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외국인 2인 출전' 역행에 현장은 '울상'
2014-10-07 12:00:04 2014-10-07 12:00:04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의 흥분이 가시기도 전에 현장 분위기를 무시한 프로농구연맹(KBL)의 '외국인 선수 2인 출전' 방침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KBL은 6일 저녁 "이사회를 거쳐 2015~2016시즌부터 2, 4쿼터에 외국인 선수 2명을 동시 기용할 수 있도록 했다"며 "외국인 선수 1명의 신장은 193cm 이하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팬들에게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최근 몇 년간 득세한 저득점 농구를 풀어보겠다는 의중이다.
 
하지만 현장 의견과 동떨어진 김영기 총재의 독단적 행동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제도 도입이 당장 오는 11일 개막하는 이번 시즌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프로농구 10개 구단 감독들. (사진=KBL)
 
이날 발표에 앞서 오전에 KBL은 다가올 2014~2015시즌 미디어데이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취재진은 외국인 선수 2명 도입에 대한 생각을 각 구단 감독들에게 물었다.
 
10개 구단 감독 중 울산 모비스의 유재학 감독과 부산 KT의 전창진 감독은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대다수의 감독도 장단점 모두를 언급했으나 처음 듣는다는 의중을 내비쳐 제도 도입에 앞서 전혀 논의되지 않았음을 드러냈다.
 
유재학 감독은 "외국인 선수 2명이 온다고 해서 흥행 보장이 된다고 보긴 어렵다. 농구를 좋아하는 많은 분과 얘기를 해보면 옛날 농구가 더 재미있었다고 한다. 매년 국제대회가 열리는데 국내 선수들의 경쟁력이나 활동량을 봤을 때 과연 옳은 결정인가는 의문"이라고 반대했다.
 
전창진 감독은 "프로농구 처음 시작했을 때 취지와 상반되는 내용이다. 상당히 당황스럽고 고민을 많이 해야 하는 내용이다. 12년 만에 금메달을 땄는데 앞으로 세대교체 부분이나 국내 선수들의 발전이 어떻게 진전될지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다. 경기 재미나 그런 것에서 어떤 변화가 올지는 모른다. 다만 예전에 처음 시작했을 때 국내 선수들이 위축되고 대학 선수들과 어린 선수들이 많은 애로 사항을 겪었는데 그런 게 다시 찾아오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양 오리온스의 추일승 감독은 "만약 바뀐다면 외국인 선수에 대한 비중이 커진다. 조금 국내 선수들이 위축되는 부분이 있긴 하겠지만 농구 재미는 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천 전자랜드의 유도훈 감독은 "처음 들은 얘기다. 만약 다시 생긴다면 감독으로선 현재까지 보지 않았던 키 작은 선수들의 스카우트 등 일이 많아질 것이다. 아직 자세한 것은 모르기 때문에 변수에 대처해야 한다"고 털어놨다.
 
전주 KCC 허재 감독 "처음 들었다. 제도가 바뀐다면 많은 변수가 있을 것이다. 국내 선수들이 위축이 될 수도 있지만 득점도 늘어날 순 있다. 상황을 봐야 한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안양 KGC인삼공사의 이동남 감독 대행은 "농구 흥행을 위해선 괜찮은 제안이다. 하지만 농구인의 앞길이나 중고등학교 선수들이 위축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창원 LG의 김진 감독은 "두 가지 장단점이 만들어졌다고 본다. 국가 경쟁력 부분도 생각해 볼 부분이다. 그런 부분에서 어떻게 채워갈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고 예측했다.
 
서울 SK의 문경은 감독은 "매년 큰 국가대항전 경기에서 슈터가 부족하다는 기사를 보곤 하는데 그 와중에 조성민이라 슈터가 나온 것도 천만 다행이다. 외국인 선수가 2명이 뛴다면 슈터들의 기술 향상이 저하되지 않을까 슈터 출신으로서 걱정된다. 대학 선수들이 슈터 포지션을 기피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서울 삼성의 이상민 감독은 "단순하게 저도 흥행이나 경기력은 좋아질 것이라 본다. 그러나 국내 선수들이 위축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창진 감독님 말씀대로 어린 선수들이 진로 고민 많이 할 것이다. 매년 신인 드래프트를 보면 농구가 취업률이 낮다. 그 부분에서 생각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조언했다.
 
원주 동부의 김영만은 "많은 감독님들 의견과 같고 팬들에게 볼거리는 있겠지만 국내 선수들이 위축되는 문제도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의 김영기 총재. (사진=KBL)
 
질문 이후 취재진은 김영기 총재에게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김 총재가 제도 개선에 적극적이라는 것을 확인하려는 조치였다.
 
하지만 행사 내내 자리에 있던 김영기 총재는 이미 나가고 없었다. 총재 스스로 직접 설명할 기회를 저버렸다. 이 사실은 중계 화면을 통해 고스란히 농구 팬들에게도 전해졌다.
 
한 농구 관계자는 "생각을 해봐라. 받아먹는 슈터 1명, 수비와 궂은 일 도맡아 하는 선수 1명, 패스만 잘 돌리는 가드 1명이면 외국인 선수 2명 더해서 5명을 꾸릴 수 있다. 옛날처럼 가는 것이다. 이기적으로 보면 감독들은 편하다"면서 "하지만 국제 대회나 선수 육성을 봤을 때 이런 변경은 완전히 역행하는 제도다. 공청회나 현장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제도 보완이 있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KBL은 1997년 출범 이후 2008~2009시즌까지 외국인 선수 2명이 1, 4쿼터를 함께 뛰고 2, 3쿼터는 1명씩 뛰는 제도를 시행했다. "점진적으로 외국인 선수 비중을 줄여나가겠다"는 게 출범 초기의 목표였다. 그러다 2009~2010시즌부터는 1~4쿼터 모두 외국인 선수 1명만 뛸 수 있도록 변경해 현재까지 유지해왔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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