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가치사슬' 급부상..리스크 커져도 속수무책
2014-10-29 17:41:02 2014-10-29 17:41:02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최근 세계무역기구(WTO)가 지난해 세계무역 동향을 분석한 한권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세계 무역보고서 2014: 무역·개발에 대한 최근 동향과 WTO의 역할'이라는 이름의 보고서에서 WTO는 상당한 지면을 할애해 '글로벌가치사슬'의 급부상을 거론하며 앞으로 세계경제는 더 복잡하고 촘촘하게 묶이리라고 주장했다.
 
글로벌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s)은 여러 나라에서 생산된 소재와 부품, 서비스를 합쳐 제품을 만든 후 소비자에게 전달되고 버려지는 과정이다. 물론 기존에도 가공무역 형태로의 제품생산 과정이 있었지만 글로벌가치사슬에서는 이런 과정이 몇개 국가의 범위를 넘어 전지구적으로 진행되고 단계별로 새로운 가치가 창출된다는 게 특징이다.
 
대표적인 예가 애플의 아이폰이다. 아이폰의 상품기획과 연구개발은 미국의 애플 본사가 수행하지만 어플 프로세서와 LCD 등은 우리나라 부품을 쓴다. 또 전파수신기와 전원관리 기능은 독일에서, 와이파이와 GPS는 미국에서, 터치스크린은 대만에서, 자이로스코프 센서는 프랑스에서, 전자나침판과 카메라는 일본에서 수입한다. 이런 부품은 중국 근로자들이 조립한 뒤 전 세계적으로 팔려나간다.
 
이번 WTO 보고서를 보면, WTO 회원국의 글로벌가치사슬 참여지수는 지난 1995년 39.8%에서 2009년 48.5%로 9%포인트 정도 올랐다. 또 2008년 기준 미국과 중국, 유럽 등 주요국의 글로벌가치사슬 참여율은 40%~50%대에 육박했다.
 
대외의존도가 높고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에서 글로벌가치사슬은 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실제로 WTO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우리나라의 글로벌가치사슬 참여율은 70% 수준이었다. 이는 WTO 회원국 중에서도 최상위권이었다.
 
이에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5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 회의에서 "APEC 내 글로벌가치사슬을 발전에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고, 기획재정부와 미래창조과학부, 국책연구원 등도 글로벌가치사슬에 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글로벌가치사슬에 대한 급진전된 논의와 별개로 우려에 대한 목소리도 나온다.
 
우선 글로벌가치사슬이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형성된데다 선진국 경기부진 등으로 수요공급 환경이 예측불가능 하다는 점이 문제다. 자칫 한 나라 또는 한 지역이라도 거시경제가 타격을 받으면 글로벌가치사슬로 묶인 모든 지역이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글로벌가치사슬로 묶인 광역경제권일수록 수요와 공급 변동성이 크다는 점, 개도국에 있는 선진국의 생산·투자기지가 이전할 수 있다는 불안 등도 문제요인으로 꼽힌다.
 
WTO 역시 이 점을 걱정했다. 보고서는 "개도국 간 글로벌가치사슬 네트워크의 중요성은 증대되는 추세"라며 "그러나 개도국은 선진국보다 거시경제적 취약성이 크다는 점에서 거시경제적 충격이 동조화(Synchronization)될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글로벌가치사슬은 단순한 상품교역과 달라 국가 간 무역통계를 새롭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글로벌가치사슬을 고려하지 않은 무역통계는 국제경제 흐름을 정확히 반영하지도 않고 무역분쟁의 여지를 남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가치사슬을 고려하지 않고 전통 무역방식의 통계를 따르면 아이폰 생산·판매에서도 문제가 생긴다. 애플이 중국에서 완제품을 만들고 개당 500달러에 팔면 판매 수익은 대부분 애플이 갖지만 중국에서 아이폰을 수입한 미국은 대(對) 중국 교역에서 적자를 보는 게 돼서다.
 
박태호 교수는 "글로벌 기업이 많고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도 이런 점에 대비해야 한다"며 "특히 중소기업을 위해 정부가 종합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가치사슬의 부상은 고부가가치 재화와 연구개발, 인적자산의 중요성을 의미하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산업의 고부가가치화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중국과 대만 등은 지식기반 자본을 확충하려는 노력이 진행 중"이라며 "글로벌가치사슬이 새로운 수출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도 핵심 소재·부품별로 가치사슬 분석하고 산업구조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News1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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