠르게 시장을 장악한다는 방침이다.
조 사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지난해부터 청소기를 눈여겨 보고 있었는데 다이슨과 같이 역사가 짧은 기업도 (유럽)시장에서 1위를 하는 것을 보고 누구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코드제로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진출에 맥없이 국내 프리미엄 시장 주도권을 내준 해외 제조사들은 LG전자의 가세로 부담이 가중됐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가 ‘2015년 글로벌 가전 1위’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소형 프리미엄 가전시장 공략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제조사 간 양보없는 승부가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LG의 프리미엄 청소기가 단순히 디자인이나 마케팅에 치중한 제품이 아닌 기술적으로 완성도가 있는 만큼 유럽시장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며 “유럽 시장에서 그동안 강세를 보이던 다이슨과 일렉트로룩스, 밀레 등도 주도권을 내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면서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진 LG전자 HA사업본부장(왼쪽)과 박재유 HA해외영업그룹장이 LG전자 모델들과 함께 프리미엄 무선 청소기인 'LG 코드제로'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다.(사진=LG전자)
◇치열한 프리미엄 청소기 시장..핵심은 ‘모터’
이처럼 삼성과 LG의 기술력이 결집된 프리미엄 청소기가 전통적 강자들이 즐비한 유럽시장에 자신있게 도전장을 내밀 수 있었던 원동력은 '남다른' 모터에 있다.
양사는 이미 유럽에서 검증된 자사의 냉장고, 세탁기 등 백색가전에 사용된 모터를 청소기에 성공적으로 이식해 혁신적 제품을 완성했다. 청소기 기술력의 80% 가량을 모터가 차지하는 만큼 모터에 공을 들인 모습이다.
삼성 모션싱크는 자사 프리미엄 냉장고와 세탁기 등에 채용된 고효율 ‘디지털 인버터 모터’를 탑재했다. 이를 통해 높은 효율 및 성능과 동급 모델 대비 연간 최저 에너지 비용을 달성했다. 또 고성능 모터를 통한 완벽에 가까운 미세먼지 차단 기능으로 독일 미세먼지 관련 인증기관 SLG에서 최고 등급을 취득하는 등 품질에 대한 검증을 마쳤다.
LG전자는 지난 2010년부터 세탁기에 적용한 다이렉트 드라이브(DD) 모터 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인버터 모터'를 탑재했다. 여기에
LG화학(051910)의 전기자동차 배터리 기술을 적용하는 등 그룹 차원의 내재된 기술력을 코드제로에 쏟아 부었다.
특히 제품 개발을 주도한 조성진 사장은 시판 중인 청소기를 모두 구입해 직접 분해해 가며 문제점을 찾는 집념을 보였다. 제품 공개 당시 조 사장이 “개발자들이 다시는 청소기를 쳐다보기 싫을 정도로 힘들게 했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개발된 LG의 스마트 인버터 모터는 기존 모터의 브러시 장치를 전자회로로 대체해 10년이 넘는 수명과 높은 효율을 자랑한다. 때문에 무선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유선 제품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200W의 흡입력을 구현했다.
조 사장은 “청소기에서 들어가는 기술력 중 80% 정도는 모터에 있다”면서 “우리는 이러한 모터를 50년 넘게 만들어 왔다”고 자사 모터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현재 유럽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다이슨 청소기는 미세먼지 분리에 특화된 고유의 싸이클론 모터로 시장에서 인기를 독차지했다. 마찬가지로 삼성과 LG의 독자적인 모터 기술이 유럽 소비자의 마음을 얼마나 사로잡느냐가 시장 공략의 관건이란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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