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신저가 행진이 한달이 넘게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증권사들은 여전히 '매수' 의견을 고수하고 있어 그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이날 장중 각각 109만9000원, 17만4000원을 기록해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삼성전자는 전거래일 대비 2만5000원(2.21%) 떨어진 110만5000원으로 마감하며 간신히 110만원 선을 지켜냈지만 최근 계속되는 외국인 매도세를 감안할 때 110만원선이 위태로운 상태다.
현대차는 전거래일 대비 변동없이 마감했다. 하지만 현대모비스(2.69%) 기아차(1.07%) 등 다른 현대차그룹주가 이날 상승세로 전환한 것에 비하면 아쉬운 결과다.
현대차 주가는 지난달 18일 한전부지 매입 이슈에 9.17% 급락하며 약 1년2개월 만에 20만원선이 무너졌다.
주가 약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어느새 17만원에까지 주저앉아 이같은 추세대로라면 지난 5년 중 가장 저조했던 15만1500원 수준에도 근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듯 삼성전자와 현대차 주가가 곤두박질 치며 연일 신저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증권사들은 여전히 매수 투자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아이엠투자증권이 삼성전자에 대해 중립 의견을 내놓은 것을 제외하곤 모든 증권사들이 투자자들에게 삼성전자와 현대차 주식을 살 것을 추천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의견 매수에 대한 근거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올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어닝쇼크를 기록하자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에 대해 실적이 가장 중요하다며 당초 올 3분기 영업이익 7조원대를 예상했었다.
하지만 올 3분기 실적이 예상치대비 반토막 났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살 것을 추천하고 있다. 실적의 중요성을 강조한 맥락에서 상당히 벗어난 투자전략이다.
현대차 역시 원화강세와 충당금 평가액 증가 등 부정적인 영향 때문에 올 3분기 실적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 한전부지 인수로 한해 영업이익 규모와 맞먹는 6조원의 유동성 자금이 사라져 미래 성장 잠재력에 대한 기회비용이 발생했다고 평가하면서도 매수 의견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삼성전자와 현대차에 대한 향후 전망 역시 온전히 긍정적인 것만이 아니기 때문에 매수 전략의 배경으로도 부족한 감이 있다.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경우 가장 큰 수익원인 스마트폰 사업이 치열한 경쟁에 밀려 점점 밥그릇이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현대차에 대해서도 글로벌 완성차 시장 내의 경쟁강도가 심화되고 있고 한전부지 인수에 대해선 어떤 결과를 이끌어낼 지 예측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렇게 두 회사가 당분간 의미있는 실적 개선을 기대하긴 어렵다면서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라고 우회적인 투자의견만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한 증권사의 삼성전자 담당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실적이 시장 예상치와 그 정도로 크게 차이날 것라곤 예상 못한 건 사실"이라며 "삼성전자는 최근 갑작스런 변수들에다 세계적으로 이목이 집중돼 있어 분석하기 너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우리나라 증시를 움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증시도 부진한데 대표 기업들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으면 불난 데 기름 붓는 꼴이 될까 조심스럽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가 삼성전자를 따돌리고 지난달 18일 낙찰받은 서울 삼성동 한전부지. 무리한 입찰가격 논란에 '승자의 저주' 우려가 나왔지만 공교롭게도 삼성전자와 현대차 주가 모두 곤두박질쳐 '승자가 없는 저주'가 되고 있다.ⓒ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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