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8위 보험대국의 현주소)②위기탈출 승부수는 `해외`..현지화 전략이 답
국내시장 포화..보험사들 해외로 눈돌려
"장기적 안목과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필수"
2014-10-08 16:52:15 2014-10-08 16:52:15
[뉴스토마토 서지명기자] "해외 보험사가 대학생이라고 하면 우리나라 보험사는 중학생 정도나 될까요? 인지도, 자본력, 상품경쟁력 등 어느것 하나 내세울 만한 것이 없습니다."
 
최근 국내 보험시장의 경쟁심화로 국내영업을 통한 성장과 수익창출이 한계에 달하면서 많은 보험사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지금까지 받아든 성적표는 신통치 않다.
 
전문가들은 보험사들이 현지에서 제대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과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결국 해답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찾아야 하는데 해외 진출 보험사들이 공략의 포인트를 잘못 짚고 있다는 지적인 것.
 
◇해외시장 진출했지만 수익성 '미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해외 영업망은 현지법인, 지점, 사무소 등 80개에 달한다.
 
삼성생명(032830), 한화생명(088350), 교보생명 등 3개 생보사가 6개국에 진출해 11개 현지법인과 17개의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생명보험사 해외점포 진출현황(자료=금융감독원)
 
손보사의 경우 삼성화재(000810), 현대해상(001450), LIG손해보험(002550), 동부화재(005830), 코리안리(003690), 메리츠화재(000060) 등 6개 보험사가 8개국에 진출해 23개 점포와 20개 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미국·중국·인도네시아·영국·싱가폴·일본·브라질·베트남·태국 등에서 생보업, 손보업 외 보험중개업, 금융투자업, 부동산임대업 등을 유지하고 있다.
 
실적을 살펴보면 생보사는 올 상반 당기순손실이 828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손실폭이 줄었지만 적자가 이어졌다. 중국과 동남아 소재 6개 점포가 모두 적자상태이며, 미국와 영국의 투자업과 부동산업만 소폭의 흑자를 나타냈다. 실질적인 보험업에서 얻어지는 수익은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그나마 투자업과 부동산업에서 수익을 내고 있는 실정이다.
 
손보사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에 전체 해외점포가 흑자였지만 올 상반기 인도 홍수, 필리핀 태풍 하이옌 등의 영향으로 적자전환했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에 진출한 보험사들이 어느 정도 자리는 잡았지만 규모가 작아서 경쟁이 안되고 수익성이 좋지 않다"며 "현지 수요에 맞는 충분한 상품개발과 판매채널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M&A 등 다양한 접근 필요..동남아 시장 '공략'
 
해외 시장은 이미 글로벌 기업이 자리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 국내 시장보다 훨씬 더 접근이 어렵다.
 
해외 지점이나 현지 법인을 설립하는 방법 외에도 현지의 우량한 보험사를 인수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국내·외에서 다양한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덩치를 키우고 있는 악사(AXA)그룹의 경우 상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M&A 상설위원회를 설치해 놓고 세계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있다. 관련 기업이나 조직은 커녕 전문가집단도 형성돼 있지 않는 우리나라와의 차이가 크다.
 
국가별 차별화된 접근도 필요하다.
 
잠재적으로 복지 시스템의 사각지대에 놓인 동남아시아가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장이다. 급격한 성장단계에 있는 동남아시아의 경우 정부가 보장하는 시스템만으로는 개인의 건강과 노후를 보장하기에는 아직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특히 한류(韓流)라는 흐름을 이용해 시장을 공략해 볼만하다.
 
미국이나 영국 등 우리보다 앞선 선진 보험시장과의 전면승부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진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노하우를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보험은 사회적인 상품..인문학적 접근해야"
 
보험은 사회적인 상품이다. 사람의 마음을 잘 읽어야 한다. 때문에 해외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기업의 가장 큰 무기는 '현지화'를 넘어선 '토착화'다.
 
공략 지역의 문화나 관습, 역사 등을 충분히 공부한 뒤 시장에 뛰어 들어야 한다는 것. 이른바 정량적 평가 이전에 정성적 평가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성주호 경희대 경영대학 교수는 "최소한 10년 이상 중장기적 관점으로 인문학적 접근이 우선돼야 한다"며 "시장 분위기에 편승해 단기실적에 급급할 경우 해외 시장에 성공적인 안착을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생보업과 손보업도 성격이 다르다. 기본적으로 생보는 사람의 목숨과 연관지어지고, 손보는 위험에 관련됐다.
 
생보업은 단기간에 이익을 내기가 어려운 구조다. 국가별 시장 특성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 후 중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
 
손보업의 경우 해외점포의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영업규모도 성장하고 있지만 견실한 리스크관리가 필수다. 적절한 내부통제가 수반되지 않은 외형신장에만 집중할 경우 손실을 초래할 우려가 높다.
 
전 연구위원은 "손보업의 경우 어느 정도 표준화가 가능하며 진입이 상대적으로 용이하지만 생보업은 저축성 상품을 제외한 보장성 상품의 경우 사망률이나 상해, 질병 등 각 나라별로 접근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