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윤경기자] 중국 정부가 경착륙 우려로 점진적인 경기 부양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시나닷컴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중국 5대 은행에 5000억위안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을 공급하기로 했다.
이미 전일부터 단기유동성지원창구(SLF)를 통해 5개 은행에 각각 1000위안을 지원하기 시작했고, 이 같은 절차는 이날 중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에 대해 경기 부양책의 일환으로 해석했다. 최근 중국 경제지표가 일제히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정부의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 7.5% 달성 여부와 관련한 회의적인 시각이 널리 퍼졌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3일 공개된 중국의 8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약 5년 만의 최저치인 6.9%를 기록했다. 같은달 소매판매와 고정자산투자 증가율 역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며 중국 경기 경착륙 우려를 고조시켰다.
중국 부동산 분야는 더 심각하다. 부동산 정보 업체 중국 부동산 지수시스템(CREIS)에 따르면, 8월 중국 100개 도시의 신규주택 평균 가격은 전월 대비 0.6% 낮아졌다. 지난 5월에 2012년 6월 이후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선 이후 넉 달 연속 내리막길을 걷는 것이다.
데이비드 로빙거 TCW그룹 애널리스트는 "중국 당국이 그림자 금융 단속에 나서고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PBOC가 대출자들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고자 행동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션지안광 미즈호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인민은행의 이번 조치는 화폐를 찍어내는 것과도 같다"며 "지급준비율(지준율)을 0.5%포인트(50bp) 내리는 것과 비슷한 효과인 만큼 은행들의 대출 여력을 넓혀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기준금리 인하와 같은 공격적인 부양책 시행은 자제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리커창 중국 총리도 지난 10일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화폐 발행을 통한 인위적인 경기 부양보다는 강한 개혁을 통해 장기적인 경제 성장세를 이끌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중국 담당 국장을 역임한 에스와 프라사드 코넬대 경제학 교수는 "중국 정부는 광범위한 신용 팽창보다는 특정한 부분을 타깃으로 삼은 대책에 집중하고 있다"며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면서도 금융권 개혁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중국 정부의 강한 열망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중국 당국의 경기 부양 조치가 일시적인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리우리강 ANZ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인민은행이 결국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행동에 나섰지만, SLF로 조달한 자금은 다시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부양 효과는 일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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