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온라인 투표 시스템을 구축하는 단계부터 지인 간 대리 투표는 부정 투표라고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재판장 김상환 부장)은 26일 통합진보당 당내 경선에서 대리투표를 하면서 선거권자가 직접 투표하는 것처럼 착각을 일으키기 위해 전산관리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최씨 외 44명에 대한 공판에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날 증인으로는 2004년 7월부터 2009년 5월까지 민주노동당 인터넷 실장과 홍보실장으로 근무한 유씨가 출석했다. 당시 유씨는 민노당에서 온라인투표 때 사용한 시스템을 구축한 인물이다. 통합진보당은 이 시스템을 이용해 전자투표를 진행했다.
유씨는 "2003년부터 당의 세력이 확장되면서 운동권뿐 아니라 일반인 당원도 많아졌다"며 "당원이 늘기 전 지구당 사무실에서 직접 투표할 때는 투표율이 50% 이상이었지만 직장인이 많아지면서 투표율이 30%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관련법상 당 투표율이 50%를 넘어야하기 때문에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온라인 투표 도입이 필수불가결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유씨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사전 논의는 없었지만 민노당 법무팀에서 4대 선거 원칙에 기반해 온라인 투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문제 없는지 검토했다"면서 "다른사람이 투표하는 문제와 비밀투표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내부적으로 고민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온라인 투표를 운영하다보니 대리 투표하는 일이 발생했다"며 "이를 방지하기 이해 투표한 사람이 누군지, 몇시에 투표했는지 등 당원정보시스템에 대한 모든 로그를 남기도록 바꿨다"고 말했다.
전자투표로 수반되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1차적으로 투표자 휴대폰에 문자를 전송해서 본인 인증 절차를 거치고, 여기에 투표한 시각과 IP주소 등을 기록하고, 개발자 두 명이 공모하지 않은 이상 조작하지 못하도록 암호화하는 방식으로 이 같은 문제를 방지했다는 설명이다.
유씨는 "전자투표에 문제가 없게 하기 위해서 4대 선거 원칙 구현에 대한 법리 검토 등을 했지만 어느 정도 현실적인 문제를 껴안을 수밖에 없었다"며 "투표 후 3년간 로그를 폐기 못하도록 당에서 결정했기 때문에 검찰이 그 로그를 기반으로 피고인들을 기소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씨는 "시스템을 구축할 당시 아내가 남편에게 '설거지 중이니 대신 투표해줘' 등의 경우는 투표 결과나 투표 의사를 왜곡하지 않는다고 봤다"며 "또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노모를 대신해 자식이 투표를 도와줬다고 해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 사건 쟁점은 대리 투표를 한 피고인들이 직장 동료나 부부처럼 일정한 신뢰 관계가 있는 사이인지다.
변호인측은 "신뢰 관계에 대한 확인 없이 검찰이 일괄적으로 피고인들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통신사에서 투표자에게 보낸 문자 기록을 기반으로 조사했다"며 "지인이 아닌 경우는 거의 없다"고 응수했다.
"민노당 때와 통합진보당 때의 시스템 차이가 있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유씨는 "휴대폰 인증이 더 간단해졌고 3개월 연속 당비를 안냈을 경우 등에는 투표 전 확인하는 절차가 있었는데 없어졌다"고 말했다.
최씨 등은 지난해 3월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경선 전자투표 과정에서 당원으로 등록된 지인이나 가족, 친구에게서 휴대전화로 전송된 인증번호를 받아 대리투표를 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법원은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다음 공판은 오는 11월24일 오후 2시 302호 법정에서 열린다.
◇통합진보당ⓒ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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