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재건축 후분양 아파트 조합들이 일반분양 시기를 무더기 연기하고 있다.
정부가 재건축 아파트의 임대아파트 의무 건설을 폐지하는 내용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재건축 조합들이 법 개정 이후로 일반 분양시기를 늦추는 것이다.
만약 이 법안이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된다면 아직 분양승인을 받지 않은 재건축 단지는 조합원들의 100% 동의만 있으면 임대아파트를 짓지 않아도 된다. 현재 계획돼 있는 임대아파트의 전부 혹은 상당수를 일반분양분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러면 일반분양 전환으로 얻은 수익만큼 조합원들의 추가부담금도 감소한다. 이에 따라 분양을 앞둔 대부분의 재건축 단지들이 법안 통과 여부를 지켜보고 나서 분양을 하겠다는 태도이다.
3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달 말 분양 예정이던 인천 신현 주공 재건축 단지는 임대주택 폐지 법안이 통과될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조합 측의 요구로 분양이 지연되고 있다.
이 아파트는 총 3천331가구로 임대 아파트가 365가구, 일반분양분이 1천116가구다.
조합 측은 임대아파트로 계획된 83㎡ 365가구를 일반분양으로 돌리면 조합 부담금이 약 300억 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시공사인 대림산업은 관련 법의 4월 임시국회 통과가 불투명하고, 분양이 늦춰짐에 따라 발생하는 금융비용도 만만치 않아 분양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입주가 오는 9-10월로 예정돼 있어 일반분양이 늦춰질수록 일반분양 계약자의 잔금 납부일을 빨라진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일반분양 물량이 많아서 분양대금이 빨리 들어오지 않으면 금융비용이 임대아파트 분양전환에 따른 이익을 상쇄할 것"이라며 "4월 초라도 분양을 해야 한다고 조합을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동구 고덕 주공1단지를 재건축한 '아이파크'는 애초 4월 말 분양 예정이었다. 그러나 조합 측이 임대아파트를 의무적으로 건립하지 않아도 될 때까지 지켜보자고 돌아서면서 분양이 늦어질 전망이다.
이 아파트는 임대 물량이 255가구로 입주가 6월 말로 잡혀 있어 입주 시점에 일반분양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안양시 내손 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한 '포일 자이(2천540가구)'도 조합 측이 5월로 예정했던 일반분양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임대아파트 83㎡ 244가구를 법 개정 후 일반분양으로 돌리면 약 300억 원, 가구당 1천만 원 이상 추가부담금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시공사인 GS건설 관계자는 "조합 측은 될 수 있는 대로 법 개정 이후 일반분양을 하겠다는 태도"라며 "일반분양 시기까지 한 달 이상 남아 있으니 법 개정안을 지켜보며 최종 시기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일반분양과 입주를 앞둔 광명 하안 주공1단지, 철산 주공2단지, 안양시 석수 주공, 서초구 방배동 서리풀 재건축 단지 등도 임대아파트를 뺏기지 않으려는 재건축 조합의 요구로 일반분양이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의 한 전문가는 "임대주택 폐지 법안이 4월에 통과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라며 "마냥 분양시기를 늦췄다가는 소득 없이 금융비용만 늘어날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득실을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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