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윤경기자] 일본 정치권에서 엔화 약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7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니카이 도시히로 일본 자민당 총무회장은 전날 열린 당내 정책위원회 회의에서 일본은행(BOJ)의 통화완화책을 지목하며 "엔화 약세를 유발해 일본 경제를 해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정부가 이런 문제에 개입할 필요가 있고, 통화정책을 세밀히 검토해야 한다"며 "출구전략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달러·엔 환율은 지난주에 2008년 8월 이후 처음으로 110엔을 넘어서는(엔화 가치 하락)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지난 2년간 25% 넘게 미끄러지기도 했다.
◇달러·엔 환율 차트(자료=야후파이낸스)
엔화 가치가 내림세를 지속하는 것은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이 서로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최근 초저금리 정책에 대한 출구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BOJ는 미국과 다르게 디플레이션 탈피를 위한 통화 완화 조치를 지속하고 있다.
앞서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작년 4월 대규모 금융완화 조치를 발표했고, 이후 엔화는 약세를 지속하며 수출 업체들의 실적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엔저는 긍정적 효과와 함께 에너지 비용 상승이라는 부작용도 함께 낳아 일본 경제에 양날의 칼로 작용할 수 있다.
전날 아베 신조 총리도 처음으로 엔화가 약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내비쳤다.
아베 총리는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해 "엔저로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가계 소비가 위축되고 중소 기업들의 원자재 구매 비용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그는 또 "엔저 피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고 엔화 약세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BOJ 내부 분위기는 정치권과는 사뭇 다른 것으로 보인다.
구로다 총재는 전일 통화정책회의를 마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엔화 가치는 과도하게 강세를 보여왔기 때문에 조정 차원에서 하락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엔저를 비정상적으로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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