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말도 많고 탈도 많던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와 저탄소차 협력금제 시행 방안이 확정됐다. 배출권거래제는 기업의 배출권 할당량과 업종별 감축률을 조정해 내년부터 시작되고, 저탄소차 협력금제는 2021년부터 시행된다.
그러나 두 방안 모두 정부의 원안보다 완화된 내용인데다 저탄소차 협력금제는 시행 시기마저 연기돼 환경정책이 경제논리에 밀렸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2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국가배출권 할당계획'과 '저탄소차 협력금제 대응방안'을 확정·발표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News1
이에 따르면 배출권거래제는 예정대로 2015년부터 시행하되 업계 부담과 시장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업종별 감축률을 10% 완화하고 배출권 할당량도 2013년~2014년 배출실적 수준으로 조정한다. 2015년~2020년까지의 배출전망치(BAU)도 재검토한다.
애초 내년부터 도입하기로 한 저탄소차 협력금제는 2021년 시행으로 연기됐다.
정부는 부담금 부과를 유예하되 온실가스 감축과 친환경기술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전기·하이브리드차 등에 세제감면 연장과 보조금 확대 등을 지원하고, 2020년까지 평균 온실가스·연비 기준을 유럽연합·일본 등과 비슷한 97g/㎞ 수준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기재부와 산업부 등 복수의 정부 관계자는 "올해 1월부터 조세재정연구원 등과 공동연구한 결과 저탄소차 협력금제가 기대했던 온실가스 감축효과는 적은 반면 기업과 소비자에 미치는 부작용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제도 시행연기의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정부의 방침에 대해 환경정책이 경제논리에 밀렸다는 지적이 거세다.
환경운동연합 측은 "배출권거래제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의 실효성은 사라져버릴 위기"이라며 "기준가격을 1만원으로 설정해 시장을 통한 배출권 거래의 기능이 작동하기도 어렵고 배출량 할당을 많이 해줘 배출권을 살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기업으로서는 배출권 가격이 비싸고 할당량이 적어야 온실가스를 줄일 의지를 갖게 되는데 가격도 낮고 할당량까지 넉넉해진 마당에 누가 온실가스를 줄이겠느냐는 것이다.
저탄소차 협력금제에 대해서는 기업 봐주기 논란까지 일었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저탄소차 협력금제 시행을 4개월을 앞두고 자동차 제작사의 반대와 단기적인 기업 이익에 저해를 이유로 정부가 제도를 사실상 폐기 선언했다"며 "기재부와 산업부 등은 자동차 제작사 등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만 골몰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와 저탄소차 협력금제를 구상했으면서도 정작 세부 대책은 기업 눈치를 보느라 규제를 완화하는 차원으로 진행되자 국가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국정과제의 명분을 상실했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환경회의 관계자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등은 2009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계획 수립과 지난해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을 통해 정부가 제시한 원칙"이라며 "이번 방안은 정부 스스로 법 질서를 무시하고 국가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부정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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