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남숙기자] 2014년에는 기업들의 이공계 전공자에 대한 선호현상이 두드러졌고, 정밀한 평가를 위해 자기소개서 항목을 세분화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등 채용 시장에 변화가 있었다.
이에 따라 학원가 등에서는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다소 자학적일 정도의 자조적 용어가 생겨나고 있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
www.saramin.co.kr)이 정리한 '2014년 채용 시장 신조어'를 분석했다.
◇인구론
올해는 기업들의 이공계 선호 현상이 유난히 두드러졌다. 자연히 인문계 졸업생들의 취업난은 더 극심화됐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인문계 졸업생 십중팔구는 논다는 뜻의 '인구론(논)'이라는 신조어가 취업시장에 돌고 있다.
실제로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건강보험DB연계 취업통계연보'에 따르면 인문계열 졸업자의 취업률은 45.9%로 공학계열(66.9%), 자연계열(55.6%)보다 훨씬 낮았다.
이같은 채용시장의 변화는 교육계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3년 사이에 43개의 인문학 관련 학과가 통폐합되는 등 취업률이 낮은 인문학과의 수난이 이어지고 있다.
◇자소설
채용와의 첫 대면은 자기소개서부터 시작된다. 때문에 강한 인상과 적극적인 어필은 필수적이다. 그러다 보니 취업준비생들은 본의 아닌 창작을 하게 되는데, 최근에는 거의 소설수준의 자기소개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는 것이 채용담당자들의 말이다.
이런 류의 자기소개서를 '자소설'이라고 한다. 그러나 취업에 대한 열의와 강박관념 때문일지라도 만들어낸, 거짓의 자기소개서는 먼저 받는 불합격통지서와 같다. 수년간 채용을 담당해 온 실무자들은 한 눈에 자기소개서 내용이 거짓인지 진실인지를 가려낼 수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자기소개서 내용은 면접에서 다시 재론되기 때문에 당장 들통이 난다. 소박하고 진실된 내용으로 자신의 열정과 역량을 담아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채용담당자들은 강조하고 있다.
◇돌취생
기업과 직무에 대한 고민 부족, 연봉, 복리후생 등 기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 부족으로 입사 후 다시 취업 준비생 신분으로 돌아간다는 이른바 '돌취생'이란 말도 올해 나온 신조어다.
실제로 사람인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신입사원을 채용한 기업 311개사 중 77%는 조기퇴사자가 있었으며, 그 비율은 평균 34%로 집계됐다.
이와 비슷한 신조어로 일단 아무 회사에나 들어가서 일하다 적성에 맞지 않아 결국 퇴사해 백수가 된다는 뜻의 '이퇴백'이란 신조어도 있다.
◇열정 페이
신입을 채용하면서도 업무 경험을 보유한 지원자를 우대하다 보니, '열정을 보여라,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기회다'라며 무급, 또는 적은 월급을 주면서 일을 시키는 기업들이 있다.
열정이 있으면 돈을 조금만 줘도 된다는 이러한 행태를 꼬집어 '열정 페이'란 단어가 취업 시장에서 새로 생겼다.
특히, 국제기구, 국가기관 등 쉽게 직무경험을 하기 어려운 곳이나 사회적 기업, 인권단체 등에서 무급 또는 차비와 같은 최소한의 경비만을 지급하는 인턴을 모집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동아리고시
취업이 어렵다 보니 봉사활동, 학술 등 취업에 도움이 되는 동아리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가입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유명 기업에서 일하는 선배가 입사 비결을 전수해주거나, 기업들과 연계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등의 취업 동아리는 자기소개서 등 서류전형은 물론 면접 등을 거쳐야 하고 경쟁률 또한 높아 '동아리고시'라는 신조어까지 나오고 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취업시장의 단상이다.
◇청년실신
등록금 부담으로 대출을 받고, 졸업 후에는 취업이 늦어져 빚을 갚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청년들 대부분이 실업자나 신용불량자가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를 가리켜 '청년실신'이란 신조어가 생겼다.
사람인 조사에 따르면 2030 성인남녀 10명 중 4명은 사회 진출 전 평균 1564만원의 빚이 있었으며, 이 때문에 12.6%는 신용불량자가 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4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14 글로벌기업 채용박람회에서 취업준비생들이 채용 상담을 받고 있다.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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