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 서민주거안정 강화방안에서 '서민'은 빼라
다가구 준공공임대업 등록 가능.."세제 혜택? 등록 안 하면 그만"
"임대주택 공급 줄고 분양가 올라 서민 주거 팍팍해져"
2014-09-05 10:39:25 2014-09-05 10:43:47
[뉴스토마토 방서후기자] 정부가 발표한 9.1부동산 대책이 서민 주거 안정은 외면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내용이 적지 않아 논란이 일 전망이다.
 
대책에 따르면 준공공임대주택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등록 대상 주택의 면적 제한이 폐지된다. 준공공임대주택 사업자로 등록할 수 있는 대상이 85㎡ 이하 주택으로 한정되면서 등기부등본상 1가구 1주택으로 분류돼 대부분 85㎡가 넘는 다가구주택은 대상에서 제외돼 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무주택 서민 거주 비율이 높은 다가구주택을 준공공임대주택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면적 제한을 폐지하고, 등록에 따른 세제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준공공임대주택은 10년간 임대료 인상을 연 5%로 제한하는 대신 임대사업자에게 세제 감면과 저리융자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주택으로, 지난 7월 정부는 국무회의를 통해 소득·법인세와 재산세를 각각 최고 30%, 75%까지 확대 감면해주는 내용이 담긴 '임대사업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준공공임대사업자 유인책 '허당'
 
하지만 다가구주택은 1가구1주택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기준시가 9억원 이하 요건만 충족한다면 이미 임대소득 과세 대상이 아니다. 즉, 집주인이 소유한 다가구주택에 직접 주인 세대로 거주하거나 다른 집에 전월세로 살면서 보유주택이 다가구주택 1채 뿐이라면 월세 수익이 얼마건 간에 세금은 '0원'이란 얘기다. 
 
렌트라이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거래된 서울 다가구주택의 평균 매매가격은 6억7800만원, 2010년 이후 지어진 신축 다가구주택은 9억8645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기준시가 9억원 초과 주택이라도 임대소득이 연간 2000만원 이하면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단독주택 공시가격의 실거래가 반영률이 60%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웬만한 다가구주택 소유자들은 시세가 10억원을 웃돌더라도 거의 세금을 내지 않고 있는 셈이다. 굳이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다.
 
 
김혜현 렌트라이프 대표는 "다가구주택은 사실상 과세의 사각지대"라며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마음대로 처분하지도 못하는데 혜택은 적고, 게다가 원래 세금을 내지도 않던 집주인들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세금을 감면해주겠다는 유인책에 호응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시가 지난달 민간임대주택 공급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실시한 임대주택 등록사업자 심층면접 결과에 따르면 임대사업자 대부분이 준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 하기를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임대사업의 의무기간인 5년도 부담스러운데다, 상속세와 증여세, 양도세 등의 보다 큰 세제 혜택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준공공임대주택으로 등록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김혜현 대표도 "다가구주택은 특히 상속이나 증여에서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부분 연세가 많은 부모님들이 월세 받으며 노후를 보내다 자녀에게 물려주는 사례가 많은데 그 때 발생하는 세금이 너무 높은 것"이라며 "일본의 경우 초기 임대주택 사업을 활성화 시킬때 상속세나 증여세 혜택을 줬다"고 덧붙였다.
 
◇임대주택 갈수록 줄어드는 구조
 
여기에 정작 무주택 서민들이 필요한 임대주택 공급은 줄어들 공산이 크다.
 
정부가 대규모 택지 공급시스템인 '택지개발촉진법'을 폐지하기로 하면서 전체 공동주택 면적의 20% 이상을 임대주택용으로 확보해야 하는 동법 시행규칙도 사라지게 되며, 재개발 사업장의 임대주택 의무건설 비율도 완화된다.
 
일정 기간 임대 후 분양전환 등을 통해 수익을 내는 리츠 위주의 임대주택 공급 방식도 서민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지난해 기준 리츠 평균 수익률은 7%로 서울 전월세전환율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주거 복지가 아닌 임대 수익으로 유지되는 상품의 한계가 드러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실제로 지난 5월 추진된 공공형 리츠사업인 인천 도화지구 '누구나집' 프로젝트의 경우 임대료가 주변 시세의 95% 정도로 책정되며 비난을 받은 바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번 부동산 대책은 '서민주거안정'이라는 말을 빼도 별 문제가 없을 정도"라며 "사실상 재건축 살리기 정책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데다, 공공이 주도하는 신도시가 없어지면서 분양가는 올라 건설사만 좋은 대책이라 평가받아도 무리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최승섭 경실련 부동산감시팀 부장도 "정부가 진정으로 무주택 서민들을 위한다면 미분양 주택에 대한 지원을 통해 임대전환을 유도하는 등 건설사에 특혜를 주는 대책이 아니라 계약갱신청구권제나 전월세상한제와 같은 임차인들의 최소한의 주거권을 보호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광교신도시의 공공임대주택 (사진=방서후 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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