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동서식품의 대장균군 시리얼 재활용에 대한 소비자들의 분노가 눈덩이 처럼 커지고 있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 부정식품사범 합동수사단은 이날 서울 마포구 동서식품 본사와 연구소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지난 14일에는 문제가 된 제품을 생산한 동서식품 진천공장을 압수수색하고, 하드디스크와 자가품질검사와 관련된 서류 등을 확보했다.
이번 논란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동서식품 진천공장이 출고 전 자가품질검사 결과 대장균군이 검출된 제품을 다시 섞어 최종 완제품을 생산한 정황을 발견하고 13일 해당 제품에 대해 판매 금지 조처를 내린 것에서 비롯됐다.
당시 적발된 제품은 '포스트 아몬드 후레이크' 제품으로, 식약처는 조사를 벌여 3개 제품에 대해 추가로 잠정 유통 금지 명령을 내렸다.
◇식품업계 "문제된 제품 재사용 이해 불가"
동서식품이 대장균군이 발견된 제품을 다시 사용한 것에 대해 식품업계는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제조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제품은 폐기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밀봉된 제품을 뜯어서 넣었다는 것은 사실상 완제품을 다시 사용한 셈"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동서식품은 시중에 판매 중인 제품에 대해 식약처가 진행하고 있는 조사 결과에 따를 방침이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해당 대장균군은 공기 중에서도 발견될 수 있는 일반적인 균"이라며 "엄격한 규정에 따라 완제품 제조 전 살균 처리를 했으므로 문제 되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반면, 국내 시리얼 업계 2위인 켈로그는 현재 식약처로부터 공인받은 외부 기관에 검사를 의뢰해 세균 발생 시 자동으로 보고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경실련, 동서식품 시리얼 피해 사례 모집
동서식품 시리얼 제품에 대한 유통 금지에 이어 검찰의 수사까지 진행되면서 소비자도 집단행동으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논란이 시작된 13일부터
다음(035720) 아고라에서는 동서식품 제품을 대상으로 불매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서명을 받고 있다.
또한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는 오는 22일까지 동서식품 시리얼 제품에 대한 소비자 피해 사례를 모집할 예정이다.
수집된 사례를 바탕으로 법적 검토를 거쳐 소비자 집단소송 등을 전개할 계획이며, 피해보상 계획과 재발방지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불매운동에 돌입할 계획이다.
경실련은 지난 2010년에도 동서식품 시리얼 제품에서 비슷한 안전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별도의 자정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불매운동, 시리얼 이어 전 제품 확대되나
이처럼 소비자와 시민단체의 집단행동이 예정되면서 시리얼을 포함한 전 제품에 불매운동이 확대될 지도 주목된다.
현재 동서식품이 가장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는 제품은 커피믹스로, AC닐슨 기준 올해 8월까지 커피믹스 시장의 누적 점유율은 동서식품이 81.5%로 확고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남양유업(003920)이 12.5%, 네슬레가 3.9%를 기록하면서 꾸준히 동서식품의 과점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식품업계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그동안 확고히 유지했던 동서식품의 시장 점유율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 커피믹스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한 후발업체의 마케팅이 더 강화되면서 이러한 전망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오너일가 포함한 동서 고배당도 도마 위
이러한 상황에서 동서식품의 주식 50%를 보유한
동서(026960)의 총 배당금이 실적과 상관없이 상승하고 있는 것도 구설에 올랐다. 오너일가 챙기기에만 급급해 소비자들의 건강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는 비난이 만만치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동서의 현금 배당금은 지난 2011년 397억원, 2012년 470억원, 2013년 54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서의 매출액은 4704억원으로 전년보다 2.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510억원으로 0.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서의 최대주주는 김상헌 전 회장으로 22.6%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김석수, 김종희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은 총 67.4%에 해당한다.
현재 동서는 동서식품 50%, 동서유지 48%, 동서물산 63%, 성제개발 43%, 대성기계 48%, 동서음료 17% 등의 주식을 보유 중이다.
주부 김모(39)씨는 "매일 아침 믿고 먹었던 제품이 결국 세균 덩어리였고, 또 그런 제품을 사기 위해 소비자들의 지갑에서 나간 돈이 오너일가를 배불렸단 사실에 화가 난다"며 "주변 친구들과 학무모들도 이참에 불매운동에 참여해 정신을 차리게 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꼬집었다.
논란이 확대되자 동서식품은 16일 공식 홈페이지의 사과문을 통해 "진행 중인 관계 당국의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며 "고객이 제품을 안심하고 드실 수 있도록 식품 안전과 품질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안전 관리에 소홀했다는 비난과 함께 기업 이미지에 치명적인 도덕성 논란까지 일면서 대대적인 불매운동 확산 조짐이 보이고 있다. 동서가 분노에 찬 소비자들을 달랠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을수 있을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동서식품 사과문. (사진=동서식품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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