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대단히 무력감을 느낀다. 질의도 없었고 우리가 한 것이라곤 달랑 2시간짜리 공청회뿐이다."(새정치민주연합 최재천 의원)
13일 당초 오후 3시30분부터 열리기로 했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전체회의는 4시가 다 돼서야 개의됐다. '한-호주'와 '한-캐나다' 두 건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의결하는 자리였지만 외통위는 충분한 법안 심사시간을 갖지 못했고 회의도 급히 열렸다.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천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에서 "오후 1시48분에 외통위 전체회의가 열린다는 통지가 왔다"며 "법안심사소위는 단 30분 동안 두개 국가에 대한 FTA 비준동의안을 검토했다. 법안소위는 누가 그 권한을 위임해줬고 어떤 절차를 밟았느냐"고 물었다.
최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G20 방문에 맞춰 한-호주 FTA를 통과시키려는 시도가 있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며 "외교적 행위인 것은 알겠지만 이 협정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나 법안, 조약들에 대해 충분한 공부가 없는 상태로 외통위가 이렇게 빨리 통과시키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여야정 합의사항은 존중하지만 이는 정치적 합의에 불과하다"며 "여야정협의체가 늦어도 다음달 2일까지 본회의 열어 처리하기로 했다면, 우리 상임위는 적어도 12월2일 전까지 충분히 논의할 시간이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새정치연합 이해찬 의원은 "산업통상자원부는 단 한번도 한-호, 한-캐나다 FTA 비준동의안 진행 상황에 대한 보고를 한 적도 없었고, 자료조차 준 적이 없다"며 "내부 소통을 그렇게 하지 않으면서 (FTA 비준동의안을) 통과시키려 하다니 너무 소홀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문제 의식은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제기됐다.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은 여야정협의체의 합의안 중 '의경 우유급식 확대를 위해 조달단가 인하에 협조한다'는 조항에 대해 해당 정부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에 "이번 FTA 체결로 피해를 보는 단체들이 이러한 조항에 대해 동의를 했냐"고 물었다.
이어 같은 당 이재오 의원도 "여야정 합의문은 축산농가들의 피해를 보전해주기 위해 마련됐는데 낙농, 축산농가나 단체들이 직접 참여해서 의견을 말했던 적이 있냐"고 질의했다.
문재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국회 농해수위 야당 간사인 유성엽 의원이 이 합의안에 서명했고, 농림부에서도 이해관계 당사자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밟았다"고 설명했지만, "낙농협회나 축산협회 등이 직접 참여했던 적은 없었다. 회의 결과를 농림부가 농가에 전달하는 식으로 이뤄졌다"고 털어놨다.
또 문 차관은 "여야정 협의체가 논의하는 과정에 이해당사자를 초청해서 얘기를 직접 듣는 자리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나경원 의원과 유승민 의원은 "한-호, 한-캐나다 FTA가 지금 가장 중요한 현안이라고 하면서 윤상직 산업부 장관은 외통위 회의에 참석하지도 않았고, 외통위는 형식적인 심사밖에 못했다"며 윤상직 장관의 참석을 요구했다.
이처럼 여야 의원들의 자조섞인 지적과 질책이 한시간가량 이어진 끝에 오후 4시50분 유기준 외통위원장은 한-호주·한-캐나다 FTA 비준동의안을 가결했다.
◇유기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호주·캐나다 FTA 비준동의안을 의결하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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