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의 부동산퍼즐)가진자만 혜택받는 이상한 중개보수인하
2014-11-05 13:02:22 2014-11-05 13:02:22
[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국토교통부가 14년 만에 중개보수요율 인하에 나섰습니다. 중개보수를 먹고 사는 개업중개업자들은 당연히 반발할 수 밖에 없고, 양측의 이견차가 크게 벌어지며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정부의 이번결정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고가주택 기준이 변하고, 매매와 전세 중개보수의 역전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에 이를 바로 잡겠다는 이유지만, 대의는 경제적 약자인 세입자의 이사부담을 줄여주자는 것이 골자입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이번 중개보수요율 개편으로 진짜 경제적 약자는 특별히 얻는게 없습니다. 오히려 여유자금을 가진 세입자와 집주인이 더 큰 혜택을 보게 됩니다.
 
 
국토부가 전세거래의 경우 3억원 이상 주택의 거래시에만 중개보수요율을 현실화 하기로 했습니다.
 
기존 3억원 이상 전세거래는 거래금액의 0.8%이하에서 협의하게 됩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 구간을 ▲3억원~6억원 ▲6억원 이상으로 구분하고, 각각 ▲0.4%이내 협의 ▲0.8%이내 협의로 세분화했습니다.
 
3억원 미만 주택거래는 현행과 동일한 보수를 내야합니다.
 
여기서 궁금한 점. 3억원 이상의 전세자금을 낼 수 있는 세입자가 정말로 나라의 보호를 받아야할 경제적 약자일까.
 
아파트값이 상대적으로 비싼 서울의 외곽에서는 3억원을 넘지 않는 방2~3개짜리 아파트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1억7985만원입니다. 연립은 9869만원입니다. 서울 한강이남권만이 평균이 3억원을 넘길 뿐입니다.
 
어떻게보면 3억원을 낼 수 있는 세입자가 각종 세금과 대출이자를 내고 있는 3억원 주택소유자보다 더 경제적 여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중개보수요율은 역진제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요율은 ▲5000만원 이하 0.5% 이내 ▲5000만원~1억원 0.4% ▲1억원~3억원 0.3%입니다.
 
흔치 않은 경우겠지만 9000만원짜리 전셋집을 계약할 경우 1억원 전셋집보다 많은 중개보수를 내야합니다. 1억원은 30만원을, 9000만원은 36만원을 중개보수로 내야합니다. 전세자금 규모로만 보면 조금 더 가난하지만 조금 더 많은 중개보수를 내야하는 이상한 요율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중개업자가 많은 중개보수를 가져가는 꼴이 보기 싫지 않고서야 저가주택을 거래할수록 중개보수는 내려가야 정상일텐데 말이죠.
 
이번 중개요율 변화로 일부 세입자는 혜택을 볼수도 있겠지만 임대인도 어부지리로 혜택을 받을 수 이께 됐습니다.
 
중개보수는 세입자만 내는 것이 아니라 집주인도 내게 됩니다. 집 한채 임대로 내주는 사람이야 큰 이득이 없겠지만 다가구주택 소유자나 오피스텔 대량 보유자, 다주택자는 상당한 금액을 아낄 수 있습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같은 집이라도 전세보다 월세의 중개보수가 쌉니다.
 
2억원 전세아파트를 보증금 5000만원의 월세로 전환시, 월 5%의 전환률을 적용해 임대료 75만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보증금 5000만원에 월임대료 75만원의 월세계약의 중개보수를 정하기 위한 환산보증금(보증금+(월임대료*100))은 1억2500만원이 됩니다.
 
이경우 같은 아파트지만 전세계약할 경우 중개보수는 60만원인 반면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60만원으로 계약하면 보수는 37만원으로 낮아진다.
 
비싼 전세거래 보수를 주기 싫다면 월세로 전환하면 됩니다. 요즘과 같은 임대인 절대 우위시장에서 월세화가속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가장 최근 중개보수요율은 지난 2000년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14년만의 변화입니다. 앞으로 또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지나야 중개보수가 개편될지 알 수 없습니다.
 
전세시장과 적정 중개사 총량 관리에 실패한 정부가 책임을 중개업계에 전가하는 것이라며 개업공인중개사들의 반발이 거세겠지만, 임대차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감안했을 때 중개보수 요율 변화는 거부하기 힘든 흐름으로 보입니다.
 
이번 중개보수요율의 타이틀은 '중개보수 현실화'입니다. 세입자와 임대인, 중개사, 전세난, 월세가속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진짜 현실적인 중개보수요율 개편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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