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퀄컴, LG '밀어주기'..삼성은 '뒷전'
삼성, 소니 배제하고 LG전자에 두 달 먼저 '롤리팝' 업데이트
2014-11-11 15:25:38 2014-11-11 15:25:39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구글과 퀄컴이 최대 고객사이자 우방인 삼성전자(005930) 대신 LG전자(066570)를 지원사격하고 나서면서 배경에 이목이 집중된다. 두 회사는 삼성과 스마트폰 분야에서는 파트너 관계지만 모바일OS, 모바일 프로세서 등의 부문에서는 경쟁관계인만큼 의도적인 배제라는 해석도 있다.
 
모바일 생태계를 주름 잡고 있는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롤리팝'이 적용되는 첫 번째 기기로 LG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G3를 선택했다. 삼성전자, 소니, HTC 등 지난 2~3년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보급의 1등 공신이었던 기업들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삼성전자는 아직 롤리팝 탑재 계획이 없으며 소니는 내년 1월로 업데이트가 예정돼 있다.
 
LG전자는 폴란드를 먼저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업데이트를 시작할 계획이다. 국내 통신 3사를 통해 유통된 기기도 이달 안에 모두 롤리팝으로 업데이트가 이뤄진다. 구글의 레퍼런스 디바이스인 넥서스9, 넥서스 플레이어 등에도 롤리팝이 적용되지 않은 시점에서 LG가 선수를 친 격이라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또 업계에서는 안드로이드 롤리팝의 첫 번째 적용 모델이 삼성 갤럭시노트4가 아니라 LG전 G3라는 게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특히 내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안드로이드 롤리팝이 64비트 시스템을 지원하는 만큼 64비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가 탑재된 갤럭시노트4에 우선 적용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구글 안드로이드 롤리팝이 적용된 LG G3.(사진=LG전자)
 
구글은 앞서 LG전자와 넥서스4, 넥서스5 등 두 개의 레퍼런스 스마트폰을 합작한 바 있다. 높은 가격 대비 성능을 자랑하는 두 제품은 북미, 아시아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며 LG전자의 이름을 세계 시장에 알리는 교두보가 됐다. 하지만 넥서스6부터는 LG전자 대신 구글의 자회사인 모토로라가 생산을 맡았다.
 
구글과 LG전자의 파트너십 강화는 크로스 라이선스 체결로도 이어졌다. 구글은 올 1월 삼성과의 크로스 라이선스를 체결한 데 이어 이달에는 LG전자와도 계약을 맺었다. 양사는 기존에 보유한 특허는 물론 향후 10년간 출원하는 특허에 대해서도 포괄적으로 공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퀄컴 역시 과거에 비해 LG전자에 대한 지원사격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뉴욕에서 열린 '퀄컴 테크놀로지 서밋'에서 라지 탈루리 테크놀로지 제품관리 수석 부사장이 "LG전자 스마트폰 제품의 완성도가 매우 훌륭하다"고 호평한데 이어 주요 경영진이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할 때 사용된 제품 역시 대부분 갤럭시 시리즈가 아니라 LG G3였다.
 
퀄컴의 신기술이 LG전자 제품을 통해 최초 공개되는 사례도 많아졌다. 일례로 G3에는 퀄컴의 실내위치측정기술인 이잿(IZat)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 바 있다. 이잿은 위성항법시스템, 와이파이, 클라우드 서버, 스마트폰 센서 등 다양한 연결 기술을 사용해 빠르고 정확하게 실내외 스마트폰 사용자의 위치를 알려준다.
 
구글과 퀄컴이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 대신 LG전자 '밀어주기'에 나선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첫째로 단가 문제를 꼽는다. 삼성전자가 이익률이 낮은 구글 레퍼런스 제품 생산을 중단하면서 LG전자가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2년 '갤럭시 넥서스' 이후로 다시는 구글과의 합작 스마트폰을 생산하지 않았다.
 
이후 구글과 삼성전자는 프레너미(친구+적)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해당 시기부터 삼성전자는 인텔과 함께 제3의 운영체제인 타이젠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구글은 자회사인 모토로라를 활용해 직접 디바이스 사업에 관여했다. 이어 LG전자를 통해 넥서스4를 생산해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특허 부문에서 구글과 삼성은 애플의 공세에 대항해 크로스 라이선스를 체결하는 등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
 
퀄컴과 삼성전자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로 복잡하다. 삼성전자는 퀄컴의 최대 고객사 중 하나고 삼성 역시 갤럭시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칩셋의 90% 이상을 퀄컴에 의존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가 퀄컴 대신 인텔에게 LTE 모뎀칩을 공급 받고, 직접 엑시노스 시리즈로 칩셋 시장에 뛰어들면서 강력한 도전자로 부상하면서 삼성에 대한 견제가 강해졌다.
 
LG전자 입장에서는 삼성에 대한 글로벌 기업들의 집중견제에 반사이익을 얻고 있지만 좀처럼 실속은 챙기지 못하는 모양새다. 실제 지난 2012년부터 2013년까지 넥서스4와 넥서스5가 출시된 분기 LG전자 MC 사업부의 실적은 적자, 또는 손익분기점 수준의 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지만 실적에 기여하는 측면은 거의 없었다는 얘기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